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km/L. 지난 3일, 폭스바겐 아테온을 타고 서울 도심에서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60km를 달린 연비다. 함께 달린 6대 중 가장 좋았다. 27km/L까지 올라갔지만, 최종 기록은 그랬다. 나머지 차들 역시 22~25km/L를 보였다. 참고로 지난 겨울 아테온을 시승하며 비슷한 구간 55km를 달렸던 연비는 23.8km/L.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2.0 디젤엔진을 얹은 아테온의 공인 복합연비는 15.0km/L이니 리터당 최대 11km를 더 달린 셈이다. 강북강변도로의 절반을 교통체증에 시달렸으니, 교통상황만 허락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란 가정은 의미 없다. 오직 계기판이 알려주는 ‘숫자’만이 의미 있는 정보다.

2.0 TDi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190마력의 힘을 내는 아테온을 최대한 부드럽게 달래가며 달렸다. 연료를 아끼는 운전 비결은 다른 거 없다. 어린아이를 안고 달리듯 부드럽게, 살살 달래가면서 움직이는 것. 이것저것 모르겠고, 경제 운전은 하고 싶다면, 에코모드에 크루즈컨트롤 조합으로 정속주행 하면 된다. 이렇게만 운전해도 아테온의 경우 리터당 20km 이상은 너끈히 달린다.

하지만 최고의 연비를 원한다면,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크루즈컨트롤을 택하면 좋은 연비를 보장받지만, 최고의 기록을 만들기는 어렵다. 정해진 속도에 맞추느라 눈치 없이 기름을 더 잡아먹는 경우가 생겨서다. 오르막길에서 그렇다. 오르막에서는 속도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말아야 한다. 결국 사람의 세심한 ‘발’이 눈치 없는 기계의 조작보다 유리한 셈. 언제 어디서든, 어떤 차든, 연비는 결국 운전자 하기 나름인 셈이다.

실시간 연비를 계기판에 띄우는 것도 효과가 크다. 운전자가 이를 보면 확실히 쪼잔해지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팍팍 밟을 수 없게 된다. 살짝 밟았던 페달도 얼른 뗀다. 조금이라도 탄력이 붙으면 바로 엑셀 오프-탄력주행을 택하는 것.

브레이크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밟는 게 좋다. 무조건 안 밟을 수 없으니 최대한 멀리 보면서 교통흐름에 미리미리 대응해야 한다. 멀리 보이는 차에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면, 미리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다. 그러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된다. 덜 붐비는 차로를 미리 선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멀리 봐야 한다. 이는 연비 운전뿐 아니라 안전운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팁이다.

에어컨은 풍량도 풍량이지만, 온도 설정이 중요하다. 에어컨을 안 켜면 연비에 가장 좋지만, 한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는 없다. 가장 낮게 트는 경우가 많지만, 22~24 정도에 맞춰서 1단으로 작동하면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냉방 효과를 볼 수 있다. 60~70 정도의 속도에서는 에어컨 대신 차창을 열고 바람을 쐬는 것도 좋은 방법.

엔진 오토스탑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꺼지는 오토스탑이 적용된 차들이 많다. 차가 멈출 때 브레이크를 한 번 더 꾹 밟으면 엔진이 꺼진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유지해야 엔진이 계속 꺼진 상태를 유지한다. 핸들을 돌리거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거나, 에어컨을 더 세게 틀거나 하면 엔진 시동이 걸려버린다.

계산을 해보자. 전국 평균 경유 가격 1354원, 1년 2만km 주행을 조건으로 아테온의 공인복합 연비 15km/L를 적용하면 연간 180만원 가량의 연료비가 든다. 훌륭한 수준이다. 연비를 20km/L로 끌어올리면 연료비는 135만원으로 줄어든다. 45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

1년에 45만원을 아낄 것인가, 길에 버릴 것인가. 탁상공론이 아니다. 지갑 속에 든 돈의 문제다. 가속페달을 밟는 운전자의 발끝에 연간 수십만 원이 걸려있는 셈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빼야 하는 이유다.

글을 맺으려는데 날아온 한 장의 보도자료. 폭스바겐이 7월 한 달간 월 9만 9,000원을 내고 아테온을 탈 수 있는 무이자 유예 할부 프로모션을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9년형 아테온 2.0 TDI 엘레강스 프리미엄(5,225만 4,000원)을 살 경우, 선납금 39.2%(2,005만원)를 내고 36개월 동안 매월 9만 9,000원을 내면 된다.

46%의 잔존가치를 보장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선납금 30%(1,672만원, 아테온 2.0 TDI 엘레강스 프리미엄 기준)를 내고 36개월 동안 매월 43만 2,000원 (한 달 31일 기준 매일 약 1만4,000원)을 내면 된다.

기승전 아테온. 연비 잘나오는 차를 좋은 조건에 판다는 얘기다. 차 살 계획이 있다면, 고려해 볼만한 정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