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6초와 21.5km/L. 힘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았다. 그 어려운 걸 K5 하이브리드가 해냈다.

K5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0 스마트스트림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전기모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친환경자동차다.

엔진 출력 152마력, 모터 출력은 38.6kW다. 제원표나 브로셔에는 합산 출력이 표기되지 않았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195마력으로 나온다. 공차중량은 1,540kg이다. 몇 가지 숫자가 이 차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난한 성능의 중형 세단.

시트 포지션은 세단임을 고려해도 낮은 편이다. 도어를 열고 들어가 앉으면 엉덩이가 한참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8.46초다. 그리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속도지만 일상생활에서 달리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앞바퀴 굴림이다. 100km/h 전후 속도에서 차분하게 움직인다. 차근차근 속도를 올려 고속주행에 이르면 노면 굴곡을 따라 흔들림이 증폭된다.

235/45 R18 사이즈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다. 피렐리 타이어라니. 하이브리드와의 궁합은 둘째치고 차에 진심인 마음이 피렐리 타이어를 통해 느껴진다.

시속 100km에서 rpm이 2,100까지 오른다. 2.0 엔진을 사용했지만 엔진 회전수를 낮추지는 못하고 있다. 6단 변속기 때문으로 보인다. 7, 8단 변속기를 사용한다면 엔진 회전수를 좀 더 낮출 수 있을 테고, 더 좋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더 높은 힘을 쓸 때도 다단변속기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6단 변속기도 이제 성에 차지 않으니, 세월 참 빠르다.

‘하이브리드’에만 있는 기능이 있다. e-라이드와 e-핸들링이다. 모터가 주행에 개입하면서 차의 거동을 안정시켜 주는 개념이다. e-라이드는 방지턱 같은 둔턱을 통과할 때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모터를 제어한다. e-핸들링 역시 모터의 가감속으로 앞뒤 차축의 하중을 조절해 조향 시작할 때는 민첩하게 반응하고, 조향 복원할 때는 안정감 있게 움직여 주행 안정성을 높여준다. 모터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하이브리드에서만 가능한 기능이다.

뒤창까지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했다. 그만큼 소음 대책 수준을 높였다는 의미다. 60km/h 구간에서도 모터 주행을 경험하게 된다. 엔진 말고 모터로만 움직일 때의 느낌이 참 좋다.

패들 시프트는 두 가지 방법으로 사용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수동변속을 할 때 패들을 이용한다. 에코 모드에서는 패들을 조작해 회생제동 시스템의 세기를 조절한다. 어떤 용도로 사용하건 패들은 있는 게 좋다. 차와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연비 나쁜 하이브리드는 의미가 없다. 높은 효율은 필수다. 18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복합 연비는 17.1km/L.다. 아주 적극적으로 경제 운전하면 이보다 더 좋은 연비를 보이기도 한다. 헤이리마을에서 서울 교대역까지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21.5km/L. 지독한 교통 체증을 뚫고 달린 연비가 이 정도다. 하이브리드는 특히 체증 구간에서 빛을 발한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엔진은 잠재우고 모터가 앞장서기 때문이다.

원격 전후진 기능은 좁은 공간에서 주차할 때 편하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뒤 리모컨 키의 버튼을 이용해 차를 집어넣을 수 있다.

안전 및 편의장비는 최고 수준이다. 최고 수준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음성인식 시스템, 카페이, 카투홈에 더해 OTT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수입차들이 쫓아오기 힘들 정도다. 가격까지 경쟁력이 있다.

신형 K5 가격은 2.0 가솔린 2,784만원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는 3,326만원부터 3,811만원까지다. 1.6 터보도 있고 2.0 LPi도 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주머니 사정에 따라 맞춰 선택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에게 호소력이 큰 차다.

전기차가 주춤거리는 사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약진하고 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듯 보이지만 크게 보면 친환경차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친환경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헤게모니 경쟁, 나쁠 거 없다. 어쨌든 친환경 차들이 그만큼 많아지니까 말이다. 경쟁은 서로를 성장하는 법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과 앞창이 만나는 부분은 틈새가 떠있다. 재질의 단면도 손끝으로 만져진다. 트렁크 윗부분은 맨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차를 잘 만들어 놓고 사소한 부분의 마무리가 거칠다. 아쉬운 부분이다.
‘하이 기아’로 불러서 기능을 작동시키는 웨이크업 명령어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카니발에 이 기능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K5에도 빨리 적용됐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