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모델 체인지를 거친 4세대 신형 싼타페가 링 위에 올랐다.

중형 SUV 시장, 왕의 귀환이다. 기아차 쏘렌토가 먼저 모델 변경을 하면서 싼타페를 추월하며 시장 선두에 올랐지만, 이는 싼타페 모델 변경까지 잠깐 허용된 한시적 상황일 뿐이다. 이제 신형 싼타페가 투입됐으니 쏘렌토는 공손하게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다. 물론 엎어치나 매치나,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점에선 별 차이가 없다.

코나, 넥소와 비슷하지만 어색한 모습이다. 익숙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얇은 주간주행등을 위로 배치하고 그 아래 헤드램프를 배치했다. 앞모습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 좀 더 익숙해지면 거부감은 줄어들 것이다.

선루프는 시원하게 뚫려 있다. 실내는 스웨이드 가죽 느낌의 재질로 고급스럽게 마감했다. 도어 패널 스피커 커버는 울퉁불퉁 볼륨감 있게 처리했다. 오프로드의 노면을 연상케 하는 표면처리다. 그 안에는 크렐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했다.

뒷좌석은 충분히 넓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바닥은 완전히 평평하다. 센터터널은 아예 없다. 아주 편안한 공간이다. 2열 시트는 좀 더 뒤로 누일 수 있고 앞뒤로 슬라이딩도 된다. 3열 시트는 바닥에 숨겨져 있다. 끈을 잡아당기면 쉽게 세울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는 없고 응급구조 키트가 있다.

후석 승객 알림 기능이 있다. 뒷좌석에 아이를 놓아둔 채 차를 잠그면, 차 안에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 1차로 계기판과 경고음을 통해서, 2차로 비상등 작동과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알려준다. 한여름 차에 방치된 어린아이의 안전을 위해 참 좋은 기능을 만들었다. 안전하차 보조 기능도 있다. 차의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물체가 있을 때 도어락 해제를 막아 문을 열 수 없게 하고 경고음을 내는 안전장치다. 둘 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능이다.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함이 만들어낸 세심한 기능이다.

시승차는 2.0 디젤 프레스티지 풀옵션 차량이다. 186마력, 41.0kgm, 공차중량 1,915kg이다. 판매가격은 3,635만 원에 옵션 가격 465만 원 정도가 더해진다. 4,100만 원 정도로 최고급 수준의 중형 SUV를 누ㅋ릴 수 있는 셈. 나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은 2.5회전 한다. 차는 크지만 조향 성능은 빠릿빠릿한 느낌으로 세팅됐다. 스티어링휠은 부드럽게, 정확하게 작동한다. 랙에 모터를 장착한 R-MDPS 방식이다.

현대차의 ADAS는 스마트센스로 부른다. 반응이 정확하고 세심하다.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차로를 따라 달린다. 불안하거나 이질감이 없다. 주행에 개입하는데 거칠지 않다. 자연스럽다. 시속 100km 전후는 물론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정확하고 유연하게 작동한다. 큰 커브도 무리 없이 안정감 있게 돌아나간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을 조금 넘는다. 상당히 안정적인 엔진 속도에서 100km/h를 달린다. 4~8단에서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가속페달을 밟는데 그 느낌이 생소하다. 페달 깊이가 깊지 않고 바로 바닥에 닿는다. 낯설고 어색하다. 좀 더 밟혀야 할 것 같은데, 밟히다 만 느낌이다. 킥다운 버튼은 없다. 어색하게 바닥까지 밋밋하게 밟힌다.

가속 반응은 시간차를 두고 온다. 예민하지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라면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중형 SUV인 만큼 예민한 반응보다 시간차를 두고 반응하는 게 이 차에 맞는 세팅일 수도 있겠다.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땐 패들 시프트가 아쉽다. 핸들을 쥔 채 변속을 하고 싶으나 방법이 없다. 그래도 차는 잘 돌아나간다. 235/55R19 사이즈의 타이어가 차체를 잘 지지한다. 타이어의 그립과 서스펜션의 탄성이 살아있다. 타이어는 비명을 지를 법도 한데 끝까지 입을 다문 채다. 좀 더 강하게 차를 다루고 싶은데 큰 덩치가 주는 부담에 주저하게 된다. SUV의 높은 차체가 주는 불안감을 사륜구동시스템이 어느 정도 보완해준다.

엔진은 이전 그대로지만 변속기는 8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쏘렌토에 먼저 적용했던 그 변속기다. 19인치 타이어를 쓴 2.0 디젤 사륜구동 모델의 연비는 12.3/L. 계기판이 알려주는 평균 연비는 9.7km/L다. 시승 상황이어서 스포츠모드에서의 고속질주 구간이 상당했음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탓할 연비는 아니다. 에코 모드로 부드럽게 다루면 복합연비 수준을 체험하는 건 어렵지 않겠다.

거친 도로, 과속방지턱 등을 통과할 때 간간이 튀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늘 그런 건 아닌데 가끔 “이건 뭐지” 하는 순간을 만났다. 노면 충격을 충분히 소화해내기보다 맞받아치는, 불쾌한 진동이 오는 구간이다. 안정감이 있는 느낌은 아니다.

엔진스톱 시스템은 훌륭하다. 차가 멈추면 엔진이 꺼지고, 재시동 걸 때의 소음과 진동도 크지 않다.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를 만큼 부드럽다.

싼타페 판매가격은 2.0 디젤이 2,895만~3,635만 원, 2.2 디젤이 3,410~3,680만 원, 가솔린 2.0T가 2,815만~3,115만 원이다.

신형 모델로 링에 오른 싼타페. 그의 거침 없는 진격을 막을 마땅한 경쟁자는 없어보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첫 발짝은 무겁다. 초반 가속은 너무 굼뜨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반응은 느렸다. 성격 급한 사람은 속이 터진다. 빠른 반응을 기대했다면 짜증이 날수도 있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탄력이 살아나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필요 없다. 깊게 밟아도 반응하는데 시간이 걸려서다. 그냥 살살 달래가면서 가속하는 게 싼타페 2.0 디젤을 다루는 현명한 방법이다.
주행모드별 차이는 크지 않다. 각 모드별 주행패턴이 대동소이하다. 좀 더 확실한 차이를 뒀으면 운전하는 즐거움이 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