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이 오픈마켓의 유통업체들을 견제하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미처 안 됐고 스마트폰의 시작으로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지는 그야말로 불과 10여 년 전이다. 우리가 고가의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거리낌 없이 사게될줄이야 누가 예상했겠는가?

자동차 생태계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구입은 이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테슬라는 아예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를 하고 있고 수입업체인 BMW, 폭스바겐 등도 온라인 판매 정착을 위해 프로모션 방식의 온라인 판매를 시험해 성과를 보고 있다.

작년 코로나19의 발생 이후 모든 분야에서의 비대면 활동이 폭발적으로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 온라인 학습, 온라인 쇼핑 등 점점 사람들이 비대면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

현대차 전시장 모습. 차를 구매하기 위해선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카마스터를 통해야 한다.

이런 세상에 현대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여전히 기존의 방식이 아니면 차를 구입할 수 없다. 온라인 판매가 자신들의 수익과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주장하는 판매노조의 반대 때문이다.

비싼 차를 사기 때문에 역시 사람을 만나 상담을 해야 한다고? 차를 직접 보지도 않고 어떻게 컴퓨터 화면만 보고 사냐고? 고객이 이렇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는 더 이상 주장하지 못한다.

첨단의 자동차를 가장 뒤떨어진 방법으로 사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12월, 새로운 <2025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등 핵심 미래사업 전략 및 혁신적인 모밀리티 솔루션, 수소생태계의 선점등 3대 사업구조를 핵심축으로 그에 따른 각각의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중 판매부문 전략에서 ‘전 권역의 비대면 판매 및 서비스 채널 확대’가 있다. 세계 일부 지역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판매를 2025년까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운영중인 온라인 판매 사이트 ‘클릭 투 바이’ 홈페이지. 한국에서는 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가?

현대자동차는 작년부터 미국, 인도, 유럽 시장에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플랫폼 누적 방문자가 작년 10월 기준 150만 명이 넘었고 그로 인해 코로나19로 인한 판매감소를 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 온라인 판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부터 영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문제점을 찾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그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온라인 판매의 ‘온’ 자도 못 꺼내는 것이 국내 현대·기아 자동차의 현실이다. 판매노조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현대차 판매현황도 안 보냐고.

주인을 다시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쌍용은 물론 GM, 르노삼성 등 현대·기아를 제외한 국내 자동차 3사의 존재가 무의미해져 현대·기아차가 국내 기준으로는 시장점유율 85%, 수입차까지 고려해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깟 온라인 판매 안한다고 현대자동차 구입할 소비자가 어디 가겠느냐고 말이다. 어차피 현대차 살 사람은 다 산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자동차 판매 패러다임 변화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온라인 판매의 장점은 판매 비용의 감소로 인한 차량 판매가격의 하락 효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 직영영업소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시피 기본급이 높아서 실질적으로 차량을 판매했을 때 주는 수당은 그리 높지 않다.

쏘나타 1대를 판매하면 판매수당이 30만 원 정도로 차값을 3,000만 원으로 보면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줄이려고 온라인 판매를 해야 할까?

실질적인 판매가격 인하 효과를 보려면 수당이 아니라 카마스터 인원수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한 달에 3~4대 팔면서 연봉 1억씩 받는 이들 말이다. 카마스터 숫자는 충원 없이 매년 자연 감소로 줄어가야 하니 인원 감소와 그에 따른 거점감소(영업점 수 감소) 효과를 보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볼 수 있는 효과도 많다.

일단 온라인을 통해 차를 검색하고 감상해야 하니 그에 걸맞은 콘텐츠개발과 아울러 이로 인해 MZ세대의 구매 취향에 부응할 수 있다. 또 상품의 설명에 익숙하지 않은 카마스터에게 제대로 상품설명을 듣지 못하는 문제도 오히려 VR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고.

판매노조 평균 근속연수 25년이 말해주듯이 중후한 아버님(?)이 당직서고 계시는 전시장에 가서 야단맞으면서 내 차를 구입하는 황당함도 없어 특히 젊은 층의 선호가 높을 것이다.

회사의 공식 프로모션을 제외한 추가 할인 등이 없어 그야말로 전국 어디를 가도 동일한 가격으로 차를 구입할 수 있어 신뢰가 향상된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냐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간혹 발생하는 금전사고 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어 고객을 보호하고 회사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의 온라인 검색 빈도 등을 학습하여 정확한 생산예측이 가능함으로써 비선호하는 재고를 줄여 재고 처리를 위한 손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면 기존 카마스터는 어떻게 될까.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다 해도 상당 기간 온라인 판매와 기존 판매방식은 병행하게 될 것이다.

고객 중에는 전시장을 방문하여 차량을 직접 보고 상담한 후 차량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고객층이 여전히 있을 것이고 또 기존에 판매한 고객을 보유한 카마스터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현대차를 구입하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 현대차가 중고차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고객의 중고차량 매입과 신차판매가 연계된 판매시스템 등을 활용한 새로운 업무영역도 탄생할 것이다.

온라인 판매는 영업직의 자리를 빼앗는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구매플랫폼을 제공하고 추가로 판매가격을 인하 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켜 판매를 증대하는 대안이다. 현대차의 판매노조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변화하는 판매상황에 맞춰 회사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2027년까지 1조 원이 넘는 재원을 투자해 고도로 자동화된 차량 운행을 제공하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완전자율주행을 넘보는 시대다. 자동차 판매도 그 수준에 걸맞게 발전해야 한다.

유재형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 유재형은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중대형 승용차 상품기획을 맡았으며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갤로퍼, 싼타모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싼타페, 투싼 등 SUV 상품개발과 마케팅을 거쳐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