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3월 출시 이후, 2017년 연말기준 누적 판매 100만대 돌파한 SM5. 20년 동안 월평균 4,000~5,000대가 꾸준히 판매됐다. ‘사골’이라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대표적인 중형세단이다.

그런 SM5를 지난 19일 시승했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반구정 나루터 왕복 140km 시승 코스다.

주차장에 세워진 SM5는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한 모습이다. 초기에 출시됐던 클래식한 디자인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더 날렵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빠차에서 오빠차로 살짝 위치이동을 노리는 디자인 변화다. 카드형식으로 된 스마트키는 지갑에 들어갈 정도 얇았다. 이 스마트카드 키는 SM5가 자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운전석에 앉았다. 계기판이 먼저 들어온다. 가성비를 강조한 단순함이 이 차의 특징이다. 너무 많은 정보를 띄워 혼란스러운 요즘 계기판과 다르게 심플한 구성이다. 보기 편했다. 가죽시트는 불편함이 없었다. 나름 고급스러움을 전하는 포인트다.

실내에는 클래식카의 이미지가 묻어나는 옵션이 숨어있다. 요즘 차에 볼 수 없는 CD 플레이어다. CD로 음악을 들어본 지가 얼마인가. 운전할 때, CD 음악을 듣는 사람들한테 더할 나위없는 좋은 아이템이다. 스마트폰 미러링으로 음악을 듣는 요즘 세상에 CD 플레이어가 장착된 차를 보니 옛 추억들이 생각났다. 시가잭과 재떨이도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화면은 7인치다.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다.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나지막하게 엔진음이 들려온다. 막히는 도심 구간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했다. 속도를 한껏 높였다. 어느 순간 시속 100km, rpm은 2,500 전후를 가리켰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19.8kgf.m의 2.0리터 CVTCⅡ 가솔린 엔진과 무단 변속기 조합의 SM5는 열심히 기운차게 달려 나갔다. 215/50R 17 95V 금호타이어도 도로 위의 소음과 충격을 흡수했다.

고속에서 엔진음과 풍절음이 더욱 강했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참을만한 수준이다. 고속에서도 라디오를 듣거나 동승자와의 대화가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신나게 달리다 보면 빠르게 브레이크에 발이 올려야할 때도 생긴다. 급작스런 감속 상황에서도 내 몸은 앞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잘 유지한다. 중형차 아니랄까봐 제법 부드러운 코너링도 선사한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민첩하다.

SM5는 운전자에게 큰 재미를 주기보다는 잘 달리고, 잘 선다. 기본기 탄탄한 괜찮은 차다.

4.8m의 길이의 중형세단 SM5는 뒷좌석 공간도 넉넉했다. 기자의 무릎 앞으로 주먹이 두 개 정도 더 들어갔다.

이외에도 르노삼성은 SM5 출시 20주년을 맞이해 17인치 투톤 알로이 휠, 가죽시트 등 185만원에 달하는 옵션을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옵션 선택에 더 많은 돈을 들이고, 생각보다 비싸지는 차 값에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다. SM5는 예외다.

SM5는 모든 옵션이 공짜다. 가격도 2,195만 원으로 2리터 가솔린 동급 국산 중형차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가성비가 통한 덕분에 SM5의 판매량도 최근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가성비를 강조한 SM5와 고급화를 강조하는 SM6 중형차 시장 투 트랙 전략이 빛을 보고 있다.

옥의 티. USB 포트가 없다.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