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하이랜더. 2000년 뉴욕 오토쇼에서 처음 등장한 이 차를 토요타는 무려 23년이 지나 한국 판매를 결정했다. 4세대 하이랜더다.

메이드인 아메리카. 토요타가 미국에서 생산해 한국에서 판매하니, 세계를 품은 차다. 최대 7명이 탈 수 있는 중형 SUV다. 2열 2인, 3열 3인 사트로 구성했다. 2열에 3명을 앉히는 것보다 훨씬 영리한 구성이다. 어차피 3열은 둘이 앉으나 셋이 앉으나 좁다. 3열을 희생시키고 2열에 캡틴 시트를 넣어 공간을 넓게 썼다. 2열에 둘이 앉으면 훨씬 넓고 폼나게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 차에 다섯 이상 타는 날이 일 년에 며칠이나 될지. 몇 번 쓰지도 않는다면 2열 시트를 3인용으로 택할 이유는 없지않을까? 캡틴 시트는 탁월한 선택이다.

또 하나의 탁월함은 하이브리드의 효율성, 즉 연비다. 공인복합 연비를 13.8km/L로 인증받았는데 실주행 연비는 훨씬 더 좋았다. 파주-서울간 55km를 리터당 17.0km로 달렸다. 대단한 연비다. 교통 체증 구간에서 연비가 오히려 더 좋아지는 마법같은 순간도 있었다. 역시 하이브리드는 토요타가 잘 만든다.

토요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하이브리드 맛집이다. 당연히 하이랜더에도 2.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모터로 구성된 하이브리드시스템을 넣었다. 직병렬식 하이브리드다. 모터 두 개는 충전과 구동을 맡는다. 역할이 구분되어 있어 구동하는 중에 충전을 동시에 하는 멀티 테스킹이 가능하다.

12.3인치 계기판은 4개 테마 3개 레이아웃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맞춰 띄울 수 있다. 그 위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넓은 컬러 화면으로 자리했다. 센터패시아에 자리한 터치스크린 모니터도 12.3인치다.

탁월한 효율에 비한다면 성능은 무난한 편이다. 엔진 출력 188마력, 모터 출력 134kW로 총출력 246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이 2,085kg이니 마력당 무게는 8.48kg. 그렇게 강한 힘은 아니다. 계산상 무난한 힘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시속 100km 가속하는 데 차근차근 힘을 끌어모아 속도를 높이는 반응이다. 가장 빠른 기록은 8.6초였다.

하이랜더에 적용된 TNGA–K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 경량화, 고강성 차체 등의 설명이 따라붙는다. 중형 SUV의 높은 무게중심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한다. 골목길에서 자잘한 노면 충격,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흔들리는 느낌이 온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빠르게 달릴 때는 그런 느낌이 사라져, 차분하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바람 소리, 노면 잡소리도 어느 정도는 실내로 파고든다. 100km/h 전후의 속도라면 소리가 거슬리는 일은 없다.

피치 보디 컨트롤. 앞뒤 방향으로 흔들리는 피칭을 잡아주는 기능이다. 급격한 차체거동(피칭)을 억제하고 흔들림을 보정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이를 분명하게 인지하기는 힘들지만, 서스펜션과 타이어, 사륜구동 시스템 등이 조화롭게 차의 움직임을 컨트롤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빠른 코너링에서 SUV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몸놀림을 보였다. 보수적으로, 안정감 있게 움직이는 게 7인승 SUV에 어울리지만, 이보다 조금 더 강하게 다뤄도 잘 받아준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지만, 평소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앞바퀴굴림으로 움직인다. 앞뒤 구동력 배분을 100:0으로 가져가는 것. 주행 조건에 따라 앞뒤 구동력은 20:80까지 변화한다. 코너, 가속, 불규칙한 도로에서는 확실하게 사륜구동이 작동한다.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는 하이브리드시스템과 찰떡궁합이다. 부드럽게 힘을 조율해 효율을 높인다. 스포츠, 노멀, 에코 모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대체로 부드럽다.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거친 느낌이 없다. 하나 더, 트레일모드가 있다. 미끄럽거나, 바퀴별로 마찰력이 다를 때, 최적의 구동력을 확보해준다. 오프로드 모드로 보면 되겠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는 마음에 든다. 긴급제동보조 시스템(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등이 정확하게 작용하며 주행을 돕는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좋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차가 알아서 가감속과 조향을 할테니 가만히 핸들에 손을 얹어놓고 있으면 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LG U+ 드라이브를 통해 구현된다. 지니뮤직, 팟빵, 프로 야구 등 스포츠 소식 등등 다양한 내용을 즐길 수 있다. 핸드폰과 유선 연결을 통해 안드로이드 오토, 혹은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음성 인식 시스템은 네이버 클로바와 연동한다. 스마트폰에 ‘토요타 커넥트 앱’을 깔면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목적지 전송, 반경 1km 내 주차 위치 찾기 등을 할 수 있다.

무난하게 탈 수 있는, 연비 좋은 SUV다.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딱이다. 7인승이어서 아이들 포함해서 두 가족이 움직일 때도 좋겠다. 여럿이 타고 움직이는 업무용으로도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뒷좌석에 어르신을 모시는 쇼퍼 드리븐 카로도 어울린다. 쓰임새가 많은 중형 SUV에 딱 맞는 차다.

두 개 트림으로 팔린다. 리미티드 6660만원 플래티넘 747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네이버 크로바와 연동하는 음성명령 시스템은 일부 명령을 못 알아듣는다. “FM 93.9” “MBC 라디오” “실내 온도 19도” 등으로 음성명령을 하면 스크린에 음성명령이 한글로 뜨기는 하는데 실행은 안 된다. 수입차인 만큼 한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왕 네이버와 협업기로 했다면 차의 기능과 폭넓게 연동할 수 있게 음성명령의 수준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터치스크린을 터치할 때 들리는 삑삑거리는 소리가 그리 듣기 좋지는 않다. 좀 더 듣기 편안한 소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