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마칸이 한국에 왔다. 마칸,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를 뜻한다. 포르쉐 SUV 라인업의 막내다. 포르쉐의 제일 작은 SUV.

4,690×1,923×1,624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807mm다. 최저지상고는 205mm,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하면 노멀 상태에서 190mm다.

차체가 넓다. 차폭이 2m에 육박한다. 차폭을 다 활용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배치하고 헤드램프는 그 위로 얹었다. 상하가 분명하게 분리된 형태다. 보닛을 열면 헤드램프를 감싸는 부분이 동그란 공백으로 드러난다.

차체 하단에 블랙 컬러를 두툼하게 넣어 포인트를 줬다. 포르쉐의 뿌리 ‘911’의 디자인 요소가 마칸에도 적용됐다. 포르쉐 플라이 라인이 그렇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가 911과 닮았다. 는 포르쉐 플라이 라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포르쉐의 뿌리 ‘911’의 루프라인이 스며있다. 포르쉐를 상징하는 디자인 포인트다. 리어 휠하우스를 감싸는 볼륨감 있는 엉덩이도 그렇다.

트렁크는 별도의 수납공간을 아래에 두고 있는 2층 구조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는 더 넓어진다. 기본 488ℓ에서 최대 1,503ℓ까지 확장된다. 풀플랫이 가능해 성인이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견고한 수평 라인을 강조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운전석에는 많은 버튼들이 비행기 조종석처럼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파나메라 1세대가 이랬다. 특히 센터페시아에서 이어지는 변속레버 주변은 수많은 버튼들이 나열되어 있다. 원샷원킬. 단 한 번의 조작으로 필요한 기능을 불러낼 수 있다.

노출하지 않고 매립되어있는 모니터는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인테리어의 기본을 잘 지키고 있어서다. 10.9인치 신형 터치스크린 안에는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담겨있다. 손가락이 가까이 가면 서브 메뉴를 펼쳐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직렬 4기통 엔진은 엔진룸 중앙에 세로로 낮게 배치했다. 좌우 균형을 맞추고 무게중심도 낮추는 효과를 낸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7단 PDK 변속기가 조율해 252마력, 37.7kgm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 발생 시점이 1,600-4,500rpm 구간이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최대 토크를 만나는 것.

스티어링휠에 달린 작은 휠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듀얼, 노멀이 있다. 에코 모드는 없다.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도 있다. 20초 동안 출력을 최대로 뽑아내는 기능이다. 추월 가속할 때 유용한 시스템이다. 험로 주행을 대비한 오프로드 모드도 있다. 접근각 16.9도, 이탈각 23.6도, 램프각 16.9도를 확보해 거친 길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뒷좌석은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머리 위로는 손바닥 두 개가 나란히 겹쳐 드나든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 딱 필요한 공간을 확보했다. 센터 터널은 높게 솟아 좌우 공간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포르쉐인 이상 스포츠카다. 막내라고 예외일 수 없다. 252마력의 힘이 포르쉐에서는 귀여운 수준이지만, 다른 차들과 비교하면 무시하지 못하는 알찬 성능을 보인다.

시속 80km 전후 속도, 편안한 자세로 움직인다. 시속 100km, 1,800rpm에 머문다. 기대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기어를 내리면 3단 4,500rpm까지 커버한다.

엔진과 별도로 서스펜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가 준비되어 있다. 하드한 서스펜션이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차체 안정감이 살아난다.

공기저항계수는 0.35. 사륜구동 시스템,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토크 벡터링 등이 차체의 흔들림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있다.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 사이에 차이가 제법 크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정확하게 작동한다.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린다.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없다. 차선과 관련한 어떤 보조장치도 없다. 조향은 오직 운전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속도를 올리면 엔진 사운드가 살아난다. 귀에 착 감기는 소리에 슬며시 미소를 띠게 된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자세가 역시 포르쉐다. 달리는 호랑이 위에 올라탄 격이지만 흔들림을 잘 제어해 안정감 있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했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사륜구동 시스템과 포르쉐의 섀시 컨트롤 시스템의 지원 덕이다.

가속보다 중요한 게 제동이다. 잘 설 수 있어야 비로소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것. 시속 100에서 급제동했다. 앞이 어느 정도 숙여진다. 제동 초기의 강한 반응이 정지할 때까지 유지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한 제동반응을 보인다. 비상등은 스스로 작동하지만, 안전띠가 몸을 조여주는 반응은 없다.

사륜구동 시스템에 토크 벡터링이 어우러져 코너링은 흠잡기 힘들 정도로 안정된 자세로 마무리했다. 충분히 속도를 올려 코너에 진입했다. 조향을 유지하며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코너를 이어갔다. 빠른 속도, 살짝 기우는 차체를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힘들어하지 않고 잘 받아낸다. 차체가 높은 SUV여서 어느 정도 기우는 반응이 오히려 재미를 더한다.

코너링에서 재미와 불안은 사실 같은 요소다. 감당할 수 있을 때 재미있고, 한계를 넘을 때 불안해진다. 마칸의 코너링은 재미있다. 조향과 엑셀링을 통해 충분히 차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SUV지만 포르쉐 배지를 단 이상 스포츠카로서의 기본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가속 제동 코너링 등에서 기대 이상의 안정된 자세로 스포츠카를 타는 재미, 때로는 짜릿할 정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포르쉐치고는 아주 강한 힘이 아니다. 하지만 고성능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포르쉐 고성능의 하한선을 마칸에서 만날 수 있다. 포르쉐 순한 맛인 셈이다.

시속 100km 가속 시간과 거리를 GPS 계측기로 측정했다. 메이커 기록은 6.7초.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적용했을 때 6.5초다. 시승차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적용하고 있다.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다. 5,000rpm에 고정되면서 론치 콘트롤이 작동한다. 있는 힘을 모두 끌어모아 아주 강한 출발을 했다. 변속이 일어날 때마다 앞으로 확 쏠리는 느낌이 이어진다.

가장 빠른 기록은 6.74초, 106.01m였다. 메이커 공식 기록과 큰 차이 없는 결과다. 평균 기록과 편차가 큰 두 차례의 기록을 제외하고 가장 느린 기록은 7.41초, 118.65m. 평균 7.08초, 112.20m를 보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체크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8.7km/L. 주행모드에 에코는 없다. 노멀을 택하고 서스펜션도 컴포트 모드를 택했다. 행주대교 북단에서 14.3km/L, 이수교차로 진출로에서 14.2km/L, 목적지인 교대역에서 13.5km/L를 기록했다. 차분하게 경제 운전하면 이 정도 연비를 만날 수 있다. 물론 포르쉐 배지를 단 마칸을 그렇게 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칸의 판매가격은 7,450만 원부터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140만원,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 380만 원, 토크 벡터링 210만 원 등등 옵션을 하나하나 더하다 보면 1억 원을 넘을 수도 있다. 옵션을 빼자니 포르쉐의 진수를 맛보기 힘들어지고, 넣자니 가격이 오르고. 그런 고민도 고르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포르쉐 오너가 될 수 있다. 역시 부자의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통풍 시트와 온열 시트가 함께 작동한다. 찬 바람과 더운 열기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둘 중 하나만 작동돼야 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중저속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실내 유입되는 잡소리는 거슬린다. 엔진 사운드를 좀 더 박력 있게 키워 이런 잡소리를 덮어버리면 어떨까. NVH에 대한 대책을 좀 더 보강하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