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뉴 C3 에어크로스 SUV. 이름이 참 길다. SUV는 빼도 좋겠구만, 굳이 정식 명칭에 집어넣었다. 유럽에선 제법 알려진 모델이지만 한국에서 시트로엥은 여전히 낯선 브랜드다. 수입차 시장에서 그리 크지 않은 존재감이지만, 시트로엥은 차근차근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4,160mm의 길이에 1,765mm의 너비, 높이는 1,650mm다. 오렌지 컬러로 포인트를 준 모습이 예쁘다. 밝은 립스틱으로 멋을 낸 프랑스 여인을 닮았다. 유럽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이 차처럼 덩치가 작은 편이다.

범퍼 위로 얇게 시트로엥 엠블럼을 배치했고 그 좌우로 주간주행등이 자리했다. 헤드램프를 감싸는 오렌지 컬러의 사각 라인이 디자인 포인트를 이룬다. 루프랙, 사이드 미러, 쿼터 글래스, 휠 캡 등에 오렌지 컬러를 사용해 발랄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인테리어에도 송풍구, 핸들, 시트 등에 같은 컬러를 넣었다. 색을 잘 썼다.

인테리어는 소박하지만 실속은 꽉 찼다. 짧은 길이에 실내 공간의 제약이 크지만 슬라이딩 시트로 재치있게 극복했다. 뒷좌석을 앞뒤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든 것. 덕분에 실내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수석도 반으로 접을 수 있어 아주 긴 짐도 거뜬히 실을 수 있다. 좁은 공간을 넓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뒤창에는 햇빛 가리개도 준비했다. 차급에 비해 과한 옵션이겠지만, 따가운 햇볕과 타인의 시선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서 좋다.

내비게이션은 안드로이드 오토, 혹은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있는 기능을 굳이 차에 담을 필요가 있을까. 스마트폰이 있다면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영리하게 상품구성을 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장치도 있다. 올려놓으면 충전이 된다.

센터패시아 아랫부분에는 그립 컨트롤이 있다. 시트로엥이 자랑하는 부분이다. 다양한 도로 조건에서 구동 타이어의 그립을 미세하게 조절해 사륜구동에 준하는 구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최저지상고가 175mm여서 그립컨트롤을 이용하면 어지간한 오프로드에서도 문제없이 구동할 수 있다. 내리막길 주행보조 시스템도 있다. 내리막길에서 저속 크루즈가 가능한 기능. 시속 3km까지도 속도를 조절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

크루즈컨트롤은 가장 단순한 형태다. 정해진 속도로만 달릴 수 있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조향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모두 14개의 주행보조 시스템이 있지만 운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빔으로 앞뒤 서스펜션을 구성했다. 노면의 굴곡, 과속방지턱 넘을 때 어느 정도의 충격은 전해온다.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차체가 높은 편이라 빠른 속도에서 흔들림을 걱정했는데, 우려였다. 제법 빠른 속도에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잘 유지했다. 물론 굽은 길을 빠르게 돌아나갈 때는 차체가 기울어지는 면이 있다.

1.5 블루 HDi 엔진은 120마력의 힘을 낸다. 강한 힘은 아니지만 몸무게도 가벼워서 움직임이 가볍다. 공차중량 1,375kg 차체를 무리 없이 끌고 간다.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딱 맞는 힘을 꺼내 준다.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강한 힘이 아니지만 지치지 않고 빠른 속도까지 달려나간다.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는 비슷한 수준. 고속주행에서 차체 흔들림은 크지 않다. 고속에서는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가 적당히 섞여 들린다.

시속 100에서 rpm은 1800 정도를 마크한다. 같은 속도에서 3단 4,100까지 움직인다.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rpm은 무난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스포츠카 같은 반응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과격한 코너를 시도하면 힘들어한다. 부드럽게 달래가며 움직인다 생각하면 부드럽고 무난하게 움직인다. 인상적인 것은 부드러운 변속기다. 반응이 부드럽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몇 차례 측정해본 0-100km 가속 시간은 베스트 타임이 13초 51이었다. 이 차의 성격을 가장 단적으로 말해주는 부분이다.

파주에서 서울까지 55km를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직접 측정해본 연비는 23.2km/L. 공인 복합연비는 14.1km/L다.

뉴 C3 에어크로스 SUV는 3개 트림으로 판매한다. 필(2,925만원) 샤인(3,153만원) 샤인 브라운(3,252만원) 등이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컵 홀더가 도어 포켓에 있다. 커피잔이라도 들도 타면 컵을 수시로 넣었다 뺐다 하기가 번거롭다. 짐을 수납하는 공간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수시로 수납을 해야 하는 공간으로는 불편하다. 변속레버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좁은 차폭을 감안해 가운데 공간을 압축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는 버튼이 센터패시아 하단에 배치했다. 몸을 숙여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아무래도 불편하다. 변속레버 주변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해서 다시 디자인하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