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리프는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처음으로 양산된 전기차여서다. 연구 개발용이나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전기차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전기차의 대중화는 닛산 리프에서 시작됐다. 리프가 처음 등장했던 때가 2010년.

리프는 벌써 2세대 모델로 진화했다. 그것도 2년 전인 2017년 9월에 2세대 모델을 선보인 것.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합리적 가격의 가족용 친환경차를 모토로 내건 리프를 시승했다.

리프는 40kWh 배터리를 사용해 1회 충전으로 231km를 달릴 수 있다. 코나, 니로 등이 64kWh 배터리를 사용해 400km를 훌쩍 뛰어넘는 주행가능거리를 보이는 것에 비하면 부족해 보이는 성능이다.

리프의 보닛 내부. 12V 배터리를 함께 사용한다.

하지만 꼭 그럴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도심용 전기차라면 무거운 배터리를 이고 달릴 필요가 없다. 배터리 용량이 클수록 충전시간도 오래 걸린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연비에도 불리해진다. 주행 가능 거리 200km에 만족한다면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V형 그릴, 부메랑 램프 등 앞뒤로 닛산의 디자인 코드를 잘 심어놓았다. 블랙 C 필러 때문에 언뜻 보면 지붕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날 선 보닛, 두툼한 측면 보디에 뒷모습은 머플러 대신 디퓨저로 마무리했다. 일반적인 세단보다 조금 높은 듯한 차체지만 공기저항 계수는 0.28이다.

4,480×1,790×1,540mm 크기로 작아 보이지만 실내는 필요한 공간을 잘 확보했다. 172cm의 기자가 뒷좌석에 앉아서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가 넉넉히 들어가는 공간이다. 센터 터널이 솟은 것은 의외다. 차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뒷좌석 센터 터널이 솟은 것이겠으나, 없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트렁크는 깊다. 적재공간 435ℓ로 차의 크기에 비해 넓은 편이다. 배터리를 차체 중앙 바닥 쪽으로 전진 배치해 트렁크 공간을 벌었다.

E 페달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가속페달 하나로 고/스톱이 가능한 것. 페달을 밟으면 고, 페달에서 발을 떼면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듯 속도를 줄이고 완전 정지까지 이뤄진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를 멈출 수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E 페달이 조금 불편하다.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강한 감속을 만나기 때문이다.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 교통체증 구간에서는 E 페달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가속페달에 오른발을 얹어 발목을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차를 조절할 수 있어서다. 쉐보레 볼트 EV에 원 페달 시스템이 이와 유사한데 닛산 E 페달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한다. 교통 상황을 보아가면서 사용하면 아주 유용한 기술이다.

움직임이 가볍다. 엔진이 없는 차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움직인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바람 소리, 타이어 소리가 조금씩 커지지만 실내의 조용함을 깨트릴 정도는 아니다. 대개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잡소리들이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리프는 유입되는 소리 들을 잘 차단하고 있다. 엔진 소리가 사라진 공간을 잘 지켜내고 있는 것. 바람 소리, 노면 잡소리, 타이어 소리 등이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110kW, 즉 150마력의 힘은 숫자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속페달을 한 번에 끝까지 밟으면 순간 가속이 확 살아난다. 시트가 몸을 미는 게 느껴질 정도. 바로 전기 모터의 성능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7.9초. 공차중량 1,585kg이니 마력당 무게비 10.56kg임을 감안하면 10초 전후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보다 훨씬 빠른 셈이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실제로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8.45초가 가장 빨랐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면서 실제로 측정한 연비는 8.7km/kWh 였다. 공인복합연비 5.1km/kWh에 비하면 무척 우수한 실제연비를 보였다.

전기차의 양면성이다. 아주 조용하고 편하게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무척 빠른 가속 반응을 보인다는 것. 리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리프는 비상 상황에서 가정용 전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연재해로 전력공급이 끊겼을 때 리프의 배터리를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것. 혹은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오지에서 가정용으로 전기를 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전력공급장치가 되는 것. 전기차의 활용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리프는 두 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SL이 4,830만 원, S가 4,190만 원이다. 국비 보조 900만 원이고 지자체 보조는 450만~1,000만 원까지 지역별로 다르다. 서울시는 450만 원을 지원한다. 서울에서 산다면 1,3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SL이 3,480만 원, S가 2,840만 원이 된다.

환경을 생각하는 구매자들의 착한 소비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이상기후, 미세먼지 등 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는 시대다. ‘착한 소비’에 대해 소비자들도 생각을 해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 그중에서도 전기차는 가장 착한 소비라 할 만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텔리전트 차간 거리제어, 즉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안전 공간을 확보하며 정해진 속도 이내로 주행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차선이탈 경보도 안 된다. 주행보조 시스템이랄게 없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을지 모르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