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표에는 그 차의 성능과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다로그 뒤편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표 하나에 그 차의 특성이 대부분 담겨져 있다.

제원표에 가장 먼저 표기되는 것은 차의 크기다. 길이 너비 높이를 mm단위로 표시하는 데 전장, 전폭, 전고 등 한자어로 표기하기도 한다. 길이는 앞범퍼에서 뒷범퍼까지의 길이, 너비 차의 양옆에 달려있는 사이드 미러는 제외한 폭, 높이는 노면에서 차의 가장 높은 곳까지를 말한다. 축거는 축간 거리의 줄임말이다. 앞 차축과 뒤 차축간 거리다. 앞뒤 타이어의 중심간 거리와 같다. 영어로는 휠베이스.

윤거 혹은 트레드는 좌우측 바퀴간 거리다. 트레드는 앞 뒤가 다를 수 있다. 즉 앞 타이어의 좌우측 거리와 뒤 타이어의 좌우측 거리가 다를 수 있다. 트레드와 휠베이스가 길면 차가 안정된 자세로 움직일 수 있다. 차가 덜 흔들리고 편안해진다. 대신 회전반경이 길어져 차가 민첩하게 움질일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진다. 움직이는 데 많은 공간이 필요해진다.

최저지상고는 지상에서 타이어, 휠, 브레이크 부분을 제외한 차의 가장 낮은 곳까지의 거리다. 차축 가운데 둥그렇게 자리 잡은 디퍼렌셜 기어박스의 아랫부분이 대게의 경우 가장 낮은 곳이다. 차 바닥을 한 번 살펴보면 둥그렇게 튀어나온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그곳과 땅 바닥과의 거리가 최저 지상고가 된다.
최저지상고가 높은 차는 장애물이 많은 험로를 잘 달릴 수 있다. 지상고가 낮으면 차 바닥이 장애물 등에 걸리는 등 험로에서 움직이기 힘들다. 지상고가 낮은 승용차는 비포장길을 다니기 힘들지만 지프형차는 지상고가 높아 조금 험한 길도 쌩쌩 달린다.

지상고가 높은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지상고가 높아서 손해를 보는 일도 있다. 차의 무게 중심이 높아져 승차감이 떨어지고 전복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공차중량은 차에 사람이나 짐을 싣지 않은 빈차의 무게를 말한다. 이때 연료와 각종 윤활유는 규정에 따라 가득 채우지만 스페어타이어, 공구 등은 제외한다.
차량총중량은 공차중량에 승차적원을 모두 태우고 여기에 최대 적재량을 더한 무게다. 이때 탑승인원 1명당 55kg을 적용한다.

최소회전반경은 핸들을 완전히 돌린 상태로 회전할 때 바깥쪽 타이어가 그리는 원의 반지름을 측정해 정한다. 정확하게 따지면 범퍼 끝 궤적이 그리는 실제의 회전반경과 다소 차이는 있다. 차가 회전할 때 그리는 원의 반지름으로 이해하면 된다. 휠베이스가 길면 회전반경도 길어진다.

내경과 행정은 영어로는 보어와 스트로크다. 보어는 엔진 내부 실린더의 지름이다. 스트로크는 피스톤이 실린더 내부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지점(상사점)과 가장 아래로 내려오는 지점(하사점)간 거리다. 내경보다 행정이 길면 롱스트로크 엔진, 그 반대면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라 한다.
롱스트로크 엔진은 압축비가 크고 엔진회전수가 낮은 영역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대게 디젤 엔진이 여기에 해당한다. 쇼트 스트로크 엔진은 엔진회전수가 높은 영역에서 효과적이다. 압축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효율면에서는 떨어진다. 스포츠카에 적합한 엔진이다.

압축비는 실린더 안에서 피스톤이 공기를 압축하는 비율이다. 피스톤이 하사점에 있을 때의 실린더 면적과 상사점에 도달했을 때의 실린더 면적 비율이다. 많이 압축되면 폭발력도 세다. 가솔린 엔진에서는 압축비가 너무 높아지면 노킹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휘발유 엔진 압축비는 대게 11:1을 넘기지 않는다.
디젤엔진은 압축비가 훨씬 높다. 점화플러그가 없고 압축열에 의해 자연폭발시켜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의 압축비는 15~22:1 정도가 된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엔진의 힘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출력과 토크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르다. 최고출력이 높을수록 차의 최고속도도 따라서 높아진다. 토크가 크면 등판능력, 견인력 등에서 유리하고 순간 가속력도 좋아진다.

엔진 힘을 타이어에 전달할 때 그 힘을 속도에 맞게 효과적으로 조절해 주는 게 변속기다. 변속기에서 중요한 게 변속비다. 변속비가 3:1이면 엔진 구동축 톱니가 3회전해야 타이어와 연결된 출력축 톱니가 1회전한다는 것이다. 변속비가 크면 힘은 세지지만 속도를 높이는 데는 불리하다. 저단 기어일수록 변속비가 크고 고단 기어에서는 변속비가 작다.

연비는 연료 1리터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낸다. 10km/ℓ는 연료 1ℓ로 1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 연비는 자동차와 운전자, 도로상황, 운전습관 등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공식 연비와 실제 연비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자동차를 이해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잃는다는 것이다. 승차감을 좋게 하려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해야 하는 데 이렇게 하면 코너링이나 주행안정성이 나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험한 길을 잘 달리면 포장길에서의 승차감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게 자동차의 생리다.

승차감이 최고 수준이라는 롤스로이스는 그러나 차의 운동성능을 따지라면 평균 이하다. 특히 코너를 돌 때 운전자가 느끼는 긴장감은 심하다. 반대로 성능이 압권이라는 페라리의 승차감은 정말로 꽝이다.

5970c2db3060f571673e417e5da99d01.jpg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