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것은 버렸다. 필요한 것만 넣었다. 푸조의 플래그십 SUV ‘푸조 5008 SUV’이다. 이 차를 타고, 지난 7일 서울 역삼동에서 전주까지 왕복 400km 장거리 구간을 시승했다.

5008 SUV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출시됐으며, 지난 2021년 6월 부분 변경 모델로 재상륙을 했다. 여기에 가솔린 1.2 퓨어테크 엔진을 얹은 모델이 작년 4월 국내 자동차 시장 문을 두들기고 들어왔다.

헤드램프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 그릴. 송곳니 모양의 주간 주행등. 시대에 맞게 변화된 매혹적인 사자 얼굴이다.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3D 리어램프. 방향 지시등을 켜는 순간에는 LED 시퀀셜 방향 지시등이 작동한다. 한눈에 이목을 잡아끈다. 4,650×1,845×1,650mm의 크기. 경쟁적으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푸조는 “우리의 플래그십은 이거다”라고 드러낸다. 허례허식 없는 정갈함이 돋보인다.

2,840mm 휠베이스. 2열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와 머리 위로 주먹 하나와 손바닥을 눕힌 여유가 있다. 센터터널은 손가락 두 마디 높이다. 2열 중앙에 앉으면 머리 위로 주먹 하나 여유가 있어 성인이 타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5008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1:1로 2열 좌석 폴딩이 가능해, 장거리 여행 시 좌석 각도 문제로 싸울 일은 없겠다.

3열까지 접힌 상태에서 트렁크 용량은 952리터, 2열까지 접으면 2,150리터로 대폭 늘어난다. 또한, 1열 보조석까지 접으면 3.2미터의 부피가 큰 물건도 실을 수 있다. 차박과 캠핑이 열풍인 세상, 5008 SUV와 차박 캠핑은 문제가 없겠다.

푸조 특유의 작고 아담한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작은 스티어링 휠 위로 계기판을 배치했다. 덕분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필요없다.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차량 정보를 알려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보편화된 세상,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다. USB 케이블을 연결하면 카플레이의 티맵 내비게이션이 바로 목적지까지 내 길동무가 된다.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하게 하는 토글식 버튼이 장착됐다. 물리적 버튼이 사라지는 시대, 토글식 버튼이 반갑게 느껴진다. 락투락 조향비는 2.8회전을 한다. 조향 반응은 낭창거리지 않고, 살짝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3.5kg.m의 3기통 1.2리터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짝꿍이 됐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자잘한 노면의 잔진동만이 내 몸의 전율을 타고 흐른다. 시속 100km. 8단 1,800rpm, 3단 5,100rpm의 엔진 회전수를 나타낸다. 노면의 잔진동은 줄어드는 대신 노면 소음이 장단을 맞춰, 귓가에 대고 약 올린다.

차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1.2리터 작은 심장을 갖고 있는 녀석이지만, 꾸준히 자신의 속도를 높여나가 자신만의 순발력을 보여준다. 가혹한 주행에서도 녀석은 2,000rpm 후반의 엔진 회전수를 보여준다. 더불어 바람 소리도 강해지지만,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버가 스티어링휠 뒤에 숨어있다. 스티어링휠 뒤에 있는 레버가 낯설지만, 이 내 적응돼, 쉽게 크루즈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다. 고속도로의 공사 구간과 사고 구간으로 정체가 반복되는 속에서 녀석은 자신의 속도만 고집하지 않고, 유유자적한 느긋한 발걸음을 보여준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격한 커브길에서 주행 차선을 벗어나는 경우 조향이 개입한다. 만일의 사고 대비를 위한 것.

더불어 전면과 후면의 센서를 통해, 장애물이 감지되면 도어의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LED를 통해 알려주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도 적용됐다.

디지털 시대, 옵션의 홍수 시대. 5008 SUV는 합리적인 구성 사양으로 경쟁 모델 대비 가성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모두가 가성비라고 외치지만, 녀석은 “내가 진짜 가성비 왕이다”는 엔진음으로 포효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시승차인 푸조 5008 SUV GT 가격은 4,900만 원 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