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현대차와 기아차가 살아남을 것이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자동차 업계에 쓴소리를 했다는 보도다.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완성차 업체가 이윤을 독식하고 부품사들은 경쟁력이 약화돼 산업 전반이 동반하락한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 10년후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 <출처: KDB산업은행 홈페이지>

결국 부품사들과 동반성장을 해야 자동차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부품회사들과의 ‘공생’은 중요한 문제다. 함께 성장하고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 메이커의 생존을 보장하는 길은 ‘기술’에 있다. ‘생존을 건 기술 경쟁’은 자동차 메이커의 일상이지만 기술개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기술 테마는 친환경차와 자율운전이다. 이 두 분야를 축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지 않는다. 자동차 메이커들끼리는 물론이고 산업 경계를 초월하는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게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오늘이다. 이 경쟁에서 도태되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친환경차에서는 엔진의 비중이 점차 줄어든다. 전기차에서 엔진은 사라진다.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지금 당장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와 동반성장을 하는 것 못지않게 엔진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자동차 산업 150년의 기술이 녹아있는 엔진이 이제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온다. 흡배기, 냉각, 변속기 등이 사라진다. 전기차에 이르면 부품수가 내연기관차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자율운전 분야도 그렇다. 전에 없던 새로운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다. 각종 센서와 IT 기술, 통신기술이 성패를 좌우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운전 기술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등 자동차 업체가 아닌 기업들도 자동차 업체 못지않은, 혹은 뛰어넘는 성과를 내놓고 있다.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이미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자동차 메이커를 정점으로 갑을관계를 이루는 수직구조로는 대응할 수 없는 변화다.

부품회사와의 관계로 완성차 업체의 10년 후 생존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완성차 업체의 생존을 보장하는 건, 차세대 자동차 개발의 성공 여부에 있다. 즉, 경쟁력 있는 친환경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들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차근차근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을 보여주는 행보다.

그건 그렇고 이동걸 회장에게 되묻고 싶다. 10년뒤 산업은행은 살아남을 것인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