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마력의 힘을 컴팩트한 보디에 담았다. 오늘 시승 상대는 뉴 X1 M35i x드라이브다. X1에 M 뱃지를 단 모델이 국내 판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성능 프리미엄 소형 SUV다.

‘M 전용 디자인’과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그리고 ‘BMW OS9’이 특징이다. 수직형 더블바 키드니그릴, M 전용 전면 스포일러, 전용 사이드미러, 19인치 바이컬러휠, M 전용 쿼드 테일 파이프와 루프 스포일러 등 눈길 닿는 곳마다 M의 흔적을 새겨넣었다.

실내에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모든 버튼을 빨아들였다. 10.25 인치 계기판과 10.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대시보드에 버튼은 없다. 화면 터치로 대부분 기능을 선택하고 정보를 확인한다. 주행모드도 화면 터치로 선택한다. 기어 셀렉터와 컨트롤 패널이 통합된 플로팅 타입 암레스트에 몇 개의 버튼이 자리했다.

고성능을 누리기에 딱 좋은 체형이다. 먼저 공간.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만나게 되는 꽉 끼인 공간에 주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났다. 운전석 드나들기도 편하다. 뒷좌석은 앞뒤 슬라이딩과 함께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된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넉넉하게 남는 공간이다. 콤팩트 SUV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이다.

차체 높이도 1,620mm로 딱 좋다. SUV라고는 하지만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을 적용해 일반 X1보다 20mm 낮다. 소형이어서 높은 편이 아니다. 세단보다 살짝 높은 정도라 고성능을 즐기기에 딱 좋은 높이다.

사륜구동시스템도 큰 역할을 한다. 앞차축에 LSD를 적용한 지능형 사륜구동시스템을 사용해 주행 안정감이 돋보인다. 특히 고속에서 차체의 흔들림이 덜해 실제 속도보다 훨씬 낮은 체감 속도를 만난다. 서스펜션과 구동장치가 317마력의 힘이 고속으로 제대로 치고 나갈 수 있게 차체를 안정감 있게 잘 지탱해준다.

컴팩트카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작다고 좁은 게 아니고, 작다고 힘이 약한 것도 아니다. 컴팩트한 크기에 넓은 실내를 영리하게 확보했고, 직렬 4기통 트윈 파워터보 2.0 엔진으로 317마력의 힘을 제대로 만들어낸다. 그 힘을 조율하는 건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다. 더블 클러치보다는 듀얼 클러치가 더 정확한 표현일텐데 BMW는 더블 클러치로 소개하고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40리터에서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00리터까지 확장된다.

티맵 기반의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환영할 만한 부분 중 하나다. 수입차 시장에서 티맵은 이제 대세다. 볼보, 벤츠와 함께 BMW까지 티맵을 받아들이고 있다.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9(OS 9)을 적용했다. 컴퓨터의 윈도 시스템처럼 차량의 하드웨어를 컨트롤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OS 9으로 개선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좀 더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음성명령도 자연스러운 대화체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OS 같은 소프트웨어는 파워트레인과 함께 자동차 발전의 한 축을 맡게 될 부분이다.

4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7단 변속기의 조율을 거쳐 박력 있는 힘을 드러낸다. 가속을 이어가면 변속할 때마다 분명하고 절도 있는 힘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확실한 변속의 느낌을 만나게 되는 것. 수동 변속 기능을 하는 패들 시프트를 통해 운전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낀다. ‘- 시프트’ 레버를 가만히 당기면 10초간 최고의 힘을 드러낼 수 있도록 부스트 기능이 작동한다.

변속 패턴은 D, S, M 세 가지다. 변속레버 D에서 한 번 당기면 스포츠 즉 S다. S에서 패들을 조작하면 수동, 즉 M 패턴으로 변속한다. M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변속이 일어난다. M에서 자동 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M에서 변속 없이 높은 rpm을 유지할 때 운전자는 비로소 차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엔진은 최고출력 317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이 1,735kg이니 마력당 무게는 5.47kg이다. 힘과 무게의 비율로 고성능을 말하고 있다. 고성능과 슈퍼카의 경계를 마력당 무게 5kg으로 본다면 X1 M35i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커가 밝힌 0-100km/h 가속 시간은 5.4초. GPS 계측기를 사용해 측정한 100km/h 가속 시간은 5.51초가 가장 빨랐다.

성능 다음 봐야 하는 건 연비다. BMW M을 타면서 연비를 신경 쓰는 건 모순일 수 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 차와 함께 늘 뜨거울 수는 없다. 때로 차갑게 경제운전으로 달릴 줄도 알아야 한다. 파주-서울간 55km를 차갑게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알아봤다. 계기판에 찍힌 최종 연비는 16.6km/L. 공인 복합 연비 10.2km/L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다. 55km를 달린 시간이 1시간 35분일 정도로 교통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비는 더 놀랍다.

앞서 공간과 성능이 컴팩트한 차급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가격도 그렇다. 판매가격 7,150만 원. 컴팩트카의 가격으로는 너무 비싸다. 하지만 M 뱃지를 단 이 차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에겐 슬며시 통장 잔고를 살펴보게 하는 가격이다. 많은 사람을 위한 차는 아니다. 이차를 알아보는 소수를 위한 차다. 가격이 이를 말하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통풍 시트 기능이 없다. 시트와 스티어링휠에 열선 기능은 있는데 통풍 시트 기능은 없다. 가격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이다. 여름에 통풍 시트만큼 고마운 기능도 없는데 아쉽다.
엔진 재시동은 조금 거칠다. 숨죽였던 엔진이 다시 시동을 걸고 동시에 출발해야 할 때 움직임이 더딜 때도 있다. 48V 시스템을 적용했다면 조금 더 부드러웠을 텐데 아쉽다.
버튼을 없애야 하는 강박이 보인다. 주행 모드 변경을 화면 터치로 마무리해야 한다. 버튼으로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버튼으로 화면을 띄운 데 화면 터치로 선택해야 한다. 번거롭고 어색하다. 버튼 없애는 것도 좋지만 쓸데는 쓰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