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20 해치백 전면부’ 사진=이상진

작지만 알차다. 한편으로는 다부진 운동 성능으로 당돌한 면도 보여준다. 바로 벤츠의 막내 A클래스인 ‘A220 해치백’이다. 폭설 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23일, A클래스 해치백을 타고, 벤츠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서울 스퀘어에서 경기도 파주 반구정 나루터까지 왕복 126km를 달렸다.

A클래스는 1997년 전 세계 첫선을 보인 이래, 2005년 2세대, 2013년 3세대로 진화를 거듭했다. 국내에는 2013년 3세대 모델부터 수입이 시작됐다. 현재 모델은 2020년 국내 출시된 4세대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로 벤츠의 외연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A220 해치백 측면’ 사진=이상진

삼각별 패턴의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 치켜뜬 눈매 모양의 헤드라이트. A클래스의 상징과도 같은 ‘샤크 노즈’가 저돌적인 얼굴로 “이래 봐도 벤츠야”하는 얼굴로 으스대는 표정을 짓는다.

4,430×1,795×1,445mm의 크기. 기존 구형 모델 (4,420×1,795×1,445mm) 대비 길이만 10mm 늘어났다. 휠베이스는 2,730mm로 구형 모델 (2,729mm) 대비 살짝 길어졌다.

‘A 220 해치백 엔진룸’ 사진=이상진

2열 착석 시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머리 위로 주먹 하나와 손바닥을 눕힌 상태의 여유 공간이 있다. 센터 터널은 손목까지 올라온다. 그러나 2열 중앙 좌석에 앉아도 머리 위로 손바닥을 눕힌 정도의 여유가 있어 고개를 숙여야 하는 불편함은 없다. 작지만 속넓은 알찬 녀석이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패밀리세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

10.25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져 운전 집중도를 높였다. 2세대 MBUX (Mercedes-Benz User Experience)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내장됐다. 음성 명령이 가능해 “안녕, 벤츠.”라고 말한 뒤, “오늘의 운세 말해줘.” 하면 녀석은 “오늘의 운세는 아주 좋다.”며 우울한 마음을 끌어 올려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벤츠 소형 모델 최초로 제로 레이어 (Zero-layer) 인터페이스가 탑재돼, 운전자를 보조한다. 제로 레이어 기능은 운전자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맞춤형으로 디스플레이에 배치한다. 또한, 사용자 행동과 환경을 파악해 끊임없이 최적화한다.

‘10.25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실내’ 사진=이상진

블루투스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실행이 가능하다. 번거롭게 케이블 연결할 필요 없이 한 번의 설정으로 탈 때마다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센터페시아 하단부는 무선 충전 패드가 적용돼, 케이블의 지옥에서 벗어나 항상 정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락투락 2.6회전을 한다. 소형 모델이지만 조향 반응은 벤츠 특유의 부드럽고 묵직함이 느껴진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kg.m 직렬 4기통 2리터 가솔린 엔진과 8단 DCT 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여기에 48V 시스템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과 10kW의 출력 보충을 담당한다.

‘A220 후면부’ 사진=이상진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걸걸대는 엔진음이 귓속으로 파고들 법하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의 잔진동만이 느껴진다. 시속 100km, 8단 1,400rpm, 4단 4,100rpm의 엔진 회전수를 나타낸다. 간헐적으로 노면의 진동과 소음이 장단을 맞춰 번갈아 리듬을 탈 뿐, 명불허전인 E클래스와 S클래스인 형님들에게 필적하는 정숙성을 구현했다.

녀석을 강하게 밀어붙여도 주변의 소음은 크게 들리지 않아 주행 중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작지만 강한 힘을 보여준다. 고속에서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힘은 골리앗을 향해 달려드는 다윗과도 같은 당당함이 넘쳐난다. 급격하게 굽은 와인딩 코스. 옆 차선을 삐져나갈 법도 하지만, 녀석은 특유의 와인딩 성능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빠져나간다.

‘A220 해치백 정측’ 사진=이상진

주행 보조 시스템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벤츠의 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는 제외됐다. 액티브 디스턴스 어디스턴트 디스트로닉 대신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돼, 정체되는 길을 지날 때는 수시로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조작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앞 차와의 차간거리 조정 기능도 사용할 수 없다. 액티브 디스턴스 어디스트 디스트로닉을 사용하려면 360만 원 상당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 옵션을 구매해야 한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옵션을 적용하면, 차량 인도일이 늦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A클래스는 기존 대비 정숙성과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려 형님들 대비 부족함 없는 기본기를 선보였다. 이제 부족한 벤츠, 입문용 벤츠다. A클래스는 작지만 형님들에게 밀리지 않는 다윗같은 모델이다.

‘A클래스 액티브 주차 어시스트’ 사진=이상진

시승차는 A220 해치백으로 4,710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