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이면 눈꺼풀은 마냥 아래로 쳐진다. 춘곤증. 운전자에게 졸음은 자칫 죽음으로 이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졸면 죽는다’는 말은 휴전선을 지키는 초병뿐만 아니라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운전 경력이 오랜 운전자들은 깜빡 깜빡 졸면서 운전했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게 마련이다. 물론 아찔했던 순간을 지나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졸음을 쫓는데는 자극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몸과 정신에 자극을 줘 졸리는 상황을 깨야 한다. 조금 시끄럽다 싶은 음악은 졸음 운전에 좋은 약이 된다. 빠른 템포의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것도 방법.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제정신이 아닌듯 따라 부르다 보면 잠이 저만큼 달아난다.


혀에 강한 자극을 주는 음식을 먹는 방법도 있다. 비타민C는 졸음과 상극이다. 귤, 오렌지 등 신 과일을 먹으면 졸음 예방효과가 있다. 오미자차도 좋다. 졸릴 때 먹으면 졸음이 달아난다. 과립 비타민C도 좋다.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면 박하향이 강한 껌이나 사탕 등이 있다. 차 안에 준비해두고 다니다 입이 심심하거나 졸릴 때 입 안에 넣고 오물 거리면 좋다.


가장 강력한 자극을 원한다면 이건 어떨까. 장거리 운전을 업으로 하는 이들 중에는 매운 청양 고추를 가지고 다니다 졸릴 때 한 입 베어물고 운전한다는 이들도 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매운 맛이 눈물 콧물을 부르고 머리 속까지 화끈거리면 오던 졸음이 놀라 달아난다는 것.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하느니 잠시의 고통을 스스로 청하는 셈이다.
졸음을 이기는 임시방편으로 전화 통화도 권할만 하다. 물론 핸즈 프리를 이용해서 통화를 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과 잡담을 하며 웃고 떠드는 것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애로틱한 대화도 졸음을 쫓아내는데 나쁠 거 없다.


운전할 때 졸음을 피하려면 평소에 숙면을 취하고 편히 쉬어야 한다. 잠을 푹 자면 낮에 덜 졸린다. 점심 시간에 잠깐 토막잠을 자는 것도 권할만한 일이다. 5분 1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여 잠을 자두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 30분 이상을 자면 안된다는 것이다. 잠에 취해 아예 잠에 빠져버리는 결과를 부를 수 있어서다. ‘며칠 밤낮을 자고 났더니 정말 졸리더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잠이 잠을 부르고 그 잠에 취해 일상생활에 심각하게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가 졸음을 정말 참을 수 없다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워 단 5분이라도 자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졸리면 자라, 단 안전한 곳에서 잠깐만’ 운전자들이 명심해야할 말이다.


졸리다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악수다. 당장은 졸린 증상을 면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담배를 피우면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몸이 나른해지고 다시 졸리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도 몸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어서 좋지 않다.


차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졸음이 달아나기도 한다. 미리 미리 환기를 자주하면 졸음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뇌에 신선한 공기를 잔뜩 공급해주면 졸음이 찾아오기 힘들어진다.


조수석에 편한 말상대를 태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군대에서는 절대 운전병 혼자서 차를 운전하게 하는 법이 없다. 반드시 옆에 누군가를 태워 2인 1조로 차를 움직이게 한다. 운전은 운전자가 하지만 그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운전자 옆, 즉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해야 할 소임이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자가 졸지 않도록 재미있는 얘기를 건네고 교통상황을 알려주고 껌이나 비타민을 꺼내주는 등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자리에 앉자 마자 ‘너는 운전해라, 나는 잔다’며 시트 먼저 뒤로 젖히는 사람은 조수석에 앉으면 안된다. 그런 사람은 뒷 좌석에 태우고 재미있고 말 잘하는 사람을 조수석에 태우면 좋다.


졸음이 오면 사고 위험도 매우 커진다. 순간적인 판단이 부정확해지고 ‘깜빡’하는 순간에 앞차를 추돌하거나 옆차와 부딪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앞차를 추돌하는 상황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한 뒷차에 100% 과실을 묻는다. 무조건 뒷차 잘못이라는 얘기다.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면 낫겠지만 요즘 대도시에서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운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 운전자들이 더 잘 안다.


일단 졸리면 차를 서행한다. 서행하면 앞차를 추돌할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앞차보다 더 느리게 달리고 있다면 추돌의 위험은 그만큼 낮아진다. 신체적인 피해면에서도 느리게 달리는 게 좋다. 시속 60km에서 졸다가 사고나면 조금 다치고 말겠지만 시속 120km에서 졸다가 사고나면 엄청난 피해가 온다. 운전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졸린다 싶으면 일단 속도를 줄인다. 그것만으로도 만일의 경우에 생길지 모르는 피해의 정도를 크게 낮추는 것이 된다.
앞차의 브레이크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브레이크를 미리 여러번 나눠서 밟아주면 뒤차가 내차를 추돌하는 것을 막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내 차가 속도를 줄일 것이란 신호를 사전에 미리 주기 때문이다.


뒤차가 내차를 추돌하는 순간에는 브레이크를 꽉 밟고 핸들도 꽉 잡아주는 게 좋다. 순간적으로 시트를 뒤로 누이면서 몸을 누운 자세로 만들면 2차충격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주변에 자동차들이 없는 한적한 곳이라면 충돌하는 순간 시트를 순간적으로 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교통량이 많은 곳이라면 다른 차와 다시 충돌할 위험이 많은 만큼 시트를 누이지 말고 핸들 꽉 잡고 대처해야 한다.


달리는 동안 주변 차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심야나 새벽에는 졸며 운전하는 차들이 의외로 많다. 음주운전차도 있을 수 있다. 심하게 갈지자로 운전하는 차, 중앙선을 넘거나, 자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급하게 핸들을 조작하는 차들은 졸음운전 혹은 음주운전이라고 보고 피하는 게 좋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