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K7을 신형으로 교체했다. K7 프리미어다.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지만, 디자인을 일부 변경하고 파워트레인에 신형 엔진을 투입하는 등 비교적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수입차와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준대형 시장에 포진하는 기아차의 기대주다.

K7의 날카로운 Z 형상의 주간주행등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었고 뒷모습에서도 좌우의 램프를 이어주는 라인을 도입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안으로 꺾여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은 예전 그대로다. K7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뒷범퍼 아래에 듀얼 배기구를 멋지게 그려 넣었지만 트릭이다. 실제 배기 파이프는 범퍼 안쪽에 따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견고한 수평 라인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나무와 가죽, 금속이 어우러진 실내는 최고급이라 할 수는 없으나, 차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도 노출시키지 않고 매립했고 대시보드는 날카로운 각이 없다.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보수적 디자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그래야 한다.

뒷좌석 공간은 아주 넓다. 무릎 앞 공간을 가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다리를 꼬아도, 누운 듯이 기대앉아도 넓디넓은 공간은 남아돈다. 조수석 시트 옆구리에 두 개의 버튼으로 조수석을 앞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 쇼퍼 드리븐카는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사용할 수도 있겠다. 어쩌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날이면, 뒷좌석에 앉아 호사를 누리는 게 낫겠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포트 분사와 직분사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스마트 스트림 G2.5 GDi 엔진이다. 아쉽게도 시승차는 최고 트림인 3.0 가솔린 엔진 모델이 제공됐다. V6 3.0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66마력의 넉넉한 힘을 가졌다. 최대토크도 31.4kgm에 달한다. 그 힘을 조율하는 건 8단 자동변속기다.

중후한 느낌이 지배한다. 묵직하게 닫히는 도어, 진중하게 움직이는 첫 발자국, 저속에서 고속에까지 달려가는 가속감이 그렇다. 준대형 세단다운 묵직한 무게감을 느낀다.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움푹 패인 길을 넘을 땐 맞받아치듯 강하게 건넌다. 부드럽게 이어지던 동작에서 나오는 의외의 반응이다. 충격을 지난 뒤의 잔진동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해 본다.

이처럼 노면 충격이 클 때를 제외하면, 서스펜션은 대체로 부드럽다. 물렁거리는 부드러움이 아니다. 단단함을 견지하지만 부드러움을 동반하는 서스펜션이다. 앞은 맥퍼슨 스트럿, 뒤는 멀티링크.

가속페달은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고 끝까지 밟힌다. 킥다운 버튼이 없다. 가속을 이어가면 듣기 좋은 엔진 소리를 만난다. 낮은 바리톤 음색으로 톤을 높여가는 소리의 울림이 좋다. 레드존을 넘보는 높은 rpm에서 소리가 가장 좋았다.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하는 등 나름 NVH 대책에 신경을 썼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글거리는 자잘한 소리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시승 구간이 대부분 시멘트 도로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기아차가 자랑하는 드라이브 와이즈, 즉 첨단 주행 보조기술은 자랑할만하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스티어링 휠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혼자서 잘 달린다. 물론 이 부분은 생각해볼 지점이기는 하다. 현재 상황에서, 핸들에서 손을 떼고 오래 가는 게 꼭 좋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적극 활용해 대응한다. 터널 앞에서는 열린 창문을 스스로 닫고, 곡선 구간에서 감속도 해낸다.

깔끔한 컬러 그래픽이 펼쳐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올라온다. 계기판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제한속도, 주행속도, 차간거리, 차선유지 보조, 내비게이션 길 안내까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소화해낸다.

커넥티드 카로서도 손색이 없다. UVO 시스템을 통해 카투홈, 홈투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차에서 집안의 에어컨, 조명 등을 컨트롤할 수 있고, 반대로 집안에서 차의 시동을 걸거나, 에어컨을 미리 켜놓을 수도 있다. 자동차와 사물인터넷의 만남이다.

음성명령은 좀 더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근처 맛집”이라는 명령에 열 대여섯 군데의 식당을 띄워준다. 카카오 i의 음성인식 기술을 응용한 것. 수입차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능이다.

OTA(Over The Air)도 가능하다.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다. 그냥 놔두면 무선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차가 알아서 해내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운전자가 해야 할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K7을 통해 절감하게 된다.

‘자연의 소리’도 들려준다. 숲속의 바람 소리, 잔잔한 파도 소리, 벽난로에서 장작 타는 소리 등을 들려주는 것. 그중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걸어가는 소리가 가장 좋았다. 더운 날, 에어컨을 켜고 차 안에서 듣는 눈 밟는 소리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마트 모드가 있다. 각 주행모드간 차이는 크지 않다.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에코는 조금 더 약하게, 스포츠는 조금 더 강하게, 폭을 넓혀 주행모드의 차이를 좀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K7 3.0의 연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9.8km/L. 계기판이 알려준 시승 기간의 연비는 9.2km/L로 공인복합 연비와 큰 차이가 없다. 가감속이 잦고 고속주행도 해야 하는 시승차의 운행조건을 감안하면 칭찬해줄 만한 일이다.

K7 프리미어에서는 옵션 선택의 제한이 사라졌다. 필요한 옵션을 택하기 위해 상위 트림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낮은 트림에서도 제한 없이 필요한 옵션을 택할 수 있게 한 것.

시승 모델인 K76 프리미어 3.0 GDi 시그니처의 판매가격은 3,799만원. 2.5 GDi는 3,102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장 비싼 모델은 하이브리드 시그니처로 세제혜택 후 가격이 4,015만원이다.

주행성능보다 편의장비, 주행지원 시스템을 더 많이 언급해야 할 정도가 됐다. K7은 점점 더 달리는 스마트기기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국산차 시장에서 준대형 세단은 현대기아차가 장악한 지 오래다. 동시에 수입차와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동급 수입차에 대한 K7의 가격경쟁력과 편의 및 안전 장비의 우위는 엄연한 사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좀 더 쌓을 수 있다면 K7의 내일을 충분히 낙관할 수 있겠다. 물론 그랜저와의 경쟁을 또 다른 문제.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로 수동변속은 불가하다.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의 변속레버는 수동변속을 할 수 없다. 패들시프트가 있어서 수동변속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손맛의 유혹을 느낄 때 오른손이 허공을 맴돈다.
윈드실드와 만나는 지붕 틈새는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로 넓다. 그 틈으로 잡음이 비집고 들어올 수도 있다. 무심코 손을 더듬다 그 넓은 틈새로 쑥 들어가는 손가락이 참으로 민망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