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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08이 유로6 대응 모델로 교체됐다. 단계 단계 높아지는 기준을 따박따박 맞춰내는 게 신기하다. 뉴 푸조 3008. 푸조의 SUV 대표선수다.

유로 6 대응 모델들은 가격이 오를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푸조에선 그 예측이 틀렸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악티브 모델은 300만원을 내려 3,690만원. 고급형인 알뤼르 모델은 200만원을 내려 4,090만원이다. 화끈하게 내린 가격은 그만큼 높은 판매량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생긴 모습은 사자라기 보단 곰에 가깝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어 오른, 동글동글한 모습이 곰돌이 푸를 닮았다. 사자는 이 귀여운 곰의 엉덩이를 할퀴고 말았다. 리어램프에 할퀸 자국이 선명하다.

실내는 검소하다. 검정색 톤의 직물 시트와 기본적인 재질로 만들어진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실용적이다. 공간 배치가 그렇다. 4,365mm의 길이로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기엔 제한적인 크기지만 1,835mm의 폭, 1,640mm이 높이가 이를 상쇄한다.

센터 콘솔은 심청이 몸을 던진 임당수처럼 깊다. 무려 13.5리터의 공간이 그 안에 있다. 뒷좌석엔 센터 터널이 없어 편하다. 바닥이 평평해서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뒷좌석 바닥에는 좌우에 각각 3.8리터, 3.3리터의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1,604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공간효율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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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은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동식 선반을 이용해 3가지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단 수납도 가능하다. 낮게 설계된 테일 게이트는 위 아래로 나뉘어 열린다. 하단 도어는 최대 200kg까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경치 좋은 해변에 차를 세우고 걸터앉아 폼 잡기 딱 좋다. 야외 테이블로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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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에 달하는 넓은 파노라믹 글라스루프는 푸조의 매력 포인트. 대부분 사람들이 차 안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감탄하는 부분이다. 창 밖 풍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다. 눈, 비가 오는 날 차 안에서 분위기 잡기엔 최고의 지붕이다. 어쨌든 푸조 3008의 공간은 최고다.

시트는 여유가 있다. 꽉 조이지 않을 정도의 여유다. 그렇다고 너무 느슨한 것도 아니어서 좋은 밀착감을 갖는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는 방식이 아니다. 열쇠를 밀어 넣고 돌려서 시동을 건다. 버튼 시동이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불편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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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 1.6리터, 120마력, 30.6kgm의 토크. 가속페달을 밟아 킥다운 버튼까지 밀고 들어가면 제법 힘 찬 반응으로 답한다. 한 박자 늦는 애교도 부릴 줄 안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꾸준한 가속이 고속구간까지 이어진다.

유로 6에 대응해 PSA그룹이 개발한 블루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으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연비는 14.4km/ℓ의(도심 13.4km/ℓ, 고속16.0km/ℓ). 엔진은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에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 기술을 조합했다.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현저히 줄여주며, 미세입자는 99.9%까지 제거한다. 미립자 필터 앞쪽에 설치된 SCR 시스템은 눈속임 없이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새로운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감이 빠르고 안정적이다. 내부 마찰을 줄여 내구성을 강화했다고 메이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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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2.7 회전한다. 통통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조향성능은 날카롭다. 민첩하기로 유명한 푸조의 핸들링은 3008에도 살아있었다.

시속 100km에서 1,750rpm 수준이다. 고속 영역으로 들어서면 가속은 더디게 진행된다. 배기량의 한계라기보다는, 차의 성격이다. SUV를 타고 시속 200km에 도전할 일은 없지 않은가.

그립 컨트롤은 유용하다. 거친 길도 가야하는 SUV인만큼 다양한 노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푸조 그립컨트롤은 SUV의 오프로드 특징을 재해석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다. 평지, 눈길, 모랫길, 진흙길 등 주행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끝.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한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은 최고다. 엔진은 아주 정확하게 멈추고 멈춘 상태에서 핸들을 돌려도 엔진은 다시 켜지지 않는다. 다시 시동이 걸릴 때도 조용하고 부드럽다. 디젤엔진이 시동 걸 때 거칠고 소리가 큰데 3008은 재시동이 매우 안정적이다. 시내 주행 시 약 15% 의 연비 향상 효과와 평균 5g/km의 CO2 배출량 감소 효과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고성능은 아니다. 고성능과는 거리가 먼 1.6 엔진으로 부족하지 않는 힘을 보여주는 게 대견하다. 3008이 빛나는 건 실용성이다. 일상생활과 레저활동을 하는데 잘 어울리는 기능적인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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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글로브 박스는 아주 좁다. 공간활용성이 좋고 넓은 수납공간이 이 차의 장점인데 글로브박스는 좁아도 너무 좁다. 의외다. 엔진룸과 공간배치가 충돌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는 있지만 너무 좁아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