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 루비콘. 오직 오프로드를 고집하는 정통 SUV로 지프의 대표 주자다. 지프코리아가 최근 100대 한정으로 국내 시판에 나선 레콘 에디션을 타고 시승에 나섰다.

지프의 랭글러 루비콘 레콘 에디션은 루비콘 4도어 베이스다. 무광 블랙 후드 데칼, 유광 블랙 세븐 슬롯 그릴, 무광택 블랙 펜더, 벤트 데칼, 레콘 레터링 뱃지 등이 특징이다. 사이드 스텝을 겸하는 모압 락 레일, 스윙 리어 게이트 보강 장치 등이 더해졌고 인테리어는 검정색에 레드 컬러 액센트를 줬다. 디테일에 변화를 줬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랭글러 루비콘 그대로다.

레콘 에디션에는 트레일 레이티드 액세서리 키트가 함께 제공된다. 빨간색의 트레일 레이티드 가방 안에 오프로드용 글로브, 견인 스트랩, D형 연결 고리 등이 들어있다. 험로 주행에 특화된 모델인 만큼 위기 탈출용 소품들을 제공하는 것.

4,885×1,895×1,85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3,010mm다. 공차중량은 2,120kg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는 변함없는 모습이다. 자를 대고 그린 박스스타일의 반듯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4도어 모델로 뒷공간, 트렁크 공간은 충분하게 확보했다. 도어와 지붕을 떼어내고 뼈대만 드러낸 채 달리는 건 랭글러의 특권. 컨버터블과는 또 다른, 야성미 물씬 풍기는 오픈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7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계기판, 터치스크린 방식의 8.6 인치 유커넥트 모니터가 다양한 주행 정보를 띄워준다. 유커넥트 시스템을 통해서 차의 주요 기능을 확인하고 작동시킬 수 있다. 드래그앤 드롭 방식으로 화면 구성을 조절할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화면 하단에 고정시킬 수도 있다. USB 포트와 230V 콘센트까지 확보해 다양한 전자기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8개의 스피커가 박력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897ℓ로 넉넉한 데다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5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은 3.3회전 한다. 차 크기에 비해 여유 있는 스티어링 락투락 조향비다. 약간의 유격이 있다. 오프로드에서는 어느 정도 유격이 있어야 한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물론 스티어링 휠을 통해서도 노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서다.

225/75 R17 사이즈의 오프로드용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편평비 75로 사이드월을 한껏 키웠다. 타이어 트레드 패턴은 마치 깍두기를 붙여놓은 듯하다.

온로드에서는 선택할 게 없다.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주행모드조차 없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으면 에코, 깊게 밟으면 스포츠다. 움직이면 됐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하냐는 태도다.

오프로드에서는 다르다. 노면 상태, 주행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판단하고 선택하고 조절해야 할 게 많다. 사륜구동을 택할지, 4H, 4L 중 무엇을 택하지, 앞, 뒤, 센터의 디퍼렌셜을 어떻게 조절할지, 스웨이 바를 언제 해제할지 등등을 판단해야 한다.

4H로는 비교적 가볍게 때로는 탄력을 이용하며 움직일 수 있고, 4L에서는 탱크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높낮이 변화가 큰 길이라면 스웨이바를 해제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 허용 범위를 넓게 해줘야 하고, 헛도는 타이어가 있을 때는 디퍼렌셜 락을 통해 좌우, 혹은 앞뒤 타이어 회전을 직결시켜야 한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이 차를 타는 가장 큰 재미다.

랭글러 루비콘에는 락트랙 4WD 시스템이 적용됐다. 로 기어비가 4:1로 최악의 오프로드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4WD 시스템이다.

몸도 오프로드에 최적화되어 있다. 269mm의 최저지상고, 최고 수중 도하 깊이 762mm, 접근각 34.8도, 램프각 20.8도, 이탈각 29.2도 등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정도로 오프로드에 최적화한 차는 거의 없다. 랭글러가 오랜 시간 동안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사랑을 받는 이유다.

랭글러 루비콘에게 온로드는 큰 의미가 없다. 단순한 이동 구간에 불과하다. 고속주행이 가능하지만, 바람 소리, 노면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등산화 신고 100m 달리기하는 기분이다. 큰 의미 없겠다. 100km/h 전후에서 노면 소음은 실내로 파고들고 속도를 올리면 바람 소리가 제법 거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닌 크루즈컨트롤만 있다. 그나마 있는 게 대견할 정도.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보이고 4단 4,200rpm 구간에서 움직인다. 고속주행은 의미 없다. 차체 높아 주변 차들을 내려다보며 달린다. 넓은 시야도 압권.

분명한 건, 효율을 앞세우며 온로드를 지향하는 도심형 SUV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남들이 뭐라든 스스로의 정체성은 ‘정통 오프로더’임을 분명하게 지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2.0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보여주는 272마력, 40.8kgm의 힘은 차고 넘친다.

오프로드에 오르는 순간 물 만난 고기가 된다. 길이 험할수록 신나게 움직일 수 있다. 굳이 사륜을 넣지 않고도 험로를 헤쳐나간다. 차체가 높고 발톱을 바짝 세운 타이어 덕이다. 타이어만으로 안된다 싶을 때 비로소 사륜구동을 넣게 된다.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타이어 그립만으로도 움직이기 충분하다. 타이어가 미끌미끌 움직이면서도 슬립하지 않고 강한 힘으로 차체를 밀고 나간다. 굳이 4L이 아니어도 충분했다. 뒤뚱거리는 차체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움직이는 느낌을 즐겨야 한다.

경사로에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3초 정도 제동 상태를 유지한다. 그 사이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뒤로 밀릴 염려가 없다.

각자 필요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주로 온로드에서만 달리는 사람에게 이 차는 무용지물이다. 가끔은 오프로드에 올라서는 운전자라야 이 차에 눈길을 주게 된다. 오프로드에서 주로 움직이는 환경이라면, 다른 차 쳐다볼 이유가 없다. 그런 운전자에겐 랭글러 루비콘이 정답이다. 조금 찌그러져도, 흙탕물을 뒤집어써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멋있게 보일 수도 있다. 랭글러 루비콘은 그런 차다.

공인 복합 연비는 8.2km/L다. 파주-서울간 실주행 연비를 살펴봤다. 2H로 구동 상태를 선택하고 에어컨을 최소한으로 작동시킨 뒤 차분하게 움직였다. 엔진 스탑 시스템이 있어 그나마 연비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11.36km/L(8.8L/100km)였다.

랭글러 루비콘 레콘 에디션 판매가격은 6,14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차다. 그게 랭글러 루비콘의 매력이지만 때로 불편하다. 크루즈컨트롤만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없다. 차선이탈 경고 장치도 없다. 아무리 오프로드에 최적화했다고는 하지만 온로드로 이동할 때가 더 많다. 주행 모드를 선택하거나 주행보조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게 온로드 편의성도 어느 정도까지는 보강해줘야 하지 않을까.

우측 펜더에 자리한 안테나는 요즘 보기 힘든 존재다. 손쉽게 떼어낼 수도 있어 장난꾸러기들의 타깃이 될 수도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