2도어 쿠페의 리베로로 탄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모델 디 올 뉴 메르세데스 벤츠 CLE 쿠페. 시승 모델로 450 4매틱 쿠페가 3시간 남짓 제공됐다.

원래 쿠페는 2도어다. 2인승 2도어 쿠페면 최고다. 2도어인데 4인승이면 그래도 쿠페라 할 수 있다. 4도어까지 확대되면 이게 쿠페냐 아니냐 따지게 된다. 제사상 음식 순서 따지듯 의미 없는 논쟁이지만, 그래도 입에 거품 물고 따지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CLE 쿠페는 매우 중요한 모델이 됐다. C 클래스 쿠페와 E 클래스 CLE 쿠페로 묶었기 때문이다. CLS는 이미 단종됐으니 이제 벤츠에서 2도어 쿠페로 남은 건 CLE와 CLA 쿠페 단 두 모델뿐이다. 그러니 이제 CLE에게 세그먼트 구분은 의미 없다. 두 개 세그먼트를 넘나드는, 차급을 뛰어넘는 전천후 리베로라는 제목을 단 이유다.

CLE 쿠페는 일단 두 개 모델로 국내 판매에 나섰다. CLE 200쿠페와 450 4매틱 쿠페다. 카브리올레 모델이 연내에 추가된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는 두 개의 라우드 스피커를 품었다. 이를 포함해 모두 17개의 스피커가 실내 곳곳에 자리해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구성한다.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훨씬 더 많은 기능을 더해 편하고 재미있어졌다. 일단 루틴 기능이 더해졌다. 온도, 앰비언트 라이트, 오디오, 주차 카메라 등의 기능을 날짜 및 시간, 위치, 내외부 온도, 속도 등 특정 조건과 연결해 자동으로 반복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그뿐 아니다. 유튜브, 애플뮤직, 웹엑스, 줌, 앵그리버드, 틱톡, 에센셜, 플로, 웨이브, 멜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반기부터는 티맵 내비게이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CLE 450 4매틱 쿠페를 타고 달렸다. 길게 뻗은 보닛, 짧은 오버행, 긴 휠베이스 그리고 낮은 지붕. 늘씬하게 빠진 라인과 비례가 멋있다. 4,850×1,860×1,420mm에 휠베이스 2,865mm다. 길이만 놓고 보면 E 클래스 쿠페보다 5mm가 길다. 높이는 15mm가 낮아서 길고 낮은 비례로 더 커 보인다. 트렁크 넓이는 420리터로 골프백 3개가 들어간다.

긴 보닛 위의 파워돔 두 개, 그 아래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세로로 배치됐다. M256 엔진을 개량한 M256M 엔진으로 381마력, 51kgm의 힘을 낸다. 9단 자동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3~9단, 1,400~5,000rpm 구간에서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고단에서 높은 효율, 저단에서 강한 힘을 끌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6기통 엔진이 내뱉는 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CLE 450 4매틱은 벤츠의 6기통을 1억원 미만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기도 하다. 직렬 6기통 엔진이 회전수를 높이며 숨넘어가는 사운드를 뱉어낸다. 절로 나오는 말, “남자는 육기통”이다.

직렬 6기통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졌다. 좌우, 앞뒤의 밸런스가 이상적이다. 주행안정감은 고속주행할 때 돋보인다. 댐핑 연속조절 다이내믹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과 20인치 타이어가 흔들림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450 4매틱에는 리어액슬 스티어링이 있다. 리어액슬이 최대 2.5도 각도로 조향에 개입한다. 스티어링휠은 정확하게 2회전 한다. 큰 동작으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조향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회전 직경이 10.7m로 C 클래스 쿠페보다 50cm가 짧다. 폭 11m도 안 되는 공간에서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공차중량 1,940kg으로 마력당 무게는 5.1kg이 된다.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시간은 4.4초. 5초도 안 되는 시간에 100km/h를 넘어선다.

직렬 6기통 엔진과 함께 눈여겨볼 부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2세대로 진화해 더욱 부드럽게 작동한다. 엔진이 멈추고 재출발하는 동작이 숨 쉬듯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통해 17kW의 힘을 더 보태주기도 한다.

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플러스’는 더 많은 기능을 품고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디지털 라이트, 졸음운전 경고 어텐션어시스트, 뒷좌석 이지엔트리,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파노라믹 선루프, 360° 카메라 포함 주차 패키지, 열선스티어링휠 및 온열 워셔 시스템을 포함하는 윈터 패키지 등이 장착되어 있다.

차선 변경 지원 어시스트가 있다.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시스템이 직접 조향에 개입해 차선 변경을 지원한다. 내 차선을 중심으로 좌우 한 개 차선까지 모두 3개 차선을 모니터링하며 움직이는데, 속도와 공간 등의 조건이 만족할 때 원활하게 작동한다. 시도할 때마다 매번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다. 운전자가 스트레스 없이 차선 변경을 할 수 있을 때, 즉 운전이 서툰 운전자가 직접 차선 변경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이라야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CLE 450 4매틱은 9,600만 원, CLE 200쿠페는 7,270만 원이다. 삼각별 마크를 단, 폼나는 벤츠의 투도어 쿠페를 누리려면 지급해야 하는 가격이다.

쿠페를 타려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좁은 공간, 타고내리기 불편함 등이다. 뒷좌석에 앉으면 꽉 찬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머리 위로는 손바닥 두 개 겹치는 공간 정도가 남는다.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은 아니다. 1열 시트 뒤로, 이지 엔트리 기능이 있는 가죽 밴드가 있어, 뒷좌석에 드나들 때 공간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도어를 열고 드나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불편하다. 투도어의 한계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음성인식 시스템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온다. 짜증 날 정도다. 그렇다고 이를 비활성화하면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음성명령으로 실내 온도 조절도 안 됐다.
1억원 넘보는 가격인데 트렁크 안쪽 상단이 철판으로 마감되어 있다. 보급형 차라면 모를까, 삼각별을 단 벤츠의 프리미엄 쿠페 아닌가. 조금 더 정성스러운 마감이 필요해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