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가 4세대로 진화했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다.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차로 1997년 첫 데뷔를 했으니 벌써 23년이 지났다. 프리우스의 뒤를 따라 다른 메이커들이 하나둘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열에 뛰어들었으니, 말 그대로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의 원조다.

처음 데뷔할 당시의 프리우스는 요즘 테슬라 못지않은 친환경차의 아이콘이었다.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프리우스를 타며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곤 했다.

4세대 프리우스는 저중심을 강조하는 TNGA 플랫폼, 최대 40%에 달하는 열효율을 실현한 엔진이 큰 특징이다.

1.8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적용해 122마력의 출력을 낸다. 엔진 출력 198마력, 모터 출력 72마력이다. 친환경 자동차답게 22.4 km/L라는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스티어링 휠은 2.8 회전한다. 4,575×1,760×1,470mm의 크기에 적절한 조향비다. 실내는 환하다. 블랙앤 화이트, 투 톤으로 만들어 밝고 환하다. 시트는 완전 수동식이다. 버튼 누르고 기다리기보다 바로바로 세팅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 굳이 전동식이 아니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히터와 쿨러는 에코 모드를 택할 수 있다. 운전석으로만 바람을 내보내는 것.

뒷좌석은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머리 위로 주먹 하나 꽉 차는 정도의 여유가 있다.

힘은 어느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엔진에서 타이어로, 모터로, 배터리로 흐르기도 하고, 타이어에서 배터리로 역류하기도 한다. 타이어와 배터리, 모터는 힘을 받아들이기도, 내뱉기도 하면서 유연하게 작동한다. 오직 엔진만, 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밖으로 내보낸다.

엔진은 열효율이 40%에 이른다. 높아야 30% 전후인 다른 엔진들에 비하면 놀랄만한 열효율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최고 덕목은 효율임을 잊지 않고 있다.

변속레버에는 D와 B 모드가 있다. D는 평상 주행모드, B는 회생제동 모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탄력 주행을 할 때 D는 재활용되는 에너지양은 적지만, 좀 더 멀리 움직일 수 있다. B는 적극적으로 회생제동 시스템을 가동하며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하지만 멀리 움직일 수 없다. 제동력이 크기 때문이다. 둘 중 어떤 상황을 택할 것인지는 운전자가 판단해야 한다.

탄력 주행으로 좀 더 멀리 갈 것인지 거리는 줄어들지만, 회생 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작동을 시키면서 회수되는 에너지의 양을 좀 더 크게 할 것인지 운전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

첫 움직임이 가볍다. 엔진 소리도 없이 조용히 움직인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배터리가 들어가 있는 뒷 차축 주변의 구성을 맞추기 위해 더블위시본을 사용한 덕에 차체의 움직임을 좀 더 잘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느낌이 안정적이다. 흔들림을 억제하고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노면 충격을 지닌다.

90 km/h 전후의 속도. 상태가 좋은 도로에서는 실내가 조용하다. 자잘하게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아주 약하게 들린다.

TNGA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가 특징. 게다가 배터리를 차 바닥에 배치해 그 효과가 확실하다. 무게중심이 더 낮아지는 효과를 내는 것. 주행 중에 살짝살짝 스티어링휠을 흔들어보지만, 차체가 휘청거린다기보다 중심을 딱 잡고 움직이는 느낌이 강하다.

공기 저항계수는 0.24다.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스며있다. 유선형인 보디 스타일, 범퍼 디자인, 사이드미러 안쪽, 리어 램프 바깥쪽의 에어 핀 등이 그 흔적이다. 공기저항이 줄어들면 바람 소리가 줄어들고 연비는 좋아진다. 속도에 비해서 바람 소리는 크지 않았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없다. 크루즈컨트롤이 있을 뿐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방지 장치 등 TSS로불리는 토요타의 주행지원 시스템이 이 차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다. 아쉬운 대목이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저항 없이 끝까지 밝힌다. 가볍게 움직인다. 가속감은 조금 더딘 느낌이 있고 움직임은 가볍다. 진중한 무게감 있는 고급 세단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120마력의 힘은 eCVT 전자제어식 무단 변속기가 조율한다. 변속과 가속이 부드러운 건 CVT 효과다. 거친 변속 반응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195/65R 15 사이즈의 브릿지스톤 타이어를 신었다. 연비 최우선으로 세팅한 타이어다.

에코 모드에서 말랑말랑하던 반응은 파워 모드에서 즉각적이고 빠르게 변한다. 간간이 노면 소음이 들린다. 엔진 작동이 간간이 멈출 때 소리의 빈틈을 노면 잡소리가 파고드는 것. 도로 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그 소리조차 없어 굉장히 정숙한 실내를 유지한다.

EV 모드는 시속 40km를 넘어서면서 해제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수시로 엔진은 멈추고 배터리와 모터가 차를 움직인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시도했다.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가장 먼저 비상등이 스스로 반응한다. 가볍게 움직이던 차체가 단단하게 버티며 제동을 마무리했다.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가 있다.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 차가 코너 바깥으로 밀려 나가는 언더스티어를 막아주는 장치다. 실제 코너링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코너 진입후 가속하면서 탈출하는데 중립적인 조향의 느낌은 흔들림이 없다. 차체가 가벼워서 낭창거리지 않을까 싶은 걱정은 기우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아 나갔다.

액티브 코너링, 무게중심이 낮은 TNGA 플랫폼, 뒤쪽 바닥에 배치돼 무게중심은 더 낮춰주는 효과를 내는 배터리 등이 우수한 코너링을 뒷받침해주는 요소들이다.

공차중량 1,380kg을 122마력이 감당한다. 마력당 무게비는 11.3kg.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시간을 측정한 최고기록은 10.64초였다. 마력당 무게비로 짐작할 수 있는 시간보다 조금 더 빨랐다. 무단 변속기의 부드러운 가속이 돋보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측정했다. 영하 4도의 날씨. 배터리에는 나쁜 조건이다. 최종 연비는 32.0km/L를 기록했다. 배터리에 최적 기온을 보이는 봄가을이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다.

우수한 연비보다 더 기분 좋은 건, 도심 교통 체증 구간에서 배터리 주행을 통해 연비를 좀 더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교통체증이 반가울 정도다.

판매가격 3,272만 원.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등을 최대 26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고 도심 혼잡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이용료 할인 등 친환경 자동차에 제공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벌써 4세대다. 신형 플랫폼과 최고 수준의 효율을 보이는 파워트레인에서 하이브리드 시대를 앞장서 이끈 백전노장의 노련함을 본다. 프리우스는 여전히 최고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 보조 시스템이 없다. 토요타 세이프티 시스템 TSS가 적용되지 않은 것. 크루즈컨트롤이 있을 뿐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장치 등이 없어 반자율 운전은 기대할 수 없다. 운전의 편리함은 물론 안전 면에서도 아쉽다.
내비게이션도 없다.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이용할 수는 있지만, 수입차를 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수준이다.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보면 거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이 거슬린다. 뒤창을 위아래로 가르는 라인이 룸미러에 걸리는 것. 시야를 가로막는 정도는 아니지만 볼 때마다 거슬린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