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라인업에 G80 디젤이 등장했다. G80 2.2 디젤 프리미엄 럭셔리 시승했다. 기본 가격 5700만 원에 H 트랙 등 모든 옵션을 장착해 6,500만 원 정도인 차다.

G80은 브랜드 독립 이전에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모델이다. 제네시스의 뿌리인 셈이다. 한국형 프리미엄의 원형을 제시하는 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는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운전석에 들어서면 첫 느낌이 차분함과 고급스러움이다. 나무와 금속 가죽을 사용해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고급차의 공식이다. 조수석 대시보드에는 나뭇결무늬가 살아있다. 센터페시아 정중앙에 배치한 사각형 아날로그 시계로 포인트를 줬다. ‘고급’을 강조하는 장치다.

뒷좌석은 센터터널이 높아 가운데 자리의 공간을 제약한다. 지붕에는 선루프가 시원하게 자리했다.

약간의 유격 있는 R MDPS 방식의 스티어링 휠은 2.5회전한다. 타이트한 조향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깔끔하고 선명했다. 햇볕이 쨍한 날이지만 선명하게 보였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은 공간이 충분해 사이즈가 큰 노트 8도 충분히 커버한다. 그 자리에 휴대폰을 두고 내리면 “휴대폰이 무선충전기에 있습니다”라는 안내멘트도 날린다.

디젤엔진은 가솔린보다 조금 더 큰 소리를 내지만 시끄럽지는 않다. 고회전 영역에서도 시끄러울 정도의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회전 상태에서 차 밖에서 소리를 들으면 생각보다 시끄럽다. 소리 자체를 줄였다기보다 방음처리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리를 많이 줄인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장치들이 대거 적용됐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등등. 덕분에 운전자는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차간 거리를 조절하고, 차로를 벗어나지 않게 조향에도 개입한다. 앞차를 따라 완전히 정지하고 3초 이내에 스스로 재출발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지도정보를 읽어 코너에서 속도를 줄인다. 카메라가 있는 구간에서도 그렇다. 누군가 함께 운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자율운전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2.2ℓ 디젤엔진은 202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1,750~2,750rpm 구간에서 고르게 45.0kgm의 힘을 구현한다. 일상 주행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셈. 8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 결과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3개 모드를 제공한다. 클러스터 이오나이져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만날 수 있는 건 눈길이 간다. 미세먼지 자욱한 날 유용하겠다.

움직임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단단히 노면을 붙들고 움직이며 자잘한 충격은 걸러낸다. 과속방지턱도 잘 넘어간다. 지나고 난 뒤 여운이 깔끔했다. 잔진동이 없는 것.

가속페달을 밟으면 마지막 순간에 킥다운 버튼이 걸린다. 마저 밟으면 묵직한 가속감을 만나게 된다. 무게감이 실린 중후한 반응이다. 럭셔리 세단의 품위를 보인다.
디젤엔진은 잘 다듬었다.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리면 차분하게 급가속에 대응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좀 더 예민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툭툭 치면 엔진이 소리로 먼저 반응한다. 에코 모드에선 조금 느슨해진다.

속도를 100km/h에 맞췄다. 알피엠은 1,500에 고정된다. 매우 차분한 반응이다. 시속 90km인데 차가 기어가는 느낌이다. 체감속도가 매우 낮은 건, 차의 흔들림이 덜해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승차감이 좋다.
8단 변속기는 운전자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 100km/h의 속도에서 4단까지 낮출 수 있다. 이때 알피엠은 3,000을 조금 넘어가는 수준. 3단으로는 내릴 수 없었다.

속도를 쑥 끌어 올리는데 엔진은 생각보다 차분하다. 디젤엔진이지만 고속에서도 요란을 떨지 않는다. 고급차의 품위를 유지한다. 스포티하고 강하게 가속한다. 극한의 속도지만 안정감은 뛰어나다. 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후륜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뛰어난 고속안정감을 구현하고 있다.

202마력의 힘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다. 가솔린 엔진의 강한 순발력과 달리 목표점을 향해서 꾸준하게 끌고가는 힘을 선보인다.

때론 노면의 굴곡을 따라 흔들리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타이어와 서스펜션에서 걸러진다. 타이어는 크게 흔들리고 차체와 시트는 그 흔들림을 조금 느낄 뿐이다. 위 아래가 따로 노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앞 245/40R19 뒤 275/35R19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는 최고 수준의 그립갑을 보여준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통해 글러브 낀 주먹이 느끼는 기분 좋은 타격감을 느낀다. 분명히 쇼크는 전해지는데 맨살에 가해지는 날 것의 느낌이 아니라 완충재로 충격을 감싼, 잘 만져진 느낌이다. 조향반응은 빠르다.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반발력 덕분에 안정감을 확보했다. 강하게 제동을 하는데 노즈 다이브가 덜했다. 차의 앞부분이 강하게 버텨준다.

스티어링 휠을 많이 돌려야 하는 깊은 코너를 깔끔하게 공략했다.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타이트한 코너를 타고 달렸다. 휠을 보정할 필요없는 정확한 조향이었다. 타이어가 잘 참다가 살짝 비명을 터트렸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메이커가 밟힌 공인 복합 연비는 12.1km/L. 파주에서 강남까지 약 55km를 에코 모드로 차분하게 달린 결과 16.6km/L의 주행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비는 운전자 하기 나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실내는 조용했지만, 밖에서 듣는 엔진 소리는 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를 냈다. 소리의 실내 유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만큼 이제는 소리의 원천을 다스려야 할 때다. 듣기 좋게 잘 튜닝된 소리라면 엔진 사운드가 꼭 조용할 필요는 없다. 밖에서 듣는 엔진 소리는 그냥 ‘거슬리는 소리’일 뿐이었다.
선루프 레일에는 기름이 묻어나온다. 굳이 거기에 손을 넣을 일이 없겠으나, 아이들은 다르다. 기름 묻을 염려 없는 깨끗한 선루프여야 한다.
전방추돌방지가 작동할 때에 경고등에 ‘전방주의’라고 글씨가 뜬다. 그 위험하고 급한 순간에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글씨를 읽으려 한다. 글씨를 빼야 한다. 그래야 더 안전하고 정확한 반응을 유도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