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올 뉴 싼타페. 여전히 어색한 모습이다. 친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다.

현대차가 제공한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캘리그라피 6인승 모델이다. 5인승은 3열 시트가 없고, 6인승은 2열 시트가 좌우 독립된 캡틴 시트로 구성해 2+2+2 구조다. 7인승은 2+3+2로 2열이 3인용 벤치 시트를 쓴다.

6인승이 그중 최고다. 2열을 고급스럽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2열이 전동식에, 독립 시트여서 고용된 운전사가 오너를 모시고 움직이는 쇼퍼 드리븐 카로도 어울린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차다. C 필러의 히든 타입 어시스트 핸들, 그리고 운전석의 콘솔박스가 그렇다. 히든 핸들은 타이어를 밟고 지붕으로 올라설 때 아주 유용하다. 콘솔박스는 앞뒤 승객이 같이 쓸 수 있게 커버가 앞뒤 방향으로 모두 열린다. 상하 2층 구조에, 아래쪽은 앞뒤로 구분된 이중 구조로 구성해 쓰임새 좋게 만들었다. 디테일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차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테라스 콘셉트의 대형 테일게이트도 이 차의 특징. 열리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활짝 열어놓으면 지붕처럼 하늘을 가려 테라스 분위기를 만든다. 햇볕이나 눈비를 가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

12.3인치 모니터 두 개를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모니터가 운전자를 둘러싸는 형태여서 집중도가 높다. 그 안에는 현대차가 자랑하는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들, 안전 및 편의 장비들이 차곡차곡 들어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필요한 기능들을 찾아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는 2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UV-C 자외선 살균 기능도 있어 소지품들을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C타입 USB 충전 포트, 220V 인버터 등을 갖추고 있어 전자기기 충전이 편하다.

1.6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전기 모터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한다. 엔진 출력 180마력, 모터 출력 47.7kW 합산 출력 235마력이다. 공차중량이 1,970kg이니 마력당 무게는 약 8kg 정도다. 9초 전후로 시속 100km를 주파할 수 있을 정도의 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써 힘과 무게의 비율이 괜찮은 수준이다.

뒤창까지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사용했다. 소음 대책을 충실하게 마련했다는 의미다. 실내는 조용했다. 낮은 속도에서 EV 주행 모드를 시작해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가속 페달을 밟는 듯 마는 듯 아주 살짝 밟았다. 놀랍게도 시속 80km를 넘는 속도까지 전기 주행을 이어갔다.

다중 충돌방지 자동제동 시스템은 정·측면 충돌사고로 에어백이 전개되면 자동으로 제동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는 등의 이유로 차를 제어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자동으로 제동해 차를 멈추는 기능이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다.

E 컴포트 드라이브 기능은 모터를 이용해 차를 좀 더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e 라이드, e 트랙션, e 핸들링, e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등이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차가 덜 흔들리게 해주고(e 라이드), 가속할 때 헛바퀴 도는 것을 막아주고(e 트랙션), 조향반응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해주고(e 핸들링), 좀 더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는(e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등이다.

스티어링휠 아래에 있는 패들 시프트는 변속과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수행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6단 변속기를 수동 변속하고, 에코 모드에서는 회생제동의 세기를 조절한다.

공기저항계수는 0.294. 차체 단면적이 넓은 대형 SUV가 0.3 미만으로 공기저항 계수를 낮췄다는 건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공기저항계수는 고속주행할 때 의미가 크다. 100km/h 미만의 실생활 주행 영역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2(HDA2)를 적용했다. 차선 변경까지 지원한다. 가볍게 핸들을 쥐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HDA2가 조향에 개입해 옆 차선으로 옮겨간다. 무척 부드럽게 작동해 노련한 운전자처럼 차선 변경을 해낸다. 그 작동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20인치 타이어에 AWD를 적용한 6인승 모델의 공인 복합 연비는 13.0km/L.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까지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17.5km/L였다. 아주 적극적으로 가속 페달을 안 밟는 경제운전으로 확인한 연비다.

교통 체증 구간에서 오히려 연비가 좋아진다. 배터리가 충분하면 저속 구간에서 엔진은 작동을 멈추고 모터가 적극적으로 주행에 개입한다.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보다 교통체증 구간이나 도심 구간에서 더 좋은 연비를 보이는 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징이다. 관건은 배터리 잔량이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엔진이 구동과 충전을 모두 담당해야 해서 연비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최저가격은 익스클루시브 트림 3,888만원이다. 프레스티지 4,136만원, 캘리그래피 4,621만원이다. 시승차는 캘리그래피 트림으로 투톤 나파가죽, 빌트인 캠 2,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듀얼 와이드 선루프, 스마트센스,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2 등을 추가해서 5,516만원에 출고했다. 시승차는 현대차에서 제공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왼쪽 끝 한 칸이 의미 없게 자리했다. 모니터 바깥으로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에 지문 인식 센서를 배치했다. 어색하다. 지문 인식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이 패널은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음성인식 시스템은 최고 수준이지만 웨이크업 명령어가 적용되지 않았다. 헬로 현대, 안녕 현대처럼 음성으로 활성화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기아에서 카니발에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니, 싼타페에도 빨리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