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강릉을 왕복하는 500km 장거리 시승에 나섰다. 지난 18일이었다.

지붕이 오픈된 그란 카브리오의 모습은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저돌적인 상어의 모습과도 닮았다. 그란 카브리오는 향상된 성능은 물론 혁신적인 프론트와 리어 범퍼 디자인과 바디라인, 레이싱 스타일의 인체공학적 인테리어를 통해 마세라티 특유의 우아한 스포츠카로 발돋움했다.

운전석에 앉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아날로그시계가 마세라티만의 고품격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요 근래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는 센터페시아에 아날로그시계를 적용함으로써 자신들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마세라티도 이에 대해서는 빠질 수 없는 것.

시계 아래는 8.4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장착되었다. 애플 카플레이에 대응하는 모니터다. 5시간 이상 장거리를 가는 동안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었다.

모니터 아래는 에어컨 조절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사각형 버튼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마치 장난감 큐브가 생각나 그냥 생각 없이 꾹꾹 눌러보고 싶은 철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베이지색 가죽으로 마감 처리 된 도어 및 시트는 가만히 있어도 마세라티의 명품 이미지를 느끼게 했다. 컨버터블이란 모름지기 지붕을 오픈하고 달려야 하지만 출발하는 당시는 날씨가 좋지 않아 지붕을 닫고 출발했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지 않고, 적당히 무거웠다. 덕분에 코너링은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부드럽다. 스포츠카의 기본조건이다. 가죽으로 마감처리 된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도 좋고, 촉감도 좋았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속도를 높였다. 승차감은 전통적인 스포츠카다. 그러나 기분 나쁜 딱딱함은 아니다. 시트는 내 몸을 정자세로 받쳐줘 장시간동안 운전의 집중도를 높여줬다. 서스펜션 또한 강하게 조율됐다. 이 차의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88km. 그란 카브리오는 기자에게 “나는 스포츠카야”라고 속삭이듯 우렁찬 엔진음을 내뿜었다.

시속 110km, 2,000rpm 잔잔한 클래식이 연주되는 느낌이다. 마세라티가 자랑하는 우렁찬 오케스트라 엔진음은 어떤지 궁금해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엄청난 속도에서도 rpm은 2,000 중반을 가리켰다. 단, 컨버터블이라 풍절음은 비교적 세다.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53.0kgf.m, ZF 6단 미션과 결합된 8기통 4.7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그란 카브리오는 천상의 엔진음을 들려준다. 245/35 ZR 20 피렐리 타이어는 노면의 소음과 진동을 흡수해 운전의 재미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고속에서 뻗어 나오는 우렁찬 엔진음은 오케스트라 콘서트장에 온 느낌이다. 비 오는 날 그란 카브리오가 들려주는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란 카브리오는 저속, 중속, 고속 다양하게 자신만의 다양한 콘서트를 연주할 줄 알았다. 그란 카브리오는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 대장처럼 운전자인 기자에게 자신만의 고품격 콘서트를 들려줬다. 그란 카브리오만의 콘서트는 목적지까지 쉼 없이 이어지고, 이 콘서트가 끝나지 않길 생각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행히 날씨가 좋아 지붕을 열고 달렸다. 쏟아지는 햇살과 볼을 간지럽히는 바람이 더욱 상쾌했다. 그란 카브리오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우렁차게 이어졌다. 시승차는 그란 카브리오 스포츠이며 가격은 2억 4,100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