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지난 자리에 ‘로장주’다. 로장주는 1925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르노의 엠블럼이다. 우리에겐 소위 계급장으로도 보인다. QM6에 붙은 로장주는 또 다른 분위기다. QM6에겐, ‘소위’ 아닌 ‘준위’ 계급장이 더 어울린다. 오랜 세월 현역으로 시장을 지켜온 백전노장이어서다. QM6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참 멋진 디자인이라는 것. 오래된 모습이지만, 언제봐도 새롭다. 신형 QM6를 위해 녹턴 블루를 전용 컬러로 적용했다.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실시간 T맵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인 ‘NUGU’도 가능하고 멜론, 지니뮤직, 유튜브, 팟빵, 뉴스리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핫스팟으로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된다.

센터패시아 아래 공간에 LED 살균 모듈을 넣었다. 스마트폰이나 선글라스 등을 살균할 수 있는 공간이다. 통풍 시트, 열선 시트는 각각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시승차는 QM6 2.0 GDe 프리미에르 트림으로 3,720만원이다. 중형 SUV의 가장 높은 트림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 있는 제안이다. LPG 엔진 트림은 2,840만원부터여서 가격이 더 매력 있다.

4,675×1,845×1,70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705mm다. 중형 SUV로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정도 공간이 남는다. 머리 위 공간도 넉넉했다. 센터 터널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높이라 거슬리지 않는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합당한 공간이다.

파워트레인은 2.0 직분사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44마력이다. 무단 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강한 힘은 아니지만 부드럽고 스트레스 없는 가속감이 마음에 든다. 노련한 보모가 아이를 어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인다. 고속까지 가속하는 데 시간은 조금 더 걸리고, 무단 변속기의 부드러움이 살아있다.

QM6와 함께 강원도 만항재에 올랐다. 국도 중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144마력, 공차중량 1,570kg이니 1마력이 10.9kg을 감당해야 하는 힘이다. 조금 무거운 편이지만 실제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가속페달을 밟고 떼고 제동하고 다시 가속하는 움직임이 부드럽다. 물론, 빠르고 강하게는 아니다. 고갯길을 여유 있게 오르는데 딱 좋은 정도의 힘이다. 평지를 달릴 때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1,500~4,800rpm 구간을 커버한다. 무단 변속기지만 변속레버를 이용해 7단으로 수동 변속도 가능했다. 변속 충격이 없는 편안한 가속이 인상적이다.

앞바퀴굴림이다. 속도가 빠르면 코너 바깥으로 밀려난다. 문제는 속도, 가속페달을 살짝 발을 떼고 여유를 부리면 모든 문제는 사라진다. 우당탕 퉁탕 빠르게 달리는 재미도 있지만, 편안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재미도 그에 못지않다. 한때는 빨리 달리는 재미가 그렇게 좋더니, 이제 천천히 움직이는 게 더 편하고 재미있다.

225/55R 19 사이즈의 타이어, 맥퍼슨 스트럿(앞)과 멀티 링크(뒤) 서스펜션이 차체의 흔들림을 잘 지지해 준다. 3회전 하는 스티어링휠 락투락, 편평비 55시리즈 타이어. 승차감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말해주는 힌트들이다.

실내는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윈드실드는 이중접합유리다. 프리미에르 트림은 1열 좌우 차창까지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했다. 엔진룸과 실내 캐빈 사이에 흡음재도 충분히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 흔들림이 증폭되는 느낌이 있지만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세상 편한 움직임을 보인다. 주행보조 시스템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운전 피로도 경보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무심코 차선을 밟으면 “드르륵” 거리며 마치 전화벨 소리처럼 들린다. 조심하라는 경고음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아 재미있다.

선택할 수 있는 건 에코 모드 뿐이다. 에코를 선택하느냐 마느냐가 있을 뿐이다. 스포츠 모드가 없어 심심하지만, 그래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힘센 척 엔진 소리 키우며 달려 나간다.

타티어와 휠을 제외한 차체의 가장 낮은 곳과 노면 사이의 거리, 즉 최저지상고가 190mm다. 이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확보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주 거친 오프로드가 아니라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높이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만항재까지 가감속을 수시로하고 고갯길을 빠르게 달린 연비가 12.6km/L였다. 공인복합 연비는 11.6km/L. 사북에서 서울까지 218.5km를 경제운전으로 달린 결과는 16.3km/L였다. 저녁 7시에 서울에 도착했으니, 러시아워를 뚫고 달린 결과다. 연료 풀 탱크로 출발해서 400km 넘게 달렸는데 연료게이지는 절반을 가리키고 있다. 만항재를 한 번 더 다녀올 수 있는 연료가 남은 셈이다.

성능을 추구하는 차는 아니다. 일상생활에 사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힘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와 눈을 맞추는 차다. 성능보다 실속, 합리적 가격이 중요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가치가 있다.

르노가 오랜 시간 공들이고 있는 오로라 프로젝트가 결과물을 내놓을 때까지가 QM6의 시간이다. 오랜 시간 르노삼성차를 지나 르노코리아에 이르기까지 핵심 모델로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백전노장. 은퇴가 멀지 않은 늙은 기자의 ‘리스펙트!’를 QM6에게 보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보조 시스템 작동이 번거롭다. 오른손으로 변속레버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른 뒤 왼손으로 스티어링휠 왼편에 있는 버튼을 다시 눌러서 작동시켜야 한다. 단순하게 조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행모드는 에코모드 뿐. 스포츠 모드를 뺐다. 패들도 없다. 만항재 코너에서 스티어링휠을 쥔 손이 패들을 찾아 자꾸 허공을 헤맨다. 이것들이 있다면 조금은 더 재미있게 달릴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