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V 하이브리드 전면’ 사진=이상진

정숙성을 높이고, 효율성은 대폭 끌어올렸다. 바로 혼다의 간판 하이브리드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두 차를 번갈아 타면서 110km를 달렸다.

먼저 만난 녀석은 간판 SUV, ‘CR-V 하이브리드’. 1995년 출시된 CR-V는 6세대로 접어들며, 30살에 접어든 청년으로 성장했다. 프런트 후드를 앞으로 확장해 심플하고 볼륨감 있게 연출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인 전면부의 거대한 검정 그릴은 강인한 인상을 자아낸다.

‘CR-V 하이브리드 측면’

4,705×1,865×1,690mm의 크기. 구형 (4,630×1,855×1,690mm) 대비 75mm가 길어졌다. 휠베이스도 2,660mm에서 2,700mm로 늘어나 2열에 앉으면 머리 위와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의 넉넉한 공간이 남는다. 센터터널도 손가락 두 마디밖에 되지 않아 2열 중앙에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그동안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던 실내 디자인은 현대적 분위기에 맞게 대폭 바뀌었다. 대시보드 위에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불쑥 솟아올라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 에어컨 송풍구는 가로로 길게 뻗어 독특함을 연출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과 무선으로 모두 설정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CR-V하이브리드’

락투락 2.2회전 한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고급 세단 조향반응이다.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6kg.m의 2리터 직분사 엣킨슨 엔진,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4kg.m의 모터가 만나 아름다운 시너지를 구현한다.

하이브리드의 이질감이 사라졌다. 전기모터에서 내연기관으로 구동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기존 구형 모델은 모터와 내연기관의 잡음이 크게 들렸다. 하지만, 신형에서는 쌔근쌔근 간난 아기 옹알이하는 듯한 소리만이 들려온다. 내연기관인지 하이브리드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출발하자마자 실 가속 영역인 시속 30km에서 시속 50km까지는 엔진 개입 없이 충전된 배터리를 통한 전기로 주행이 가능하다. 탄력 주행을 이어가면 시속 90km에서도 내연기관 개입 없이 주행을 이어 나간다. 정숙성은 고급 세단 수준이다. 시속 100km. 바람 소리는 잔잔하고, 주변의 소음도 약 올리듯 귓가에 속삭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전면’

CR-V 하이브리드에 이어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옮겨탔다. 어코드는 1976년 첫 출시되며, 50살이 다 된 혼다의 역사와 함께한 모델이다.

넓고 수평적인 전면과 후면 디자인, 안정감을 강조했다. 4,970×1,860×1,450mm의 역동적인 디자인. 기존 모델 (4,905×1,860×1,450mm) 대비 길이가 늘어났다. 휠베이스 2,830mm. 2열에 앉으면 무릎 앞의 넉넉한 공간이 있어 패밀리 세단으로 안성맞춤이다. 50살이 다 된 중년의 신사는 중후한 정장이 아닌 젊은 오빠 느낌의 세미 정장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측면’

CR-V와 똑같은 구성의 디자인. 12.3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위로 올라와 앉아있다. CR-V 하이브리드와 똑같은 최고 출력 147마력의 2리터 직분사 엣킨스 엔진과 최고출력 184마력의 전기모터가 적용됐다. CR-V 하이브리드와 똑같이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도 전기에서 내연기관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와인딩 코스. 어코드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조향 반응으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차선 이탈 없이 부드럽고 신나게 빠져나갔다. 시속 100km. 바람 소리는 고요하고, 노면의 잔진동과 자잘한 소음만이 장단을 맞춰 귓가를 스친다. 고즈넉한 오후 집 거실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여유로움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후측면’

혼다 주행 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이 탑재됐다. 그 중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은 아주 탁월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장치가 동시에 작동돼, 정체 구간에서 운전 피로를 한층 낮춰준다. 가끔은 얄밉게 끼어드는 차에게도 경적을 울리며, 신경질 낼 상황도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으로 먼저 가라는 호의를 베푼다.

차선을 바꿀 때마다 경고음이 간헐적으로 울린다. 바로 성능이 향상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덕분이다. 후측방 경고 시스템의 감지거리는 3m에서 25m로 대폭 늘어나 차선 변경 시 만일의 사고를 막아준다.

탄소 발자국 지워나가는 세상. CR-V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정숙성과 효율성을 구현해,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다음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CR-V 하이브리드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될지 기대된다.

시승차는 CR-V 하이브리드 4WD 투어링 5,590만 원,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 5,340만 원 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엔진룸’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