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 i를 처음 만났다. BMW M 브랜드의 첫 순수전기차로 등장한 i4 M50이다. M에 전기가 들어온 셈이니 이제부터 펼쳐질 M의 신세계, 기대가 크다.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그 이름을 풀어보면, 쿠페 스타일의 고성능 전기차로 이 차를 정의할 수 있겠다. 물론 그뿐만은 아니다. 더 많은 것을 품은 차임을 타보면 알게 된다.

i4 M50. 4시리즈의 멋스러운 4도어 쿠페 디자인은 여전하다. 3시리즈 세단보다 최대 53mm 낮은 무게중심, 앞뒤 48:52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 바람도 미끄러지는 공기저항 계수 0.24로 고속주행에 최적화한 몸을 만들었다. 4,785×1,850×1,450mm 크기로 준중형급이다. 휠베이스는 2,855mm. 엔진은 이사 갔고, 배터리와 모터가 터를 잡았다.

실내에 들어서면 운전석 앞으로 두 개의 화면을 품은 널찍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반긴다. 12.3 인치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와 14.9 컨트롤 디스플레이다.

전기차는 친환경차고, 친환경차는 고성능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선입견을 이 차는 거부한다. 전기차지만 고성능이다. 실은 전기차여서 고성능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회전수를 높이는 데에는 엔진보다 모터가 좋다. 엔진은 복잡하고 모터는 단순하다. 모터로 고성능을 완성하는 게 엔진으로 고성능을 만드는 것보다 비교적 쉬운 이유다.

전륜 모터가 258마력 후륜 모터가 313마력, 총 544마력의 힘을 낸다. 그 힘으로 불과 3.9초 만에 시속 100km를 넘는다. 슈퍼카급이 아니라 그냥 슈퍼카다. 500마력의 넘는 힘에 사륜구동은 덤이다. 두 개의 모터를 앞뒤 차축에 장착해 힘을 내고 x드라이브 즉 사륜구동을 완성한다. 전기차에서 사륜구동은 곧 고성능이라는 의미.

힘만 세다고 고성능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섀시, 서스펜션, 타이어 등이 받쳐줘야 한다. i4 M50에는 어댑티브 M 서스펜션, M 스포츠 브레이크, 리어 에어서스펜션 등이 고성능을 뒷받침한다. 덕분에 그 큰 힘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엄청나게 빠른 가속이지만 편하게 조절할 수 있고, 빠른 속도에서도 강한 제동을 걸면 앞으로 살짝 숙여지던 차체는 금세 수평을 유지하며 여유 있게 제동을 마친다.

544마력, 81.07kgm의 힘은 낭비가 없다. 자린고비 부잣집처럼 큰 힘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강한 힘이 순간적으로 걸릴 때 몇 바퀴 정도는 헛돌 법도 한데 그런 일은 없었다. 트랙션 컨트롤이 정확해 헛바퀴를 철저하게 막아낸다.

뒷차축에 에어서스펜션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차체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높은 수준에서 완성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어시스트, 충돌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스스로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조향에 개입하며 차선 중앙을 유지한다. 초보 운전자보다 더 잘 운전한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서는 안 된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운전을 보조하면서 거들뿐 운전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하만 카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BMW 레이저 라이트, 하이빔 어시스턴트 등을 탑재해 차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스포츠 주행할 때 만나는 소리는 BMW가 유명 음악가 한스 짐머와 함께 만들었다는 아이코닉 사운드다. 스포츠 모드에서 고속주행할 때 그 소리를 제대로 만나게 되는 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 소리가 싫으면 설정에서 아이코닉 사운드를 해제하면 된다.

제원표에 적힌 숫자로 만나는 큰 힘은 부담스럽다. 직접 운전석에 앉아 만나는 실제의 힘은 쉽고 편했다. 일반인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고성능이다. 강한 힘에 올라타서 달리는데 가속, 제동, 코너링 등이 수월하다. 재미있다. 기술이 받쳐줘서 가능한 일이다. 차의 모든 부분이 544마력의 고성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83.0kWh 용량의 배터리는 80.7kWh까지만 실제로 사용한다. 배터리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여유를 두고 사용한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78km. 유럽에서는 WLTP 기준 주행가능 거리 435km로 인증받았다. 배터리 안전을 위해 80% 정도만 충전하기를 권하고 있고, 잔량 20% 밑으로 내려가면 운전자가 불안해진다. 주행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평상시에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충전한다면 많아야 300km 정도 달린 뒤 충전해야 한다.

배터리를 100% 충전하고 장거리 운행을 한다면 400km 이상 주행도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일부 자료를 찾아보면 섭씨 23도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도심 주행(시티 마일드 웨더) 조건으로 620km까지 달릴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이 차의 주행가능 거리 최대치로 보면 되겠다. 물론 한겨울에는 그 거리가 더 짧아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적응형 회생제동’ 기능을 포함 4개의 회생제동 모드를 갖췄다. 적응형 회생제동은 인공지능(AI)이 주변 상황 및 교통흐름을 판단, 회생제동 강도 및 관성주행 여부를 조절해 에너지회생 효율을 최적화한다. B모드를 선택하면 완전 정지까지 가능한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

제원표에는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3.9초로 표기됐다. GPS 계측기를 설치하고 가속 테스트를 했다. 공차중량 2,260kg으로 마력당 무게는 4.15kg이 된다. 81kgm의 토크가 순간적으로 걸리는 데에도 네 바퀴는 헛돌지 않고 끈적하게 노면을 물고 달렸다. 처음부터 거침없는 가속으로 아이코닉 사운드가 마치 SF 영화 속 분위기를 만든다. 테스트 결과 가장 좋은 기록은 가속 시간 4.41초, 가속거리 56.71m였다.

파주-서울 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측정했다. 때마침 내리는 폭우로 도로는 심하게 막혔다. 55km 거리를 달려 목적지까지 1시간 40분이 걸렸다. 연비는 4.8km/kWh를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는 4.1km/kWh다.

고성능 전기차의 진면목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그래도 i보다는 M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전기차의 느낌보다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훨씬 더 컸던 것. M 배지를 단 이상 고성능 자동차로서의 존재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기차 느낌이 더 강한 걸 원한다면 M 배지를 뺀 모델, i4 eDrive40이 있다.

i4 M50 8,490만원, M50 프로는 8,660만원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지역별로 최대 540만원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보조금 받으면 8,000만원 전후로 구매할 수 있겠다. 500만원 정도의 보조금 포기하고 제값 주고 사도 좋을 정도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전기차 스스로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룸미러 시야가 제한적이다.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이어서 룸미러 상단은 지붕선이 가린다. 하단은 뒷좌석 헤드레스트 3개가 산처럼 가로막고 있다. 위는 지붕, 아래는 헤드레스트가 차지하고 있어서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는 제한적이다.

고성능 자동차인데 패들 시프트가 없다. 변속기가 없어서 변속을 위한 패들도 생략했다. 하지만 회생제동 시스템과 연계해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살릴 수도 있다. 고성능이 아니라면 상관없지만, 그래도 544마력이라는 강한 힘을 다루는 재미를 준다는 차원에서라도 패들 시프트는 적용하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