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받은 주행가능 거리보다 100km 가까이 더 달렸다. 그것도 이리저리 돌고도는 강원도의 와인딩 고갯길을 거침없이 타고 달린 결과다. 타이칸 4S의 실주행 거리는 인증 거리를 비웃듯 놀라운 수준이었다.

타이칸 S는 걸걸한 배기음이 없다. 고속 주행 시 가상 엔진음으로 운전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그 느낌은 마치,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벗어나는 기분이다.

포르쉐 코리아는 11일 강원도 고성에서 타이칸 4S 시승회를 개최했다. 시승코스는 고성, 속초, 양양 일대를 아우르는 350km의 대장정 코스다. 국내에서 289km 인증을 받았지만 타이칸은 추가 충전 없이도 350km를 거뜬히 소화했다. 출발 전 배터리 잔량은 97%, 주행가능거리는 397km였다.

타이칸은 기존 전기차에 사용하는 400볼트 전압 대신 800볼트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270KW 출력으로 22분 30초 만에 배터리 잔량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타이칸에는 포르쉐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디자인 DNA를 내·외관 모두 적용했다. 전면은 윤곽이 뚜렷한 윙과 함께 넓고 평평한 모습을 보인다. 측면 디자인은 뒤로 경사진 스포티 루프라인이 강조된다. 짧아진 C필러, 숄더라인과 함께 포르쉐의 디자인이 드러난다.

4,965×1,965×1,380mm 크기로 4도어 스포츠카다. 늘씬한 맵시는 파나메라를 떠올린다. 타이칸은 파나메라(5,050x 1,935x 1,425mm)보다는 작다.

2,900mm의 휠베이스는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2열 착석 시 머리 위로 주먹 하나의 공간이 있으며, 무릎 앞으로는 주먹 두 개의 공간을 갖고 있다. 센터터널은 손바닥 높이로 매우 높다.

2열 착석 시 뒷좌석 발밑 공간인 풋 개러지를 만들어, 2열 탑승객의 편안함을 강조했다. 또한, 인테리어에는 가죽 대신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디지털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디자인이다. 새로운 아키텍처에 새 콕핏으로 포르쉐의 새시대를 상징하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한 세대를 앞선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의 10.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블랙 패널의 통합형 클래스 밴드로 연결돼, 하나로 통합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곡선형 계기판으로 차량의 주행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속에서도 대시보드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는 전동화 모델에서도 포르쉐가 고수하는 클래식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락투락 2.5회전한다. 5m에 육박하는 기다란 차체는 2.5회전의 조향비로 날카로운 조향을 보인다. 조향 반응은 스포츠카답게 묵직하고 부드럽다.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66.3kgf.m의 타이칸 4S는 스포츠카의 새로운 정의를 보여준다.

타이칸 고출력의 비결은 헤어핀 와인딩이라 불리는 스테이터 코일을 적용한 전기 모터다. 모터의 크기는 유지하면서 더 많은 전선을 스테이터에 결합시켜 출력과 토크를 증가시킨다. 리어액슬에 적용한 2단 변속기는 타이칸의 혁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1단 기어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력을 전달하고, 2단 기어는 고속에서 높은 효율과 출력을 보장한다.

노면의 잔 진동과 잔잔한 풍절음, 그리고 모터 소리만이 귀를 간지럽힌다.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아 속도를 높이면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주행 모드는 레인지,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총 네 가지다. 레인지는 일정 속도 이상 나가지 않는 에코 모드이며, 노멀은 일반주행,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때 쓴다.

전기 스포츠카라고, 스포츠카의 배기 사운드가 없어졌다고 허전할 필요는 없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가상의 스포츠카 배기 사운드가 터진다. 배기 사운드가 없는 밋밋했던 주행 모드에서 스포츠 플러스의 주행 모드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웅장한 교향곡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강원도는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와인딩 코스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타이칸에는 PASM(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 시스템이 내장됐다. PASM 시스템에는 전자식 댐퍼 컨트롤을 포함한 3챔버 기술의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포르쉐 토크 백터링 플러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 전자 기계식 롤 스태빌라이제이션을 모두 포함한다. 리어액슬 스티어링은 와인딩 로드에서 빛을 발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를 불쾌함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전기차의 기본. 와인딩 경사로를 오를 때 배터리의 잔량이 줄어들지만, 와인딩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쓰지 않고, 회생 제동 시스템을 사용해 배터리 잔량 최대 3%,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20km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46km가 남았다. 주행거리는 351km.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켜고, 고속 주행과 악명 높은 와인딩 코스를 거쳤음에도 정부 인증 주행가능거리 289km보다 60km 이상 더 달리고 46km가 남는 기록을 보였다. 400km 주행에 도전해도 가능한 수준이겠다.

물론 딱 좋은 날씨 덕도 크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라면 배터리 성능이 줄어들고 주행가능거리도 짧아진다. 전기차 운전자라면 반드시 알아둬야할 상식이다. 먼길이라도 한 번에 도전해볼 수 있고, 중간에 충전하면서 잠깐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기차를 택하면 삶의 패턴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포르쉐의 전용 내비게이션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 알림이 적용되지 않았다. 넋 놓고 주행하다 과속 단속에 걸릴 수 있겠다.

타이칸 4S 시승차의 시작 가격은 1억 4,560만 원부터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