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V는 6세대로 진화하면서 더 커졌다. 길이 4,705mm로 75mm 더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40mm를 더 키워 2,700mm가 됐다. 사진제공 = 혼다코리아

진짜가 왔다. ‘CR-V 하이브리드‘가 진짜다. 지난봄 선발대 ‘CR-V 터보’에 이어 본진 ‘CR-V 하이브리드’가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CR-V는 6세대로 진화하면서 더 커졌다. 길이 4,705mm로 75mm 더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40mm를 더 키워 2,700mm가 됐다. 단정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세로로 배치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인상적이다. 차체 측면의 견고한 직선, 실내에서 만나는 대시보드의 수평 라인은 잘 정돈된 이미지를 전한다.

2열 시트는 8단계로 조절된다. 트렁크는 기본 1,113L로 골프 캐디백 4개가 실린다. 대형 유모차도 들어간다. 2열 시트를 접으면 2,166L까지 확장된다. 그 공간에 짐을 싣고 움직일 수도 있고, 차박을 위한 여유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충분하고 넓은 공간임은 분명하다.

세로로 배치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인상적이다. 사진 = 오종훈

차가 커지면서 세그먼트 구분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준중형, 혹은 중형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집에서도 패밀리카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공간은 여유 있다. 센터터널은 살짝 솟은 정도여서 뒷좌석 공간을 거의 해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넓은 공간을 만나는 것.

CR-V 하이브리드 모델을 경기도 가평-춘천 구간에서 시승했다. 2.0 직분사 앳킷슨 엔진과 e-CVT, 여기에 두 개의 모터를 적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두 개의 모터를 사용하는 게 핵심 포인트다. 하나는 구동용, 다른 하나는 발전용이다. 구조는 복잡하지만 병렬 구조를 택해 작게 만들었다.

엔진 147마력, 모터 184마력의 힘을 낸다. 국내에서는 별도로 시스템 출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쪽 자료를 보면 시스템 출력 215마력으로 나와 있다. 공차중량 1,790kg이니 마력당 무게는 8.3kg. 무난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레탄 커버를 씌운 엔진. 최고출력은 엔진 147마력, 모터 184마력이다. 사진제공 = 혼다코리아

공인복합 연비는 리터당 14.0km로 국내 인증을 받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비교적 우수한 연비를 확보했다. 에코 모드를 적극 활용해 경제운전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 있다.

실내는 대체로 조용했다. 엔진룸을 열어보면 우레탄 커버도 보인다. 소음 진동 흡음재 등으로 NVH 수준을 높였다. 낮은 속도에서 움직일 때는 약간의 소리가 들린다. 모터가 구동하는 소리가 아니라 보행자에게 알리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후진할 때는 조금 더 커진다.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지만, 경고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e-CVT를 조절하는 변속레버와 그 주변. 사진제공 = 혼다코리아

EV 모드로 움직일 때 실내는 아주 조용했다. 엔진은 숨죽이고 모터가 조용히 차를 움직인다. e-CVT의 부드러운 반응도 한몫한다. 가속할 때는 스포츠 모드를 택하는 게 훨씬 낫다. 엔진 사운드가 달라져서다. 에코 모드에서 깊은 가속을 이어가면 쥐어짜는 소리가 애잔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성인 남자의 굵은 바리톤 음색의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훨씬 듣기 좋다.

센터패시아에 배치된 9인치 터치스크린. 사진제공 = 혼다코리아.

사륜구동 시스템이 주는 안정감은 돋보인다. 고속주행 구간에서 가속할 때는 네 바퀴가 노면을 딛고 달리는 느낌이 두 바퀴 굴림 차와는 확연히 다르다. 앞뒤 구동력 배분이 6:4에서 5:5까지 변한다.

변속레버에는 전기차에나 있을 법한 B 모드가 있다. 이를 통해 감속 제어를 쉽게 할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제동 효과를 내며 속도를 줄일 수 있고, 회생제동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이를 사용하면 경제운전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서스펜션의 반응도 만족스럽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를 이룬다. 단단하게 노면을 딛고 움직이다가 과속방지턱을 만나면 충격을 튕겨내지 않고 품어내며 잔진동 없이 넘어간다. 달리던 그대로 넘어가도 크게 흔들림이 없다.

서스펜션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제공 = 혼다코리아 사진제공 = 혼다코리아

혼다센싱은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레이더 인식 범위가 넓어져 완성도가 그만큼 더 높아졌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이 반자율 운전을 훌륭히 해낸다.

혼다의 독자적인 안전 차체 설계 기술인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보디와 10개의 에어백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평가에서 TSP+ (Top Safety Pick+)로 평가받았다.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견고한 가로 라인이 돋보이는 실내 디자인. 사진 = 오종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 혹은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구현된다. 카플레이는 무선연결이 가능한데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 연결을 해야한다. 내장된 내비게이션은 없다. 9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를 통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불러와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깜빡 잊고 스마트폰을 안 가지고 나온 날에는 내비게이션은 보지 못한다.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없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 = 오종훈.

내비게이션을 아껴서 오디오에 투자한 것일까. 오디오에 진심이다. BOSE 프리미엄 오디오다. 대용량 서브 우퍼를 포함해 무려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됐다. 특히 EV 모드로 달릴 때 조용한 실내에서 귀가 호강하겠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성격을 가진 전동화 모델이다. 엔진과 모터, 그리고 e-CVT가 더없이 조화롭게 작동한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딱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혼다는 내구품질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다. 고장 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오래 사용해도 만족도가 높다는 것. 국내외 시장조사기관의 결과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차를 사서 오래 쓸 생각이라면 혼다 브랜드를 구매 리스트에 함께 올려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CR-V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

CR-V 하이브리드는 4WD 투어링 단일 트림으로 판매 가격은 5,590만 원이다. 올해부터 전격 시행 중인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카메라와 레이더 인식 범위가 넓어져 혼다센싱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이 반자율 운전을 훌륭히 해낸다. 사진 = 오종훈

오종훈의 단도직입
2열 시트는 8단계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 조절 레버가 시트 상단 끝, 어깨 옆에 있다. 몸을 돌려 레버를 젖힌 뒤 시트를 조절해야 하는데 아주 불편한 자세가 된다. 시트 아래쪽으로 레버를 옮겨 편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각도가 조절되는 뒷시트의 편리함’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레인워치 기능은 차선변경할 때 오른쪽 후방 상황을 카메라로 보여준다. 사각지대 없이 실제 상황을 볼 수 있어 좋다. 다만 이때 내비게이션이 안 보이는 게 함정이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면서 모르는 길을 갈 때 우회전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지도가 안보이고 레인워치 화면이 뜬다. 지도를 포기하거나, 방향지시등 작동을 포기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