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참 없다. 아무리 잘나가도 그렇지, 큰집을 넘어버리다니.
쏘렌토가 3년째 중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싼타페는 만년 2위다. 큰집의 솔직한 심정이 궁금하다. 어쨌든 같은 집안에서 1등이니 좋아할 테지만, 내 새끼가 그 아래 2등이니 돌아서서 칼을 갈고 있을지 모른다.

4세대 쏘렌토의 상품성 개선모델이 출시됐다. 2.2 디젤, 2.5 가솔린, 1.6 하이브리드 3개 파워트레인을 유지했다. 사진=오종훈

4세대 쏘렌토의 상품성 개선모델이 출시됐다. 2.2 디젤, 2.5 가솔린, 1.6 하이브리드 3개 파워트레인을 유지했다. 풀체인지를 거친 싼타페는 디젤을 뺐지만, 페이스리프트 수준인 쏘렌토는 디젤 엔진을 포기하지 않았다. 기아로선 나쁠 게 없다. 소비자들 선택 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좀 더 넓게 그물을 펴는 셈이다.

신형 쏘렌토는 4세대 모델의 상품성개선 모델로 출시됐다. 사진=오종훈

1.6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AWD를 시승했다.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e 하이패스, 스트리밍 플러스, 빌트인 캠 2, 기아 디지털 키 2 등 기존 기능을 좀 더 업그레이드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 차량/측방 접근차/추월시 대향차/회피 조향 보조 기능 포함),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이전 기능의 작동 범위를 넓히는 등 성능을 높였다.

10개의 에어백이 최후의 순간을 대비한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프로젝션 타입의 후진 가이드 램프가 켜진다. 주차선이 없는 곳에서도 후진을 안내하는 선을 볼 수 있는 것. 운전자는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로 이를 확인하며 후진할 수 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대시보드. 사진=오종훈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운전석 앞을 채웠다. 12.3인치 모니터 두 개로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구성하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10인치 크기로 터를 잡았다. 화면이 넓고 깨끗하다.

고속도로 주행보조2 (HDA2) 차선변경 지원 기능이 더해졌다. 뒤따르는 차가 없을 때 방향 지시등을 켜면 차가 조향에 개입해 차선 변경을 돕는다. 차선은 점선이어야 하고 운전자는 반드시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거나, 도중에 작동을 멈춘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차선변경 기능이 정확하게 작동한다.

처음 접할 때 신기해서 한두 번 사용하겠지만, 실제로 차선을 변경할 때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족해야 할 모든 조건 중에서 한두 가지가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4,815×1,900×1,700mm 크기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엔진출력 180마력, 모터 출력 47.7kW. 기아 홈페이지에 찾아보면 제원표에 엔진과 모터 출력을 따로 표시하고 합산 출력은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한 부분인데 알 수가 없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엔진출력 180마력, 모터출력 47.7kW다. 메이커는 합산출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기아의 미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합산출력 227마력으로 나온다. 사진=오종훈

찾아보면 227마력으로 나온다. 기아 미국 홈페이지를 보면 그렇다. 공차중량 1,890kg이니 마력당 무게는 8.3kg, 이를 통해 추정해 보는 0-100km/h 가속시간은 8~9초 정도가 되겠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측정해 보니 가속시간 8.16초, 가속 거리 127.13m가 최고 기록이다.

배터리 잔량과 연비 효율, 구동력 전달 상태 등을 보여주는 인포메이션 모니터. 사진=오종훈


배기량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있는 힘을 다해 달리지만 이 큰 덩치를 ‘가볍게’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 차근차근 힘을 끌어모아 달린다. 고속주행까지 거침없이 달려가는 게 기특했다. 차체 높이가 있어 노면 충격이 전달되며 흔들리는 반응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전기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내연기관 SUV의 움직임이 거슬릴 수 있다. 충격을 받을 때는 그렇다.

90~110km/h 구간에서 차분하게 달릴 때는 아주 편했다. 스포츠 모드로 rpm을 높여 가속해도 엔진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바람 소리가 더 크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순둥이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린 연비는 21.0km/L였다. 사진=오종훈

사륜구동에 235/60R18 사이즈의 타이어를 적용해 공인복합 연비 13.8km/L로 인증받았다. 공인복합 연비도 대단히 우수하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확인해 본 실주행 연비는 21.0km/L이다. 하이브리드는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보다 시내 주행, 정체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은 연비를 보인다.

대체로 보수적이고 무난하다. 그런 특성이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는 원인이다. 특히나 중형급에서는 그게 SUV든 세단이든 패밀리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패밀리카는 화려하거나 고출력 고성능보다는 무난한 디자인과 성능, 넓은 공간, 안전 등이 먼저 고려된다. 쏘렌토가 중형 SUV 시장을 석권하는 이유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친환경 세제 혜택 후 가격은 3,786~4,455만 원이다. 시승차인 1.6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AWD는 4,742만 원이다. 사진=오종훈

때마침 싼타페가 풀체인지를 거치며 (쏘렌토보다는)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쏘렌토는 보수적이고 싼타페는 화려하다. 사람들은 세련되고 화려한 디자인에 환호한다. 정작 내 차를 고를 땐 보수적으로 변한다. 눈에 확 띄는 화려하고 세련된 고성능 차는 남의 차로 좋고, 내 차는 생김 새와 성능이 무난한 차를 선택하는 것. 특히나 중형차에서는 그렇다. 쏘렌토가 싼타페를 이기는 이유일지 모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친환경 세제 혜택 후 가격은 3,786~4,455만 원이다. 시승차인 1.6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AWD는 4,742만 원이다. 여기에 옵션을 추가하면 5,500만 원 전후로 탈 수 있겠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성능과 효율, 편의장비 수준이 비슷한 수입차와 비교하면 쏘렌토 가격이 훨씬 싸다. 비슷한 가격의 수입차와 비교하면 성능과 효율은 그렇다 쳐도 쏘렌토의 편의장비 수준이 아주 높다. 압도적인 가성비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오프로드 모드까지 준비되어 있다. 사진=오종훈

오종훈의 단도직입
6단 변속기는 아쉽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rpm을 높게 쓴다. 시속 100km에서 1,900rpm을 마크한다. 배기량이 적어서 엔진 회전수를 높여야 100km/h를 커버할 수 있다. 엔진 배기량을 키울 수 없다면 변속기라도 다단변속기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 8단 혹은 9단 변속기를 사용해 엔진 회전수를 조금 더 낮춰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하이브리드 차의 특성에도 맞지 않을까.
음성인식 시스템은 완성도가 아주 높다. 다양한 명령을 알아듣고 소화한다. 다만 음성명령으로 활성화 시킬 수 없다. “안녕 기아”, 혹은 “헬로 기아” 라는 명령어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최고의 음성인식 시스템이 될 수 있겠다.

6단 변속기를 조절하는 변속레버. 사진=오종훈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