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핵심 모델 ES300h를 시승했다. 89년 처음 등장한 이후 렉서스를 이끄는 대표 모델로 사랑받는 모델이다. 한국에서도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수입차 시장을 확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신형 플랫폼을 적용했다. GA-K(Global Architecture-K) 플랫폼이다. 넓고 낮은 비례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패키징으로 넓은 공간을 구현했다. 알루미늄을 확대 적용한 경량화 저중심 설계가 특징이다.

렉서스의 상징, 스핀들 그릴은 세로 패턴을 도입해 새로운 멋을 냈다. 그릴 셔터를 적용해 공기저항과 엔진룸 열관리를 최적화했다. 길이 너비 높이가 4,975×1,865×1,445mm로 휠베이스는 2,870mm를 확보했다. 제법 넓은 뒷좌석 공간이다. 옆에서 보면 쿠페 스타일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A필러를 뒤로 18mm 이동시켜 후드를 길게 배치해 스포티한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는 인테리어다. 고급 재질을 장인의 손으로 마감해 렉서스의 멋과 품격을 높은 수준에서 완성하고 있다. 비스코 텍스가 포인트다. 평평한 표면에 요철과 높낮이를 미세하게 구현하는 고도의 가공기술이다.

계기판은 7인치 TFT LCD 모니터로 구성했고 센터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모니터를 시원하게 배치했다. 터치스크린이 아니다. 터치패드를 조작해 모니터를 작동한다.

파워트레인은 2.5ℓ 다이내믹 포스 엔진에 모터를 더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완성했다. e-CVT가 힘을 조율하고 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구동한다. 엔진은 178마력, 모터를 더한 총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이다. 공차중량 1,71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84kg이다.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에 배치했다. 앞뒤 무게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 주행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트렁크 공간의 손해도 없다.

렉서스답게 조용했다. 세 겹의 차음 시트, 윈드실드와 1열 차장에 적용한 어쿠스틱 글래스, 노이즈 저감 휠, 방음/차음재 적용 범위를 확대해 조용한 실내를 만들었다.액티브 노이즈 컨트롤도 적용했다. 마이크로 소음을 감지하여 스피커로 이를 상쇄하는 소리를 발생시킨다.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가 안전하고 편하게 이 차를 다룰 수 있게 해준다. LSS+는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차선 추적 어시스트,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오토매틱 하이빔 등 네 가지 예방 안전 기술로 구성된다. 이밖에 10개의 에어백과 팝업 후드 등이 안전을 책임진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타이어는 235/45R18 사이즈를 택했다. 쇼크옵소버에는 스윙 밸브를 적용해 미세한 쇼크에도 반응해 렉서스 특유의 승차감을 완성하고 있다.

가속을 마치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이 작동한다.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탄력으로 주행하는데 꽤 먼 거리를 활강한다.

토크 벡터링처럼 안쪽 휠에 제동을 가해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는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를 적용했다. 덕분에 앞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코너에서 가속해도 차가 바깥으로 밀리지 않는다. 운전자 의도에 맞춰 정확한 궤적으로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한다.

스티어링휠은 2.5회전 한다. 차 크기에 비해 예민한 조향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실내를 꽉 채우는 짱짱한 소리를 들려준다. 볼륨을 올려도 소리가 찌그러지지 않는다. 실내가 조용해 오디오가 더 돋보인다.

90km/h 정도의 속도에서 실내는 아주 조용했다. 엔진은 졸다 깨기를 반복한다.
시속 100km에서 1,400rpm을 보인다. e-CVT는 6단에 대응한다. 같은 속도에서 3단으로 내리면 rpm은 약 4,000까지 치솟는다.

레이다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추적 어시스트를 활성화해 반자율 운전을 시도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능숙하게 움직인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차로를 벗어나지 않는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면서 마치 노련한 운전자처럼 움직였다. 어지간한 초보 운전자보다 낫다. 물론,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 ‘어시스트’ 즉 운전을 ‘보조’ 해주는 기술일 뿐이다. 운전자를 돕는 기술이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운전하는 기술이 아니다.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가속을 이어가다 바람 소리가 거슬린다 싶을 때쯤이면 무척 빠른 속도다. 어쿠스틱 글래스가 소음을 적절하게 차단해준다. 조용한 실내는 렉서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조용한 실내에서 시트에 몸을 묻고 있으면 세상 더없이 편하다.

렉서스라고, 하이브리드라고, 마냥 순한 건 아니다. 스포츠 모드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반전이 일어난다.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처럼 박차고 달린다. 낮게 으르렁거리며 발톱을 드러낸다.

충분히 빠른 속도까지 거침없다. 안정된 자세, 다이내믹한 엔진과 엔진 사운드가 주행 질감을 높여준다. 운전하는 재미를 제대로 맛보게 된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뒤쪽에 배치한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가 앞뒤 무게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준다. 무단변속기지만 패들 시프트와 변속레버를 통해 수동 변속도 가능했다. 저속기어로 바꾸는 순간 한 옥타브 높아지는 엔진 사운드는 정말 재미있다. 하이브리드, 친환경 자동차지만 야무지게 달릴 줄도 안다. 하이브리드차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지…. 뜻밖의 반전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브레이크 페달에 체중을 실어 밟았다. 타이어가 살짝 미끄러진다. 노면과 타이어가 진득하게 들러붙는 느낌이 아니라, 딱딱하게 지면을 밀어내는 느낌. 제동 마무리는 깔끔했다. 비상등이 작동하거나 안전띠가 되감기지는 않았다.

상당히 조용하고 야무지게 잘 달린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놀라운 효율을 보이지만, 작정하고 달리면 엔진과 모터를 합한 218마력의 힘을 아낌없이 태운다. 전기모터는 효율을 높이고 힘을 보탠다. 양수겸장의 카드로 활용하는 것.

GPS 계측기를 걸고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했다. 모두 8차례 측정한 결과 8.27초가 가장 빨랐다. 가장 늦은 기록도 9.37초, 평균은 8.69초였다. 가속 거리는 130.37m가 가장 빨랐다. 평균은 131.89m. 하이브리드 세단이지만 다이내믹한 맛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은 성능임을 보여주는 숫자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연비는 25.9km/L로 나타났다. 공인 복합 연비 17.2km/L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자유로에서보다 올림픽대로, 강남 도심 연비가 더 좋았다. 자유로를 따라 달린 뒤 행주대교 북단에서 24.6km/L, 올림픽대로를 달린 뒤 이수교차로에서 25.1km/L, 도심 구간을 달린 뒤 교대역에서 25.9km/L를 기록했다. 차량 흐름이 안 좋을수록 연비는 더 좋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징이다.

ES 300h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실내는 넓고 조용하고 편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은 놀랍다. 거침없이 질주하며 재미있는 하이브리드차의 면모도 갖췄다. 고효율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짜릿한 성능을 드러내는 반전의 매력도 있다.

달리는 즐거움 또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임을 300h는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ES 300h는 3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럭셔리 6,110만원, 럭셔리 플러스 6,320만원, 이그제큐티브 6,71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다. 터치 패드를 이용해 또깍또깍 하는 감각을 느끼며 조작한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터치스크린만큼은 아니다.
모니터 아래로 많은 버튼을 나열하고 있는 것도 요즘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 버튼 수를 대폭 줄이고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
음성명령 시스템은 전화 걸기 정도만 가능하다. 현대 기아는 물론 벤츠 BMW도 음성명령 시스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렉서스는 손을 놓고 있는 느낌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