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지난 3월 신형 시에나를 국내 출시했다. 앞모습을 새롭게 디자인했고 엔진도 좀 더 강해졌다. 수입차 시장에서 미니밴은 매우 귀한 존재다. 시에나 말고는 혼다 오딧세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시장 자체가 크지 않지만, 대신 경쟁도 그닥 치열하다고 할 수 없는 틈새 시장이다.

길이 5,095mm, 너비는 1,985mm다. 길고 넓다. 승차정원 7명. 2+2+3으로 시트가 구성됐다. 5미터가 넘는 이 큰 차의 정원이 달랑 7명이다. 비슷한 크기의 11인승 차와 비교한다면 최소한 공간 면에서는 초호화 럭셔리라 할만하다.

이 차의 중심은 2열 시트다. 두 개의 2열 시트는 비행기 일등석 시트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받쳐준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지친 몸을 맡길 수 있다. 3열 시트는 트렁크 바닥에 수납되어 있다. 레버를 젖히고 끈을 잡아당기는 단 두 단계 동작으로 숨겨진 시트를 꺼낼 수 있다. 완전 수동식이라 빠르게 세팅할 수 있어서 좋다. 전동식이었다면 버튼을 누른 채 한동안 기다려야 할 텐데, 그럴 필요 없다.

2m에 육박하는 차폭은 장단점이 분명하게 교차한다. 차 안에서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대신 차 밖에서, 특히 주차하고 난 뒤 빠져나올 공간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차는 세웠는데, 몸은 빠져나오기 힘들 때가 생기는 것. 2열 슬라이딩 도어나 리어 게이트로 나올 수 있는 게 다행이다.

토요타의 패밀리룩인 ‘킨룩’ 디자인이다. 앞모습은 낮고 넓다. 로 앤 와이드를 추구하는 저중심 설계의 결과물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탁 트인 시야가 다가온다. 앞뿐 아니라 좌우의 차창도 시원하다. 차창의 숄더라인이 낮게 내려왔다. 운전석에서 자연스럽게 왼팔을 걸치면 편안하게 차창에 걸쳐진다.

살짝 유격이 느껴지는 스티어링휠은 여전히 3.5회전 한다. 덩치가 있는 만큼 스티어링휠도 크다. 빠르게 조작하기보다 신중하게 다루게 된다.

센터 콘솔은 모든 잡동사니를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다. 좀 더 넓게 확장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3.5ℓ V6 엔진은 300마력의 벽을 턱걸이로 넘겼다. 최고출력 301마력. 시승차는 4WD 모델로 공차중량 2,630kg으로 마력당 무게비 8.7kg이다. 성능 좋은 중형 세단 수준의 동력 효율이다. 그렇다고 이 차를 거칠게 다루는 건 바보짓이다. 여럿이 함께 타는 미니밴인 만큼 편안함과 안전이 다이내믹한 성능에 우선해야 한다.

실제로 시에나는 어머니 품처럼 포근했다. 포장도로의 굴곡이 잔잔한 파도처럼 다가온다. 시속 100km를 1,750rpm 정도에서 아주 편안하고 여유 있게 커버했다. 18인치 런플랫 타이어는 노면을 밀착하며 단단한 그립을 보였다.

100km/h를 훌쩍 뛰어넘는 속도에서도 시에나는 뛰어난 안정감과 가속력을 보여줬다. 301마력의 힘을 꽉 차게 뽑아내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다. 2.6톤을 넘기는 무게가 고속으로 달리는 무게감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아주 멋지게 고속주행을 커버한다. 하지만, 이 차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건 바보짓이다. 아무리 고속주행 안정감을 보인다 한들, 여럿이 함께 타는 승합차가 고속질주를 하면, 탑승객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향 개입까지 진행하는 차선이탈 경고, 차간 거리를 조절하며 정속주행하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등의 시스템이 있다.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차선을 제법 잘 읽어 코너에서도 스스로 돌아나갈줄 안다. 하지만 아직 믿고 맡겨선 안된다. 운전의 책임은 아직 운전자에게 있어서다.

가솔린 엔진의 팽팽한 탄력은 매력적이다. 또한, 가솔린 엔진이어서 실내는 좀 더 조용했고, 그래서 좀 더 편한 승차감을 느끼게 된다. 뭐랄까,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의 느낌이 살아있다. 디젤엔진차에서는 맛보기 힘든 고급스러움이다.

충분하고도 남는 힘과 그 힘을 받아주는 차체를 가졌지만, 조용히 부드럽게 움직일 때 시에나는 가장 빛난다. 졸음이 살살 올 정도의 포근함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차다. 낯선 도시에 내렸을 때, 시에나 2열 좌석에 앉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품에 안기듯 그 시트에 몸을 맡기고 차창 밖 낯선 풍경을 봐도 좋겠고, 비몽사몽 꿈인 듯 아닌 듯 한숨 자며 움직여도 좋겠다.

골프장 갈 때도 좋겠다. 4명이 한 차에 타고 움직이기에 딱 좋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골프 친구가 있다면 이 차 한 대 사 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2WD 트림은 5,440만원, 4WD는 5,720만원이다. 친구가 이 차를 산다면, 기름값은 내 몫이다. 복합 연비는 8.2km/L.

친구야, 이 차 사라.

오종훈의 단도직입
풋 브레이크 방식의 주차 브레이크는 걸리적 거린다. 운전할 때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왼발을 꼼지락거릴 때마다 주차 브레이크에 걸린다. 주차 브레이크를 좀 더 깊숙하게 집어넣어 왼발과 공간이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붕과 앞창의 틈새는 손가락이 드나들 만큼 넓다. 재질의 단면도 거칠게 만져진다. 무심코 손가락으로 만져보다가 뜻밖의 공간에 놀라게 된다.
7인승 미니밴이어서 공간은 넓게 쓸 수 있지만,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로에는 진입 불가다. 한국에선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