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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놈이 당당하다. 당찬 꼬맹이 뉴 미니 5도어를 만났다. 2016년형으로 교체된 가솔린 엔진의 미니 쿠퍼S다.

미니의 라인업은 현란하다. 이름 그대로 작은 플랫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차를 만들어낸다. 기술과 상상력의 가장 이상적인 결합을 미니에서 본다.

이번 2016년형 모델 교체의 특징은 가솔린 엔진 투입과 가격 인하가 포인트다. 2016년형 뉴 미니 쿠퍼S 3도어 및 SD 3도어, 뉴 미니 쿠퍼S 5도어 및 SD 5도어는 후방 카메라를 추가 하고 가격은 130만원 낮췄다. 뉴 미니 쿠퍼 3도어 하이트림 및 쿠퍼D 3도어 하이트림, 뉴 미니 쿠퍼 5도어 하이트림 및 쿠퍼 D 5도어 하이트림, 뉴 미니 JCW 역시 기존과 동일한 옵션에 후방카메라를 추가하고 가격은 40만원 내렸다. 가치가 100만원 높아졌지만 30만원만 올렸다는 말장난이 아니다. 장비는 추가했고 가격은 내렸다. 이 같은 단순명쾌함이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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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커넥티드 시스템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과거 주행 기록을 통해 목적지까지의 주행거리, 연비를 예측해 최적 경로를 추천해주는 ‘미니 스트릿 와이즈(StreetWise)’ 기능, 운전자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지 그래픽으로 표시해주는 ‘포스미터(Force meter)’ 기능, 스마트 폰에 저장되어 있는 일정을 차량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캘린더’ 기능 등이 추가됐다.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재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이다. 단 애플 스마트폰에서만 지원된다는 게 함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기존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미니는 애플만 좋아한다.

4,005mm. 이 짧은 길이에 5도어 보디를 만들어냈다. 5도어의 편리함은 크다.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과 앞좌석을 당겨 뒤로 들어가는 건 하늘과 땅 차이. 뒷공간을 만들기 위해 차 길이도 조금 더 늘렸다. 트렁크도 좁지 않다. 물론 뒷좌석은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딱 맞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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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을 틔워주는 건 선루프다. 뒷좌석에도 열리지는 않지만 유리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 차창을 통해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뒷좌석 유리지붕은 운전자 이외의 동승객들이 더 좋아하는 요소다.

시트는 깊숙하게 뒤로 들어와 있다. 제일 앞에서 신호등 대기 할 때는 머리를 숙여야 신호등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도 있다. 깊게 들어앉은 자세여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반면 시야가 제한될 때도 있다.

운전할 땐 짧아서 좋다. 전후진을 반복해야 하는 좁은 주차장에서 빠져나갈 때도, 좁은 길에서도, 코너를 통과할 때에도 훨씬 자유롭다. 후진도 부담 없다.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가 밀집된 대도시에선 작은 차의 유용함이 생각보다 크다.

시트는 맞춤옷처럼 몸에 딱 맞는다. 허리 부분도 타이트하게 조인다.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깊은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땐 옆구리가 아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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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고카트의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그게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졌을 정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양산차가 고카트 같다는 건 큰 결점일 수 있다. 쇼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하체, 자전거처럼 예민한 조향은 무척 피곤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는 이를 숨기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운전하는 즐거움으로 순치시켰다. 물론 거친 고카트의 느낌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소비자들이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니가 진화하면서 고카트의 느낌은 많이 순화됐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핸들에는 여전히 그 느낌이 남아 있다. 사춘기 소녀처럼 예민한 핸들은 2.5 회전한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차체의 즉각적인 반응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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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과 노멀 그리고 스포츠 모드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는 그 차이가 확연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린 모드, 활시위를 당긴 듯 팽팽한 스포츠모드 같은 차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 차이가 컸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저속에서도 툭툭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그 때마다 어김없이 힘 있게 밀고 나간다. 그린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똑같이 툭툭 밟아도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수준이다. 그만큼 느슨하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혹은 필요에 따라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시속 100에서 2,000rpm은 3단에선 4,500rpm 까지도 상승한다. 주행 모드에 따라서 엔진 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아주 강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반면 그린 모드에서는 소리도 조금 더 톤이 낮고 부드럽다. 스포츠 모드에서 강한 가속을 마친 뒤 발을 떼면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나 만날 수 있는 엔진 사운드가 잠깐 들린다.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자꾸 가속페달을 밟았다 놓을 때도 있다.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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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cc의 배기량에 직렬4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힘을 낸다.

엔진 스톱은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가솔린 엔진이라 그런지 흔들림이 디젤보다 훨씬 덜 하다. 엔진소리도 가벼운 편이다. 엔진이 멈추면 실내는 조용해지지만 달릴 때에는 그리 조용한 수준은 아니다. 자글거리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실내로 들어온다.

헤드라이트 불빛은 아주 깨끗하다. 어둠에 밀리지 않고 앞을 선명하게 비춰준다.

잘 달린다. 고속주행에서도 그렇다. 192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240kg의 차체를 거침없이 끌고 달렸다. 순간적으로 치고 빠지는 순발력, 끈기 있게 밀고 올라가는 가속감은 스포츠카에 버금갈 수준. 메이커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정지상태에서 6.8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작은 녀석이 전혀 꿇리지 않는다. 서 있을 때에도 달릴 때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을 가졌다. 도로에서 단연 빛나는 존재다.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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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속에서 흔들림은 차체가 짧은 차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앞 뒤 방향의 흔들림, 즉 피칭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차로 이만큼의 고속 주행 성능을 보여 주는 게 대견하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경쾌한 가벼움은 시종일관 함께 했다. 탄력이 살아있는 가벼움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솔린 엔진의 특성이다.

메이커가 밝힌 이 차의 복합연비는 12.8km/L. 배기량 2.0 리터의 가솔린 엔진 연비로는 훌륭한 수준이다.

시승차인 뉴 미니 쿠퍼 5도어의 판매가격은 4,170만원. 이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미니를 포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뉴 미니의 가격은 2,970만원부터 시작된다. 미니5중 가장 저렴한 모델은 3,060만 원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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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뒷좌석에 3명이 앉기는 힘들다.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시트가 아예 좌우로 분리됐고 가운데 자리는 앉기 힘든 구조다. 물론 앉으려고 하면 앉을 수는 있겠지만 무척 불편하다. 게다가 센터터널이 높게 올라와 있어 다리를 이쪽저쪽으로 걸쳐놓아야 한다. 5인승이라고는 하지만 뒷좌석엔 그냥 둘이 앉는 게 좋겠다. 그 자리는 가장 미운 사람 앉히는 좌석으로 남겨두기로…….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