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CR-V 터보’가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풀체인지를 거친 6세대다. 큰 몸과 작은 엔진이 환상 궁합이다.

더 커졌고 힘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직선을 살린 프런트 엔드에 크롬 라인으로 포인트를 줬고 라디에이터그릴은 광택이 있는 블랙 컬러로 마감했다. 튀지 않는 단정한 모습에 외려 믿음이 간다.

요즘 아이들처럼, 몸이 크다. 75mm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40mm를 키웠다. 차체 크기 4,705×1,865×1,680mm에 휠베이스는 2,700mm를 확보했다. 실내는 당연히 이전보다 더 넓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안다.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났다 해도 좋겠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차급에 비해서’ 넓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넘는 공간이 남는다. 그뿐 아니다. 바닥에 센터 터널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솟아 있는데 매트를 덮으면 표가 안 난다. 높은 센터 터널이 주는 공간의 압박을 싹 없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1,113리터에서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166L까지 확장된다. 골프백 4개를 충분히 실을 수 있는 넓이다.

터보를 장착했다고는 하지만 1.5리터 배기량을 가진 가솔린 엔진이 허약해 보일 수도 있겠다. 괜한 걱정이다. 무단 변속기를 거쳐 나오는 최고 출력은 190마력. 그 힘으로 공차중량 1,610kg의 몸을 거뜬하게 끌고 달렸다. 마력당 무게가 8.47kg 수준이니 8~9초대에 시속 100km를 주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 시승하는 날 비가 많이 내려 실제로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필요한 만큼 힘을 내어주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마크한다. 엔진 회전수가 조금 높은 것은 배기량이 작은 탓으로 보인다. 특정 기어를 선택하는 수동 변속은 불가하다. 패들도 없고, 변속레버에 수동 변속 기능도 없다. 다만 무단 변속기를 조절하는 레버로 D, S, L을 선택할 수 있다.

부드러운 가속, 기대 이상의 고속주행 성능을 보였다. 거친 변속의 느낌이 사라진 무단변속기의 가속이다. 변속의 몸부림 없이 차분히 밀고 간다. 아주 빠른 속도까지도 가속은 꾸준히, 부드럽게 이어진다. 노면 굴곡을 타고넘는 움직임도 부드럽다.

물론, 거침없이 치고 달리는 파워, 노면에 밀착하는 최고 수준의 고속주행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 앞바퀴 굴림 방식의 SUV인지라 사륜구동, 혹은 세단만큼의 안정감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을 태우고 여유롭게 움직이며 필요할 때 속도를 높여 달리는 정도로 움직이기에는 최적화된 차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딱 좋은 성능을 갖췄다. 이래 봬도 3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까지 받았다. 가뜩이나 배출가스 기준에 까다로운 한국에서 비록 3종이지만 저공해 자동차로 인증받았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주행모드 스위치로 노멀, ECON, 스노 3개의 주행모드를 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는 변속레버를 S로 선택하면 된다.

혼다 센싱은 더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 시스템으로 완성됐다. 광각 카메라의 시야각이 90도로 확장됐고, 레이더도 120도까지 인식 범위를 넓혔다. 시야가 넓어지니 주변 상황을 더 정확하게 인식해 대응할 수 있게 된 것.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의 수준이 높아졌다. 테스트를 위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은 채 주행하는데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그 중앙을 유지하면서 달렸다.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차간거리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자율주행 레벨2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를 통해 우측 후방 시야를 확보해주는 레인워치 기능은 아주 유용하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오른쪽 후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거울과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사각지대를 카메라와 화면을 통해 완전하게 보여준다.

굳이 좌측까지 레인워치를 적용하지 않은 것 또한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사각지대가 넓지 않을 뿐 아니라 좌측으로 직접 고개를 돌려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에 있는 화면으로 왼쪽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살펴본 결과는 18.7km/L였다. 공인복합 연비는 12.1km/L다. 공인복합 연비보다 리터당 6km, 50% 이상 더 좋은 기록이다. 차량 흐름이 비교적 원활해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혼다 커넥트’ 앱을 통해 원격 시동, 차량 진단, 도어 잠김, 배터리 전압, 내 차 찾기, 주차 위치 확인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이 된다는 얘기는 앞으로 IT 기술과 연계해 더 많은 기능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혼다 커넥트는 5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으로, 애플 카플레이는 유선과 무선 모두로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충전 무선 충전 시스템도 갖췄다.

온라인 판매에 나선다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혼다코리아는 신형 CR-V를 온라인으로 판매키로 했다. 큰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다음은 뭘까.

판매가격 4,190만 원이다. 고민이 묻어나는 가격이다.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를 몰랐을 리 없다.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책정한 가격”이라는 혼다 관계자의 말을 대신 전해드린다.

몸은 크고 엔진은 작다. 굳이 따진다면, 몸은 중형에 가깝고 엔진은 소형이다. 큰 몸과 작은 엔진은 균형이 어긋나지 않고 잘 어울린다. 놀라운 궁합이다. 무난한 성능은 곧 이 차가 패밀리카로 손색없음을 의미한다. 더 넓어진 공간에 비교적 무난한 성능을 바탕으로, 가족들과 함께 유유자적, 편안하고 안전하게 움직이는 데 최적화된 SUV다. 고성능보다, 가족과의 편안한 이동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합리적인 보통 아빠들을 위한 차로 정리할 수 있겠다. 신형 CR-V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지 이제 시장을 지켜볼 차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2열 시트는 8단계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 조절 레버가 시트 상단 끝, 어깨 옆에 있다. 왼쪽 시트는 왼쪽 어깨 왼쪽으로, 우측 시트는 우측 어깨 우측으로 레버가 배치됐다. 몸을 돌려 레버를 젖힌 뒤 시트를 조절해야 하는데 아주 불편한 자세가 된다. 시트 아래쪽으로 레버를 옮겨 편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각도가 조절되는 뒷시트의 편리함’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