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노틸러스에서 아메리칸 프리미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만났다.

링컨 노틸러스는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4년 만의 풀체인지 모델로 교체됐다. 아메리칸 프리미엄의 정수를 담은 SUV다. 링컨은 국내에서 SUV로만 판매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내비게이터-애비에이터–노틸러스-코세어로 이어지는 SUV 중 노틸러스는 중형급이다.

앞뒤로 견고한 직선을 가로로 배치한 디자인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윈도 프레임 아랫부분으로 끌어 올린 도어 손잡이가 눈에 뜨인다. 유행처럼 번지는 비노출형 도어그립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내 스타일을 만들겠다는 의지? 혹은 고집을 본다.

신형 노틸러스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대시보드를 꽉 채우는 48인치 대형 스크린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앞을 넓게 휘감는, 선명한 컬러 스크린. 뭔가 차원이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스티어링 휠은 위아래를 일자로 깎아놓았다. 스티어링휠 위로 계기판을 보려면 원형보다 이처럼 타원형이 유리하다. 계기판이 위로 올라가 있어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필요 없다. 디테일을 살리는 영리한 선택이다.

손을 뻗으면 닿는 센터패시아에는 11.1인치 터치스크린을 배치했다. 피아노 건반 같은 변속 버튼은 수동 변속이 불가능하다. 패들 시프트도 없다. D를 누르고 차분하게 움직이면 된다. 조금 더 강한 힘을 쓸 땐 S를 선택하면 된다. 볼륨을 조절하는 오디오 노브는 영롱한 빛을 반사하는 크리스털 재질이다.

시트가 물건이다.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잘 지지해 준다. 왼쪽과 오른쪽 허벅지와 닿는 부분을 다르게 조절할 수도 있다. 마사지 기능도 있다. 기능과 강도를 조절해 가며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실내에는 3가지 향기가 준비됐다. 센터 콘솔 커버에 3개의 향기 카트리지를 내장해 원하는 향을 즐기게 했다. 냄새의 힘은 세다. 있는 듯 없는 듯 은근히 풍기는 향은 머리를 맑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꿀꿀했던 기분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향기로 기억할 수 있는 노틸러스다.

28개의 스피커를 실내 곳곳에 배치한 레벨 울티마3D 오디오는 기대 이상의 소리로 실내를 채운다. 볼륨을 올리면 스피커의 울림이 몸을 느껴진다. 이 오디오를 제대로 즐기려면 무손실 음원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배기량 2.0 리터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8.0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은 2,065kg으로 1마력이 8.2kg을 감당해야 한다. 중형 SUV로서는 조금 무거운 편이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넘는다. 배기량 2.0 리터에 8단 변속기를 적용했는데 엔진 회전수는 높은 편이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12개의 센서로 차량 모션, 조향, 가속 및 제동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반응한다. 단단하지만 노면 충격을 지날 때는 부드러운 느낌도 살아난다. 유럽 차들의 단단한 서스펜션 기존으로 본다면 한 스텝 소프트한 편. “유럽 차들의 단단한 서스펜션이 나는 별로다.” 하는 소비자들에게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시속 100km 가속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7.8초가 베스트 타임이었다.

링컨의 주행보조 시스템은 링컨-코파일럿 360이다. 비상 제동장치를 포함하는 충돌방지 보조 시스템, 스탑 앤 고를 포함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센터링 어시스트,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차원 높은 주행 보조 시스템을 완성하고 있다. 제동 가속 조향 등 주어진 역할을 정확하게 하면서 운전자를 돕는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서울 교대역까지 컨저브 모드를 선택해 경제운전을 하며 55km를 달린 연비는 13.9km/L이었다. 교통사고로 체증이 심해 55km를 가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복합 연비 9.0km/L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크다.

노틸러스는 아메리칸 프리미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다. 실내외 디자인, 안전 및 편의장비, 대형 모니터와 크리스털 레버에 더해 향기까지 도입한 실내의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유럽 차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링컨만의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7,740만 원. 유럽산 경쟁 모델들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고 있다. 안타까운 건, 한국에서 링컨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속 있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지일 수 있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패들은 없고 변속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8단 변속기를 수동 변속할 수 없다. 좀 더 적극적인 운전 조작을 즐기는 이들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넘게 쓰는데 시프트업을 할 수 있다면 엔진 회전수를 좀 더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그 반대로, 3,000~4,000rpm까지 끌어 올리며 다이내믹한 주행을 하고 싶지만, 이 역시 방법이 없다. 변속기 S 버튼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형 모니터는 화려한데, 그 안을 채울 내용이 빈약하다. 최고급 오디오까지 있으니 대형 모니터로 동영상이나 영화를 즐기면 딱 좋겠지만, 안된다. 대형 모니터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