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SUV 라인업의 막내 XT4를 시승했다.

XT4는 이른바 프리미엄 컴팩트 SUV다. 프리미엄 컴팩트는 무척 어려운 장르다. ‘고급’과 ‘작다’라는 공존하기 힘든 개념을 한데 버무려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넉넉한 크기를 확보해야 프리미엄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데 작은 차체로 프리미엄급 차를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장르인 셈이다.

XT4는 이런 제한을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의 디자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실내는 탄소섬유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해 정성스럽게 마무리했다. 안전 및 편의 장비들을 넉넉하게 집어넣었고 9단 변속기가 조율하는 238마력의 강한 힘에 AWD를 얹었다. 작은 크기의 한계를 극복해 프리미엄 SUV로 야무지게 실속을 채웠다.

작은 크기지만 실내공간이 좁지 않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꽉 찬다. 차체 길이 4,595mm로 투싼보다 조금 작고 스포티지보다 조금 크지만 차폭과 휠베이스는 1,880mm와 2,779mm로 가장 길다. 발육 상태가 좋은 요즘 아이들처럼, 말이 컴팩트지 실제 사이즈는 과거 중형급에 버금간다.

두 갈래로 갈라진 헤드램프는 입을 쩍 벌린 독사를 닮았다.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하는 캐딜락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검정 테두리를 두른 듯 그릴을 비롯해 차창, 측면 차체 하단 등에 블랙 유광 재질을 사용해 강하고 분명한 인상을 완성시켰다.

룸미러는 후방 카메라와 연동하는 모니터로 작동한다. 더 넓고 선명하게 사각 없이 차의 뒤쪽 상황을 보여준다. 필요하면 미러 각도를 조절해 모니터 기능을 끄고 거울로 볼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은 깔끔한 그래픽이 돋보인다. 터치 반응이 빠르다. 모니터에 손자국이 남는 게 싫으면 조그셔틀 방식의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할 수도 있다.

무선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다. 근거리 무선 접속 방식(NFC)을 이용해 아주 쉽게 연결된다.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모두에 대응한다. 선을 연결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게다가 센터 콘솔 앞에 스마트폰을 놓아둘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무선 충전도 된다. 쉽고 깔끔해서 만족스럽다.

스티어링은 2.7회전 한다. 차 크기에 딱 좋은 락투락 조향비다.

주행모드는 투어, 4WD, 스포츠, 오프로드 등이 준비됐다. 투어 모드에서는 2WD, 전륜구동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모드에서는 4WD가 된다. 투어 모드가 에코 모드인 셈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마사지 시트도 있다. 13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수준 높은 음질을 들려준다. 볼륨을 올리면 소리와 더불어 스피커의 울림이 다가온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지원한다. 4개의 마이크를 통해 실내 소음을 체크하고 반대 주파수를 스피커로 내보내 소음을 낮추는 기능이다.

238마력의 강한 힘이 부드럽게 작동하는 건 9단 변속기의 조율 덕분이다. 높이가 낮은 계단을 부지런히 올라가듯 크지 않은 변속 충격을 보이며 변속과 가속을 이어간다. 부드러운 첫 느낌은 속도를 높여가면서 점차 강한 반응으로 변한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거침이 없다. 아주 빠른 속도까지 내달리는데 속도에 비해 차체의 안정감이 높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함이 크지 않다. 체감속도로 실제 속도보다 훨씬 낮다.

사륜구동 시스템, 245/45R20 사이즈의 타이어,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서스펜션 등이 주행 안정감을 높은 수준에서 완성시켰다. 서스펜션은 가변 댐핑 컨트롤 기능이 있는 액티브 스포츠 서스펜션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9단 1,500~4단 6,000구간을 커버한다. 그 넓은 범위에서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다. 변속레버를 한 번 더 내리면 수동변속 모드다. 패들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수동모드에서는 자동 변속이 안 된다. 운전자가 직접 변속을 해야 시프트 업, 다운이 일어난다. 3단에서 끝까지 가속하면 시속 8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6,200rpm을 물고 다음 변속을 기다린다. 운전자가 직접 변속을 해야 4단으로 넘어간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며 팽팽한 힘을 즐길지, 회전수를 낮춰 느슨한 여유를 즐길지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수동모드에서도 결국 자동 변속을 해버리는 경우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주인 명령에만 따르겠다는 충성스러운 자세여서다. 운전자를 제대로 존중하는 차다.

시속 100km에서의 강한 제동. 발등이 시큰하도록 가차 없이 페달을 밟았다. 앞으로 기우는 건 잠깐이다. 강한 제동을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낸다. 안전띠가 되감겨 몸을 잡아주지는 않았다.

액티브 그릴 셔터는 주행 상황에 따라 개폐된다. 엔진룸의 열관리와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료 관리 시스템은 정속주행 상태에서 엔진 부하가 적을 때 일부 실린더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 효율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속도를 좀 더 끌어올리고 코너에 진입했다. 차체가 높은 SUV여서 무게 중심은 높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이 불안한 자세를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 있다. 조금 기우는 느낌은 있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살짝 불안할 때 재미는 더 커지고 재미가 넘치면 불안해지는데 딱 좋은 재미를 느낄 정도의 반응이다.

테스트를 핑계로 조금 과한 코너를 시도했지만 SUV로 굳이 강한 코너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평소 운전할 때는 편안하게 차를 다루는 게 좋다.

시속 100km/h 가속 시간과 거리를 GP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했다. 238마력에 공차중량 1,825kg으로 마력당 무게비 7.6kg 정도다. 10회의 가속 테스트 결과는 모두 8초대로 고른 기록을 보였다. 평균 8.35초였고 가장 빠른 기록은 8.18초로 측정됐다. 가속 거리는 평균 128.81m, 최고기록은 125.50m였다.

급에 비해 좁지 않은 실내공간, 무난하게 달리다가도 운전자가 요구하면 충분히 부응하며 고속주행까지 기대 이상으로 너끈하게 해낸다.

국내에서는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5,531만원. 아주 많은 경쟁 모델들이 있다. 벤츠 GLA와 GLB, 볼보 XC40, BMW X2, 아우디 Q3 등을 꼽을 수 있다. XT4는 이들과 비교할 때 트렁크의 기본 공간이 가장 넓고 차체 너비도 최대 사이즈다. 공간 면에서 좀 더 유리한 체격이다. 변속기는 10단으로 가장 많은 단수를 가지고 있고 출력과 토크도 가장 세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측정했다. 공인복합 연비는 10km/L. 2WD로 달리는 투어 모드를 택해 경제운전을 한 결과 리터당 15.1km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리어 카메라 미러는 선명하고 넓은 시야로 만족스럽지만 때로 햇볕에 반사되면 형상이 흐릿하게 보일 때가 있다. 먼 곳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리어 카메라 미러를 보면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눈이 적응하면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주행보조 시스템의 차선이탈 방지 장치는 차선 안에서 갈지자로 움직인다. 차로 중앙을 유지해주는 게 아니라 차선에 가까워지면 넘어가지 않도록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방식이다. 차로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업그레이드 하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