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겁이 없을 시기가 언제일까. 투싼을 타면서 든 생각이다. 형들에게 잔뜩 주눅 든 어린 시절을 지나 코 밑에 수염이 돋기 시작할 즈음. 10대의 어느 시기. 몸이 커지고 근육이 붙으면서 두세 살 많은 형들도 무서울 게 없는 질풍노도의 시절을 맞는다.

투싼이 그랬다. 싼타페든 쏘렌토든 혹은 비슷한 체급이 수입차든. 누구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당당한 자신감을 봤다. 높은 상품성으로 무장해, 세상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신형 투싼을 탔다. 3년 만에 등장한 부분변경 모델이다.

‘더 뉴 투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신형 투싼은 디자인과 상품성 업그레이드로 무장했다. 1.6 터보, 디젤, 하이브리드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은 그대로다. 현대차는 더 뉴 투싼 1.6 터보 2WD 인스퍼레이션 풀옵션 모델을 시승차로 제공했다.

고급져 보인다. 다크 크롬으로 마무리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효과다. 펼쳐진 날개 같은 주간주행등과 프로젝션 타입의 헤드램프도 눈길을 끈다. 2열에 사이드 에어백을 추가해 에어백은 모두 8개가 됐다. 종이를 접은 듯 선이 살아 있는 옆모습도 인상적이다. 준중형이어서 과장된 모습이 오히려 어울린다. 과장된 몸짓으로 작은 몸을 크게 보이려는 심리. 이해할 수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몸이다. 4,640×1,865×1,665mm다. 휠베이스는 2,755mm. 뒷좌석에 앉으면 놀란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훨씬 넘는 널찍한 공간이 있어서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나오지?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충분하겠다.

안전 및 편의장비로 그 안을 꽉 채웠다. 현대차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기본. 블루링크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레이더 센서 기반 어드밴스드 후석 승객 알림, 헤드업 디스플레이, 빌트인캠2, 열림량 제어 파워 테일게이트, 아웃사이드 미러 및 운전석 자세 메모리 시스템도 있다.

무선 연결로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할 수 있고, 카페이와 연계해 실물 카드 없이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 하이패스도 가능하다. 디지털화는 더욱 편리해졌다. 아이폰 혹은 애플워치, 안드로이드폰 등 15개 기기까지 연결가능하고 이를 이용해 잠긴 도어를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지문 인증 서비스도 있다.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편의장비를 제공한다. 1.6 터보 기준으로 모든 옵션을 다 선택해도 4,000만원 미만에서 해결할 수 있다.

싼타페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상품성이다. 어지간한 중형 수입 SUV와 비교해도 그렇다. 몸이 조금 작을 뿐. 형들에게 덤벼도 지지는 않겠다.

1.6 터보 가솔린 엔진은 7단 DCT의 조율을 거쳐 180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575kg이니 마력당 무게는 8.75kg이 된다. GPS 계측기로 측정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8.95초였다.

DCT는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킨다. 두 개의 클러치, 그러니까 여분의 클러치를 이용해 변속 시간을 줄이는 게 포인트다. 변속 시간은 동력 손실로 이어지는데 이를 줄여 성능과 효율을 모두 개선시키는 것.

박력 있는 변속감과 함께 힘차게 밀고 가는 가속감이 매력적이다. 180마력이 만드는 다이내믹한 주행이 재미있다. 앞바퀴굴림. 속도가 빨라지면 노면 굴곡을 타고넘는 반응이 커지면서 안정감이 흐트러진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반도로에서는 그렇게 빨리 달릴 일 없다고 보면 된다.

파주-서울 55km를 달리며 살펴본 실주행 연비는 16.0km/L였다. 공인복합 연비는 12.0km/L다. 19인치 타이어 2WD 기준이다.

판매가격은 1.6 터보 2,771만~ 3,439만원, 디젤 2.0 모델 3,013만 ~3,681만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3,213만~3,858만원이다. 편의장비들을 알차게 챙겨 동급은 물론 윗급 모델들과 견줘도 경쟁력 있는 상품성을 갖췄다. 겁 없이 덤벼도 지지는 않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왼쪽 끝. 지문 인식 센서가 자리했다. 넓은 공간이 휑하다. 계기판과 합치던지 다른 기능을 넣는 게 낫겠다. 음성명령 시스템은 훌륭한데 단 하나의 흠이 있다. 음성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헬로 현대, 안녕 투산. 이렇게 부를 때 “예 주인님”하고 대답해 주면 더없이 좋겠다. 지적이 아니라 격려다. 트렁크 커버가 없다. 어지러운 잡동사니들이 타인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겠다. 커버 덮는 게 낫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