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온 파란 눈의 전기차. 벤츠 EQC가 한국 판매를 시작했다. EQC 400 4매틱이 첫 주자다. EQ 브랜드를 앞세웠으나 명실상부, 벤츠의 첫 전기차다. 포천에서 잠실까지 핸들을 잡았다.

첫 전기차가 SUV다. ‘전기차는 효율이 먼저’라는 건 선입견일까. 넓은 공간, 높은 효용성이 강점인 SUV지만, 무겁다. 효율을 앞세웠다면 결코 SUV를 첫 타자로 내세우지는 않았을 터. 벤츠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공차중량이 2,440kg. 배터리 무게만 600kg에 이른다고 한다. 배터리 용량은 80kWh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309km로 인증받았다. 409가 아니고 309다. 의외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기도 하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 판단할 부분. 몸무게를 좀 더 줄였다면 주행가능 거리는 훨씬 길어졌을 터.

왜 이렇게 무거울까. SUV에 배터리를 담고, 럭셔리 클래스에 걸맞은 첨단 주행보조 장치, 안전, 편의 장비 등을 적용한 결과다.

단정한 모습, 그 앞에 브랜드의 특징을 잘 담았다. 날개를 펼친 그릴, 블랙 컬러로 바탕을 깔고 파란 선을 넣어 EQ의 상징으로 만든 헤드램프가 그렇다. 파란 눈의 독일 전기차라고 부른 이유다. 차체 측면 사이드 스텝은 사족이다. 발판이 필요할 만큼 차가 높은 게 아니어서다. 오프로드에선 손상될 위험도 있다. 무게도 추가된다. 없는 게 낫다.

또 하나의 사족. 센터 터널이다. 기존의 플랫폼을 사용한 결과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센터터널이 남아 뒷공간을 제한하고 있다. 아쉽다.

엔진 대신 모터가 들어가 있으니 이제는 모터룸이다. 그 안에는 모터가 있다. 뒤에도 또 하나의 모터가 배치돼 사륜구동이 됐다. 앞 모터는 중저속에서 효율 중심으로 작동하고, 뒷 모터는 다이내믹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두 개의 모터가 내는 힘은 408마력, 77.4kgm다. 마력당 무게비는 5.9kg,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 시간은 5.1초다. 2.4t의 무게가 5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 대단한 파워다.

실제 그랬다. 가속페달의 저항점, 킥다운 버튼을 꾹 밟아 누르면 팽팽한 가속이 즉시 일어난다. 힘찬 엔진 소리는 간데없고, 전기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마는 듯 낮게 깔린다. 묘한 이질감은 곧 적응된다.

빠르게 속도를 올려 고속주행 구간에 접어든다. 체감속도가 중요하다. 실제 속도보다 훨씬 낮게 느껴지는 것. 몸이 실제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20~30km/h 이상의 차이가 난다. 차체 높이 1,620mm, 너비 1,890mm로 단면적이 큰 SUV인데도 바람의 저항이 크지 않다. 속도에 비해 낮은 바람 소리가 이를 말해준다.

엔진이 없어 엔진 소리가 사라지면, 그 빈틈을 채우는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마련인데, EQC는 바람 소리조차 잘 잡았다. 조용했다.

안정감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췄고, 사륜구동으로 움직여서 안정감이 뛰어났다. 흔들림이 적으니 불안감도 크지 않다. 운전자 입장에선 다루기 편하고, 승객은 편안하다.

회생제동장치는 패들 시프트로 조절하는데 모두 4단계가 있다. 회생제동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순서부터 D–, D-, D, D+다. D 혹은 D+가 자연스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다. D—에서는 뻑뻑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브레이크를 밟은 듯 회생제동이 강하게 작동한다. 원 페달 드라이브가 가능해지는 것. 심지어 내리막길에서도 차가 멈출 지경이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가속페달을 밟아도 달릴 생각이 없는 듯 반응이 더디다. 익숙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자연스럽게 D+를 택하게 된다. 엑셀 온·오프에 따른 반응이 자연스럽고 주행 질감이 좋아서다. 회수되는 전기량은 많지 않겠지만 대신 탄력주행을 잘 활용해 전기 소비 없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완성도 높은 주행보조 장치 덕분에 운전이 편하다. 차간거리 조절, 차로 유지를 잘한다. 초보 운전자보다 훨씬 낫다. 직접 체험할 수는 없었으나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에는 교차로에서 마주오는 차를 인식하고 충돌 위험시 경고한 뒤 제동까지 개입한다. 후미 충돌 위험이 있을 때는 뒤차에도 위험을 경고하고, 시동을 끈 뒤에도 3분간 뒤에서 오는 차를 감시하는 하차 경고 어시스트도 있다. 주행보조와 첨단 안전 장비의 수준이 한껏 높아진 것.

MBUX는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음성명령을 할 수 있다. 내일 아침 7시에 에어컨 부탁해, 80%로 충전해줘, 등 대화하듯 얘기하면 잘 알아듣는다. 장난스레, “오늘 시간 있어?” 물어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판매가격은 1억 500만 원.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보조금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대신 벤츠코리아는 올해 이 차를 사면 가정용 충전지를 무료로 설치해 준다. 혹은 1년간 무료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한다. 어쨌든 내년이 승부처다.

차의 곳곳에 새겨진 1886. 벤츠가 가솔린 엔진차로 독일 특허청의 특허를 받은 해다. 벤츠의 시작점인 것. 벤츠의 과거, 역사를 품고 미래로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오늘과 내일이 이 차안에 공존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오늘의 모습이 있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전기차의 모습이 있다. 편안한 오늘,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질 내일.

벤츠의 전기차 시대는 이제부터다. EQV, EQS 등이 대기하고 있고 전동화 전략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벤츠의 전기차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볼 시간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서스펜션은 생각보다 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컸다. 충격을 품어 안을 생각은 전혀 없고, 덤비는 만큼 맞받아친다.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서스펜션은 한 스텝쯤 부드럽게 세팅하는 게 한국 도로상황에는 맞겠다는 생각이다.


내비게이션은 난감했다. 강남의 골목길에서 방향을 잡아주지 못했고, 갈림길에서 진행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주지 못했다. 어쩌면 운전자가 제대로 못 읽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에 메이커가 맞춰야 한다는 것. 메이커의 방식에 소비자가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