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처럼 가벼운 무게가 무려 2.5톤이다. 그만큼 힘이 세다. 효율은 또 기가 막히다. 헤이리 마을을 출발해 서초동 교대역까지 55km를 전기모터로만 달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지만 엔진 떼어내고 그냥 전기차로 써도 좋을 정도다. BMW의 신병기 뉴 X5 x드라이브 50e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조명을 넣은 아이코닉 글로우를 적용했다. 헤드램프는 얇아졌다. BMW의 상징이었던 헤드램프의 엔젤링은 이제 흔적을 찾기 힘들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간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물리 버튼은 최소화했고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절한다. 새로 디자인한 기어 셀렉터는 보석처럼 빛난다.

자동차로서는 가장 복잡한 파워트레인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엔진과 모터, 충전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엔진을 떼어내면 전기차, 모터를 떼어내면 엔진차가 된다.

에어 서스펜션을 가졌다. 이를 이용해 차의 높이를 조절한다. 덕분에 승차감, 주행안정감이 좋다.

직렬 6기통 3.0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은 313마력의 힘을 낸다. 전기모터는 197마력이다. 합산 출력은 489마력으로 이전보다 95마력, 거의 100마력이 세졌다.

힘만큼 중요한 게 무게다. 이 차의 공차중량은 2,555kg. 이것저것 다 넣느라 몸무게가 제법 늘었다. 하지만, 489마력의 힘은 그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셌다. 마력당 무게가 5.2kg이다. 이 정도면 5초 전후에 시속 100km를 주파할 수 있다. 제원표 상에는 4.8초 만에, GPS 계측기로 측정한 결과로는 5.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까지 최고 수준의 승차감을 보였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만, 결코 거칠게 반응하는 법이 없다. 단단한 주먹을 탄력 좋은 글러브로 감싼 느낌.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밀당이 계속 이어지며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확보하고 있다. 21인치 타이어, 에어서스펜션, 사륜구동 시스템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또 하나, 지그시 차체를 내리누르는 2.5톤의 무게감도 그리 나쁘지 않다.

친환경차지만 주행의 즐거움을 양보하면 BMW가 아니다. 주행은 다이내믹하고 때로 짜릿했다. 여전히 BMW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차선변경 보조까지 구현했다. 내 차선을 포함해 좌우 차선까지 모두 3개 차선을 모니터링하며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지켜 달리다가 필요할 때 차선변경까지 훌륭하게 해낸다. 자율주행 레벨2 수준에서는 최고 수준의 완성도라 할 수 있다.

주차도 맡길 수 있을 정도다. 주행을 녹화해 두면 그 자리에 다시 왔을 때 녹화했단 그 궤적을 그대로 따라 움직여 주차를 마무리한다. 전진 주차, 후진 주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선택하면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스티어링휠을 돌리고 D-R 변속을 한다. 운전자는 그냥 앉아있으면 된다. 때로 과하지 않게 브레이크 정도를 살며시 밟아주면 된다. 운전자가 차 밖으로 나와 스마트 폰 앱으로 주차하거나 차량을 제어할 수도 있다. 차근차근 자율주행 시대가 차근차근 오고 있음을 X5를 통해 BMW가 증명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은 29.5kWh. 이전보다 25%가 늘었다. 1회 충전 모터 주행가능 거리가 최대 77km. 배터리가 절반가량 남은 상태에서 헤이리부터 교대역까지 55km를 모터 주행만으로 커버했으니, 실제로는 더 멀리 갈 수도 있겠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날씨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추워지면 배터리 효율은 떨어진다.

모터 주행은 시속 140km까지 가능하다. 시속 100km 넘는 속도까지 모터 주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로만 사용할 수도 있겠다. 부지런히 충전하면서 전기차로 쓰는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는 바람직한 자세라 하겠다. 엔진 연비는 9.4km/L. 배기량이나 차급, 무게 등을 감안하면 괜찮은 연비다. 그래도 전기모터를 먼저 사용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뉴 X5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뉴 X5 x드라이브 30d는 1억 1,700만원부터, 뉴 X5 x드라이브 50e는 1억2,820만원~1억 3,520만원이다. 뉴 X5 M60i x드라이브는 1억 5,80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최고의 사양으로 무장한 X5에 레이저 라이트가 빠졌다. 헤드램프의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상징성 높은 옵션인데 만날 수 없어 아쉽다. 트렁크는 바닥이 높다. 고전압 배터리가 그 아래 배치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서스펜션을 조절해 조금 낮출 수는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