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 깨워야 일어나던 아이가, “일어나”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나면 얼마나 대견할까.

더 뉴 카니발이 그랬다. 버튼을 누르지 않고, “헤이 기아”라고 말하면 음성인식 시스템이 깨어난다. 딩동 하고 반응한 뒤 바로 명령하면 된다. 실내 온도 20도, FM95.9, 내비게이션 목적지 등을 얘기하면 대응한다. 삼성전자 주가도 알려주고. “차창 내려줘” 하면 운전석인지 조수석인지 구분해서 열어준다. 기아 음성인식 시스템의 화룡점정이다.

웨이크업 명령어가 없어 아쉽다는 건, 본지가 그동안 단도직입을 통해 여러 번 지적했던 부분이다. 이제 수정이 되니 반갑다. 내가 지적해서 수정된 것은 아니겠지만, 부단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니 고맙고 대견하다.

더 뉴 카니발. 2020년 등장한 4세대 모델의 상품성 개선모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포함한 약간의 디자인 변화와 쇼크업소버 개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더해 차선변경 지원을 포함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2,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UV-C 살균 센터 콘솔 등이 주요 변화 혹은 특징이다. 새집에서 만나는 익숙한 가구들처럼, 현대차와 기아의 다른 모델에서 이미 스쳐 지났던 기능들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파워트레인에 있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로 투입했다. 새 엔진을 투입하는 건 풀체인지급 변화다. 기아가 제공한 시승차, 카니발 1.6 터보 하이브리드 7인승에 올라 시승했다.

5,155×1,995×1,785mm에 휠베이스 3,090mm의 크기다. 2+2+3 시트 구조를 가진 7인승 미니밴. 2열 시트를 좌우 분리된 캡틴 시트를 적용해 고급스럽게 꾸몄다. 2열 전동식 시트는 허벅지와 무릎까지 받쳐주는 시트다. 9인승은 2+2+2+3 시트 구조다.

첫 발짝이 하늘을 날아오를 듯 가볍다. 그리고 조용하다. 모터는 뒤에서 엔진을 돕는다. 내리막길에서 모터가 기세 좋게 앞장서기도 하지만 대체로 엔진이 힘을 쓰고 모터가 뒤를 밀어준다.

1.6 터보 엔진 최고출력은 180마력이다. 여기에 모터 힘을 보태 총 시스템 출력은 245마력이다. 공차중량은 2,165kg, 마력당 무게는 8.8kg이다. 힘과 무게의 비례가 나쁘지 않다.

달리기 실력은 무난한 편이다. 고속주행까지 꾸준히 힘을 모아 가속한다.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제법인데!”하고 감탄할 수도 있겠다. 배기량 1.6 리터로 이 정도의 힘을 보인다는 게 기특하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시트가 몸을 꽉 조인다. 몸의 흔들림을 줄여 차와의 일체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에르고 모션시트의 기특한 반응이다. 에코 모드나 스마트 모드에서는 긴장 풀려 풀 퍼지는 몸처럼 느슨하게 놓아버린다.

서스펜션의 완충작용으로 실내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 충격으로 수축된 서스펜션이 이완할 때 간혹 거친 반응이 온다. 7인승 미니밴을 혼자 타고 있어서 그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몇 사람이 더 타서 지그시 누르는 무게가 더해지면 서스펜션은 좀 더 순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이 많이 타면 브레이크를 신경 써야 한다. 무게가 늘면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제동 거리에 여유가 있다면 패들을 이용해 회생제동 기능을 이용하는 게 좋다.

하이브리드의 구동 모터를 이용해 주행 안정성을 더 높였다. E-라이드와 E-핸들링, E-EHT 등의 기능을 이용해 모터가 주행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E-라이드는 과속방지턱 같은 둔턱을 통과할 때 구동 모터의 토크를 조정해 흔들림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E-핸들링은 곡선로를 들어가고 나올 때 모터가 가감속을 제어하면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정성을 높여주는 원리. E-EHA(Electrically Evasive Handling Assist)는 충돌을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 시 앞뒤 차축 하중을 제어해 빠르게 피하고 회피 후 차체 안정성을 향상시켜준다.

스티어링 휠 아래에 있는 패들 시프트는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에코와 스마트 모드에서는 회생제동 조절 기능이다. 회생제동은 3단계로 수동 조절 혹은 길게 당겨 ‘오토’로 이용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용량이 작아 수시로 충·방전을 거듭한다. 완전 방전되지도, 완전 충전되지도 않는다. 중간값에서 부지런히 충전하고, 또 방전한다. 배터리와 모터에 들고 나는 에너지 흐름은 계기판을 통해서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체증 구간, 저속주행, 시내 주행에 강하다. 모터가 앞장서기 때문이다. 엔진보다 모터 주행을 할 때 효율은 높아진다. 공인 복합 연비는 13.5km/L지만 26km를 경제운전으로 달려보니 17.1km/L 정도의 연비를 보였다. 경제운전은 언제나 진리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진행 차로를 중심으로 좌우 차로까지 모두 3개 차로를 모니터하며 움직인다. 차선변경까지 지원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HDA2)을 탑재했다. 이를 활성화시킨 뒤 방향지시등을 가볍게 터치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차가 조향에 개입하며 차선 변경을 해낸다. 전제 조건이 있다. 핸들을 쥐고 있을 것, 차선이 점선일 것, 진행 차선이 비어 있을 것, 등이다.

주행 속도를 100km/h으로 설정했는데 90km/h 이상으로 가속되지 않았다. 조금 더 가면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어 규정 속도까지만 가속하는 것이다. 그만큼 똑똑하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코너 등에서 속도를 줄이고 터널이 있으면 열려있던 차창들을 모두 닫기도 한다.

판매가격은 ▲3.5 3,470만원부터 ▲2.2D 3,665만원부터 ▲1.6T 하이브리드 3,925만원부터다. 시승차는 1.6 터보 하이브리드 7인승 시그니처 풀옵션으로 5,764만원이다.

카니발은 마땅한 경쟁차가 없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차 스타리아가 있지만 직접 경쟁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를 경쟁자로 꼽을 수 있다. 카니발은 이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이 있으니 바로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로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딧세이와 시에나는 9인승 이상에 6인 이상 탑승해야 하는 기준을 맞출 수 없다. 물론 카니발도 7인승이면 버스전용 차로에 들어설 수 없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자동변속기는 6단이다. 엔진 배기량도 1.6리터에 불과해 rpm을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 시속 100km를 2,000rpm으로 커버할 정도다. 8단 변속기를 적용하면 엔진 회전수를 낮춰 효율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V 모드를 강제할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주행 속도, 배터리 잔량 등의 조건이 맞을 때 EV로만 달릴 수 있게 강제하는 것. 하이브리드인만큼 높은 효율을 갖추기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