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자태를 뽐내며 무섭게 달린다. 차의 흔들림이 확연히 적다. 쿠페의 멋, 터보의 힘, 그리고 흔들림 없는 안정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차의 격을 높였다.

아름다운 고성능, 포르쉐 카이엔 터보 쿠페를 타고 달렸다.

뒤로 갈수록 낮게 흐르는 루프 라인은 포르쉐의 뿌리, 911과 닮았다. SUV에 쿠페를 결합한 디자인이 그리 멋스럽게만 보이지는 않지만, 포르쉐라면 다르다. 잘 어울린다. 쉽지 않은 조합을 멋지게 완성시켰다.


인테리어는 각잡힌 독일 병정처럼 수평축을 강조하고 있다. 12.3인치 인포메이션 모니터는 대시보드 안으로 완전히 매립했다. 돌출된 모니터보다 훨씬 보기 좋고, 안전하다. 원칙을 지키는 인테리어다

포르쉐에서 ‘터보’는 단순한 기술적 수식어가 아니다. 궁극의 고성능을 의미한다. V8 4.0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터지는 558마력의 힘이 이를 말한다. 슈퍼카 수준의 고성능이 빛을 발하는 건 포르쉐의 새시컨트롤 기술 덕이다. 고속주행, 코너, 제동 등 어떤 상황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을 적극적으로 제어해 차체 안정을 제어한다.

3챔버를 적용한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 안티롤바, 트랙션 매니지먼트, 사륜구동, 리어액슬 스티어링, 토크 벡터링 등이 높은 수준에서 합을 맞추며 차체의 흔들림을 억제한다. 차체를 낮추고, 코너에서 안쪽 바퀴에 제동이 개입하고, 물리적으로 기우는 부분을 높여주고, 뒷바퀴까지 조향에 개입하는 식이다.

매우 빠른 고속주행 영역에서도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안정된 자세는 놀라웠다.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 차이가 너무 크다. 조금 더 고성능의 영역에 도전하게 되는 이유다.

이런 고성능이 가능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개입해 차체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동성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노란 브레이크 캘리퍼를 적용해 눈에 확 뜨이는 세라믹 브레이크는 조금 더 강한 제동을 감당해낸다.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의 디스크 직경이 전륜 440mm, 후륜 410mm에 달한다.

차체 높이는 5단계로 달라진다. 고속주행할 때는 낮아지고, 오프로드에선 최저 지상고 245mm까지 바짝 올라간다. 노멀 상태에서 최저지상고는 190mm. 짐을 실을 땐 트렁크에 있는 버튼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4,939×1,989×1,653mm 크기에 휠베이스 2,895mm의 크기다. 카이엔 터보보다 130mm 길고 20mm 낮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3개가 넘는 공간이 남는다. 공간을 따질 필요가 없다. 뒤로 갈수록 지붕이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이지만 머리 위 공간도 여유 있다. 압박감이 없다. 4인승으로 실내를 구성해 공간 그 자체가 주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뒷좌석 가운데는 시트가 아니다. 수납공간으로 남겨뒀다.

왼쪽 시동 버튼, 계기판 한가운데의 타코미터 인테리어에 적용되는 포르쉐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다. 스티어링휠은 2.3회전 한다. 차체가 길지만 어쩔 수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인 만큼 스티어링휠 조향비를 타이트하게 세팅했다. 당연한 일이다.

빠른 조향을 돕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다. 리어액슬 스티어링이다. 사륜 조향장치다. 저속에선 앞뒤 역방향, 고속에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회전직경 12.1m에서 리어액슬 스티어링을 더하면 11.5m로 짧아진다. 회전하는데 필요한 공간이 그만큼 좁아져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듀얼 4개의 주행 모드가 있다. 에코 모드는 없고 오프로드 옵션은 있다.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택하면 온로드, 자갈, 진흙 모래, 바위 등의 메뉴가 펼쳐진다. 도로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각 모드에 따라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 상태를 화면에서 보여준다. 섀시 높이도 4단계로 선택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도 충분히 잘 움직일 것으로 보이나, 이를 직접 확인할 필요는 없겠다. 이 비싼 차를 거친 오프로드에 밀어 넣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스티어링휠에 붙은 또 하나의 작은 휠을 돌려 주행모드를 선택하는데 그 가운데를 누르면 스포츠 리스폰스가 반응한다. 20초간 최강 파워를 뿜어내며 달린다. 직진 가속, 추월 등 순간적으로 강한 힘이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된다.

자유로에 올라섰다. 교통 흐름을 따라 편안하게 움직인다. 차체가 높아 함께 달리는 차들을 살짝 내려다보는 맛이 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8단 1,200을 지킨다. 놀라운 건 2단까지 내려간다는 것. 8단 변속기의 2단에서 100km/h를 커버한다는 사실이다. 이때 rpm은 6,400. 그저 감탄할밖에. 포르쉐가 달리 포르쉐가 아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같은 100km/h지만 8단에서 한없는 여유로움을, 2단에서 폭발하는 열정을 만나게 된다. 같은 속도에서 이렇게 차분할 수도, 이렇게 뜨거울 수도 있다. 포르쉐라면 그렇다.

558마력의 힘을 다스리기에는 스포츠 플러스가 제격이다. 속도는 높아지고 차체는 낮아진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퍼진다. 거침없다. 노면의 자잘한 충격은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무시하듯 밟아버린다. 있는 듯 없는 듯 흡수해버리는 느낌이다.

차체의 흔들림을 보완해주는 아주 다양한 장치들이 있다. 트랙션 매니지먼트, 토크 벡터링, 사륜구동 시스템,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액티브 롤 안정화를 포함하는 다이내믹 섀시컨트롤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기술들이 지향하는 바는 차체를 최대한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

덕분에 고속주행이 오히려 편안하다. 박력 넘치는 엔진 사운드와 적당히 들리는 바람 소리에 취해 달리다 보면 속도감이 무뎌질 지경에 이른다. 계기판을 자주 살펴야 하는 이유다. 공기저항계수 계수 0.34로 바람 소리는 속도에 비해 낮게 들린다.

팽팽한 힘을 만들어내는 엔진은 보어와 스트로크가 86.0mm로 스퀘어 엔진이다. 빠르고 짜릿한 가속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스퀘어 엔진이 제격이다.

100km/h에서 아주 강한 제동을 걸었다. 전강후강,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강한 제동을 이어간다. 차체가 많이 숙여지지도 않는다. 앞차축이 완강하게 버티며 강하게 제동을 마친다.
시승차에는 노란색 캘리퍼를 쓰는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포르쉐의 고성능 브레이크다.

좌우 흔들림을 보완해주는 안티 롤 바, 사륜구동의 접지력을 유지하는 광폭타이어,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 토크 백터링 등이 수준 높은 조화를 이루며 고속 코너링을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코너 중간에서 좀 더 가속을 시도할 정도다.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했지만 체감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차분하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기대 이상으로 가뿐하게 돌아 나왔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했다. 노면이 젖어있어 어느 정도 기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태였음을 밝힌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3.9초. 이쯤 되면 수퍼카라 할 수밖에 없다.
론치 컨트롤을 이용해 6차례 시속 100km에 도전했다. 가장 빠른 기록 5.33초, 가장 느린 기록 5.56초였다. 편차가 크지 않은 기록이다. 평균 기록은 5.43초.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9.0km/L였다. 공인 복합 연비는 6.6km/L. 대배기량에 고출력, 2,175kg에 달하는 무게 등을 볼 때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조건들이다. 주행모드에 에코 모드가 없을 정도로 연비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를 사는 이들에게 연비의 중요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모든 포르쉐의 결론은 하나다. 스포츠카다. 카이엔 터보 쿠페도 마찬가지다. SUV에 쿠페 라인을 적용해 맵시를 뽐내고 있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차원이 다른 주행 성능을 보여주는 분명한 스포츠카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쿠페는 어쩔 수 없이 부자의 차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기본 가격이 1억 8,100만 원이다. 보디 컬러 340만원, 경량 스포츠 패키지 1,520만원,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470만원, 리어액슬 스티어링 290만원 등등 옵션을 하나하나 택하다 보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포르쉐코리아에서 제공한 시승차 가격은 2억2,850만원이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뒷좌석 손잡이에서 삐걱대는 마찰음이 난다. 손잡이를 잡았다 놓으면 되돌아가면서 삐걱대는 소리가 발생하는 것. 시승차만의 문제겠지만 그래도 아쉽다. 포르쉐답지 않아서다. 최고 수준의 품질 완성도를 자랑하는 포르쉐에서 이런 하찮은 부분에서 거슬리는 소리가 나다니.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는 안 좋다. 쿠페 스타일의 맹점이다. 룸미러의 아랫부분은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가리고, 윗부분은 지붕이 가린다. 그만큼 룸미러의 유효면적이 좁다. 쿠페 스타일을 적용한 만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크루즈컨트롤만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니다. 차선이탈경보장치도 없다. 운전의 즐거움을 지향하는바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주행보조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며 운전하고 싶을 때는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