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

심플한 이름이 전하는 강한 임팩트가 있다. 케이 파이브. 정확하게 부를 수 있다. 누구나 그렇게 부른다. G80을 ‘지 에이티’보다 ‘지 팔공’으로 편하게 부르는 경우와 대비된다.

연말, 중형세단 시장에 막 뛰어든 3세대 K5를 타고 달렸다. 시승 모델은 1.6 터보. 1.6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올리고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180마력의 힘을 낸다.

디자인에 힘이 있다. 보닛 라인은 길고, 트렁크 라인은 있는 듯 없는 듯 짧다.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허트 비트. 심장 박동 그래프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과 좌우 리어램프를 연결하는 짧게 끊어지며 이어지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호랑이 코 그릴은 더 얇게 옆으로 늘렸고 그릴을 감싸는 틀을 없애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릴에는 샤크 스킨 패턴을 더했고 앞 범퍼는 쾌속선이 가르는 파도 이미지로 마무리했다. 이런저런 디자인 요소를 많이 적용했지만 과하다는 느낌은 없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다.

뒷좌석 공간은 충분하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중형세단에서 그 이상의 공간은 의미가 없다. 머리 위로도 주먹 하나가 넉넉히 드나든다. 2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 시트 조작 버튼이 도어 트림에 자리 잡았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센터 터널은 높게 솟았다. 센터 콘솔 뒤로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를 배치했고 12V 전원과 USB 포트도 준비했다.

조수석 옆구리에 버튼 3개가 있다. 이를 통해 쉽게 조수석 시트를 원터치로 누일 수 있고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쇼퍼드리븐카로 사용할 수 있겠다. 중형세단이지만 대형세단처럼 오너석 공간을 최대로 만들어 의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시동을 걸면 기존 계기판과 다른 화려한 그래픽이 12.3인치 모니터를 채운다. 1.6 터보에는 D컷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 2.3 회전한다.

버튼을 많이 줄였다. 대신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필요한 기능을 작동시킨다. 버튼을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어서, 아직은 어중간한 단계다. 분명한 것은 이제 ‘터치’가 대세라는 것. 누르는 버튼들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원형으로 돌리는 회전형 변속 조절장치를 적용했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다. 출발할 때 D에 넣은 뒤로는 만질 일이 거의 없다. 주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게 된다.

1.6 터보에 8단 자동변속기로 조율해 180마력의 힘을 낸다. 작은 배기량으로 만드는 큰 힘. 현대기아차그룹 다운사이징 엔진의 결정판이다. 따지고 보면 쏘나타 센슈어스와 같은 파워트레인이니 디자인 빼고 나면 다를 게 없다.

1.6 엔진은 스마트 스트림 엔진이다. 직분사와 포트 분사를 겸하는 방식이다. 직분사 엔진을 좀 더 다듬은 형태다. 여기에 터보를 더해 작은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가속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엔진 배기량이 적다는 느낌이 없다. 가속할 때도 힘이 부족하거나 쥐어짜는 느낌이 아니다. 여유를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게 힘을 내준다. 부자는 아니지만, 아이들 용돈 정도는 언제든지 내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힘이다. 무심코 달리다 보면, 이게 1.6 엔진 맞나? 싶을 정도로 배기량의 한계는 느끼기 힘들다. 달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을 네 차례 시도했다. 성인 두 명을 태우고 에어컨을 끄고 스포츠 모드로 달렸다. 가장 빠른 기록은 8.87초가 나왔다. 주행거리는 123.58m. 나머지 세 차례도 모두 9.1초대로 비교적 고른 결과를 보였다. 공차중량 1,450kg에 180마력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8.05kg이 된다.

앞창과 1열 좌우측 차창에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해 실내는 조용한 편이다. 시속 70~80km 속도에서 노면 잡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 소리 정도가 낮게 들린다.

차선 유지 보조 장치와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은 노련한 운전자처럼 차를 움직인다. 차간거리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힘을 줘서 스티어링휠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느슨하게 쥐고 있으면, 이리저리 굽은 길에서도 차가 스스로 조향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을 마크한다. 엔진 배기량이 적으면 회전수를 많이 끌어 올려야 하는데, 8단 변속기가 더해지면서 낮은 회전수로도 이 속도를 커버하고 있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시프트 다운을 이어가면 3단 4,800rpm까지 변한다.

엔진 사운드는 매력 있다. 특색있는 저음이 고속주행 구간에서도 바람 소리에 지지 않고 살아있다. 특히 4,000rpm 부근에서 가장 듣기가 좋다.

스포츠 모드에서 팽팽한 긴장감은 조금 떨어진다. 예민한 맛이 덜한 것. 그래도 가속을 재촉하면 거부하지 않고 반응한다. 고속주행까지 보란 듯이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힘들어하지 않고 고속주행을 해낸다. 정녕 1.6 엔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타이어가 거친 노면을 지날 때 그 느낌은 있지만, 시트를 통해 몸으로 전해지는 흔들림은 크지 않다. 충격의 상당 부분을 잘 걸러내고 있다.

실내등이 있는 곳에 SOS 버튼을 배치하고 있다. 비상시에 누르면 긴급구난센터와 연결된다.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혼자 운전할 때도,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셈이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에게는 SOS 버튼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하겠다. 딸이나 아내를 위한 차를 산다면 이 부분이 중요한 가점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자유로를 빠져나가는 출구에서 조금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시도했다. 살짝 기우는 느낌이 오히려 재미있다. 하지만 타이어는 힘든 듯 소리를 지른다.

4명까지 공유 가능한 디지털 키, UVO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안내 등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기계적 장치의 결합체로서의 자동차가 디지털 기기로 변화해갈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어서다. 승부처도 따라서 옮겨갈 것이다. 얼마나 유익하고 편한 디지털 기술을 많이 적용할 것인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릴 것이다. 자동차라는 디바이스에 어떤 기능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기아차는 K5에 모두 4종류의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동시에 선보였다. 2.0 가솔린, 2.0 LPi,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등이다. 디젤은 없다. 판매가격은 2,351만 원부터 3,335만 원까지다. 1.6T는 2,430만 원~3,141만 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카카오i와 연동하는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실내온도 22도”라고 요청했는데 “광진구 날씨는….”이라며 주변 지역의 날씨 안내를 한다. 차창을 열고 열선 시트를 작동시키는 것을 음성명령으로 할 수 있지만, 정해진 몇 개의 기능에 한정되어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인공지능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음성명령을 실행하는 것도 버튼을 눌러야 가능하다. “헬로 기아” 혹은 “하이 기아” 등 음성명령으로 이를 실행하는 게 음성명령의 본질에 더 가깝지 않을까.
지붕 틈새가 떠 있다. 뒤창과 연결되는 부분은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다. 재질의 단면도 손끝으로 느껴진다. 크게 흠잡을 부분은 아니지만, 야무진 마무리를 기대해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