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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인피니티가 선보인 풀사이즈 SUV, QX60. 길이 5,095mm, 너비 1,960mm에 이른다. 심장은 3.5리터 가솔린 엔진이다. 덩치도, 심장도 크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와 인텔리전트 4WD를 더했다.

큰 덩치를 부드러운 라인으로 둘렀다. 보닛과 보디 측면에 굴곡을 주며 감싼 라인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견고하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간직한 디자인이다.

퀼트를 적용한 가죽시트, 실내 곳곳에 장식한 원목, 대시보드 상단의 스티치 등은 고급임을 강조하는 장치들이다. 고급소재가 주는 질감의 차이를 손끝이 먼저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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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3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은 덩치에 걸맞게 조금 큰 듯하다. 스티어링 휠은 정지 상태에서 처음 움직일 때 무겁다는 느낌을 준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깊숙하게 들여놓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센터페시아는 볼록하게 배치했다.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단정한 인테리어다. 공간은 논할 필요가 없다. 충분히 넓다. 센터터널조차 없어서 뒷좌석은 한없이 넓은 느낌. 3열 공간도 성인이 들어가 앉기에 딱 좋을 만큼의 공간을 확보했다.

선루프는 3열까지 커버하며 실내를 환하게 만들고 있다.

변속레버는 아주 작다. 큰 덩치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변속레버가 귀엽다. 배기량이 큰 차에 무단변속기를 적용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배기량 3리터가 넘는 차에서 무단변속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큰 힘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슬립할 수 있어서다. 슬립 없이 힘을 전달하는 게 인피니티의 기술이다.

V6 3.5리터 직분사 엔진이 만드는 힘은 최고 269마력에 달한다. 공차 중량은 2,110kg.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복합 연비는 8.3km/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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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가 부드럽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럭셔리한 느낌을 전한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반응도 요란스럽지 않다.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충격을 제어한다. 물렁하지 않다. 적당한 반발력을 보이며 노면 굴곡을 잘 타고 넘는다.

차가 커서 좁은 길에선 무척 조심스럽다. 방향전환은 되도록 한 두 차례 나눠 해야 안전하다. 무리하면 한 번에 돌 듯도 하지만, 넓은 차폭, 긴 길이가 부담스럽다. 시야는 탁 트였다. 높은 시트포지션에 차창이 넓어 시원하게 보인다.

2톤이 넘는 무게감은 속일 수 없다. 가속을 하면 한 박자 후에 반응이 온다. 킥다운을 할 때도 마찬가지. 하지만 일단 탄력을 받으면 강한 힘이 드라이브를 걸어 힘찬 가속을 이어간다. 무단변속기가 힘을 놓지 않고 끈기 있게 밀고 나간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예민하고 팽팽한 가속으로 순식간에 고속주행으로 접어든다.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의 힘이다. 쥐어짜내는 힘이 아닌, 여유 있고 강한 힘으로 속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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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디자인과 고성능은 인피니티의 DNA다. QX60에도 이 DNA는 어김없이 스며 있다. 수동 변속으로 다운 시프트를 하면 6,000rpm까지 이어가며 엔진음이 살아난다. 잘 달린다. 고속 주행에도 안정감이 돋보인다. 쏜살같이 달리는 중에도 차체는 큰 흔들림 없이 안정을 유지한다. 체감속도와 실제속도의 차이가 크다. 차체가 높은 SUV로서는 구현하기 힘든 수준의 안정감이다. 인텔리전트 4WD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안정감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900에 머문다. 조금 높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1,500rpm 전후까지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연비에 손해를 봐야 한다. 무단 변속기이지만 수동 변속모드를 이용하면 7단까지 변속을 할 수 있다.

일상 영역에서는 엔진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바람소리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잡소리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NVH를 높은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대부부의 경우 실내의 조용함은 곧 고급스러움과 직결된다. 공기 저항계수는 0.36이다. 차체의 크기에 비하면 우수한 편이다.

QX60은 풀사이즈 SUV다. 고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강하고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여유 있고 편안하게 움직이는 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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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스피커가 들어간 보스 오디오는 질감 있는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소리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듣는 즐거움도 크겠다.

덩치 큰 SUV는 아무래도 코너에서 힘들게 마련이다. 길고 높은 차체와 강한 코너링은 어울리지 않는다. QX60은 그래도 좀 나았다. 타이트한 코너링에서 기우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잘 버텼다. 잘 세팅된 서스펜션과 브리지스톤 235/55R20 사이즈의 타이어의 궁합도 훌륭했다.

스포츠모드로 움직이다 에코모드를 택하면 차가 말을 안 듣는 느낌이다. 반응이 굼뜨고 게을러진다. 물론 그만큼 연비가 좋아진다.

판매가격은 6,290만원. 풀사이즈 프리미엄 SUV 가격으로는 참 착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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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과 앞창이 만나는 틈새가 벌어져있다. 대중 브랜드라면 모를까 인피니티는 프리미엄 브랜드인데 아쉬운 마무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하는 건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본이다.
크루즈컨트롤 밖에 없는 것도 아쉽다. QX60 정도의 차급이라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조향보조 시스템, 긴급제동시스템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