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무섭다.

신형 카이엔 터보 GT를 타보고 든 생각이다. 무려 673마력이다. 일반 도로에서 그 힘을 공공연히 드러내, 힘을 자랑하는 건 민폐일 뿐이다. 겸손한 자세로, 절제하면서 다뤄야 할 차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클레오파트라와 한 방에 자면서 아무 일 하지 말라는 의미여서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마는, 그래야 한다.

신형 카이엔은 3세대 부분 변경 모델이다. 카이엔, 카이엔 쿠페, 카이엔 터보 GT 라인업으로 국내 판매에 나선다. 카이엔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만 5,000대가 판매될 만큼 인기 모델이다. 포르쉐의 캐시카우로 부를만하다.

카이엔 최상위 모델 카이엔 터보 GT는 쿠페를 베이스로 제작된다. 4,932 x 1,995 x 1,648mm 크기로 휠베이스는 2,895mm다. 러기지 공간은 기본 538리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486리터까지 확장된다.

12.6인치 풀디지털 계기판을 처음 적용하고 최적화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센터패시아에 12.3인치 포르쉐커뮤니케이션매니지먼트(PCM) 모니터를 배치했다.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조수석에 들어온 10.9인치 모니터가 눈길을 끈다. 조수석에서도 나만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모니터가 보이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4개의 모니터가 전면을 채우고 있다. 모니터가 많아지는 것과 별도로 그 많은 모니터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

8단 자동변속기를 조절하는 변속레버는 대시보드 위로 올라왔다. 덕분에 센터패시아 아랫부분 공간이 좀 더 넓어졌다.

4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은 보어 스트로크가 모두 86mm인 스퀘어 엔진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최적화된 형식. 그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673마력, 86.7kgm의 힘을 낸다.

거침없는 힘이다. 100km/h 가속하는 데 겨우 3.3초가 걸린다. 일반 운전자인 기자도 3.49초에 가속할 수 있을 정도다. 빠른 가속 반응도 압권이지만 그 과정에 만나는 엔진 사운드, 안정감이 돋보이는 차체 반응이 사람을 홀린다.

공차중량이 2,305kg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마력당 무게는 3.4kg에 불과하다. 7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을 가볍게 힘차게 누릴 수 있다. 제원표상 최고속도는 시속 305km. 그렇게 달릴 곳이 없다는 게 함정이다.

리터당 6.5km/L를 달리는 연비. 엄청난 식욕이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체크해본 실주행 연비는 리터당 8.9km. 공인 연비보다 많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장삼이사에겐 부담스럽다. 아무나 탈 수 있는 차가 아님을, 이렇게 또 확인한다.

앞에 285/40 ZR22, 뒤에 315/35 ZR22 타이어를 끼웠다. 노면을 움켜쥐며 네바퀴굴림으로 움직이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걸었다. 프리 세이프티 기능이 개입하면서 좀 더 강한 제동, 안전띠 조임, 비상등 작동 등을 스스로 해낸다. 앞으로 처박혀야 할 만큼 강하게 제동을 걸었으나 차는 거의 수평을 유지하며 제동을 마무리한다. 고성능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동 반응이다.

2챔버, 2밸브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은 이전보다 부드러운 반응을 보인다. 단단하게 움직이는데 장애물, 노면 충격을 지날 땐 살짝 부드러워지면서 품어 안는듯한 반응을 보인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섞여 한 차원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체 높이를 조절한다. 스포츠 모드에선 낮추고 오프로드에선 높이는 식이다. 에어서스펜션이어서 가능한 부분.

주행보조 시스템은 차선을 밟는다. 차선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차선을 밟으면서 경고한다.

판매가격 2억 6,190만원 ‘부터’다. 이런저런 옵션들을 더하다 보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는다. 물론 돈 있다고 탈 수 있는 차는 아니다. 경제력은 기본, 여기에 더해 차를 알아야, 이 큰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이 차의 오너가 될 수 있겠다. 쉬운 차 아니라는 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각도 조절이 안 된다. 시트를 조절해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봐야 한다. 꺼서 달리는 게 낫겠다 싶은 정도다. 각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맞고, 그게 아니면 적용하지 않는 게 낫겠다.

음성명령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강남역”을 주문하면 자유로 여관을, “교대역”을 말하면 교회들을, “광화문”을 요구하면 강화군을 제시하는 식이다. 약간의 오류가 있는 정도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