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 CEO 올리버 블루메. 사진=폭스바겐그룹

폭스바겐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10여개의 각 브랜드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IAA 2023에서 회사의 워드마크를 “Volkswagen Aktiengesellschaft (폭스바겐주식회사)”에서 “Volkswagen Group(폭스바겐그룹)“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기업 디자인 현대화의 일환이다. 개별 브랜드인 폭스바겐보다 그룹으로서의 폭스바겐을 강조하는 변화로 보인다.

IAA 전시관도 폭스바겐그룹으로 꾸몄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 쿠프라의 대표차종을 같은 부스에 배치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 가 직접 무대에 올라 폭스바겐과 아우디 책임자를 비롯 주요 사업부문의 책임자를 불러내 설명을 이어갔다. 그룹 중심의 부스 배치였고 올리버 블루메 그룹 CEO가 행사 호스트였다. 한국에서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폭스바겐그룹코리아로 일찌감치 법인명을 바꿨다.

이전에는 각 브랜드를 펼쳐 시장을 커버하는 학익진을 펼쳤다면, 지금부터는 그룹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모빌리티로의 전환, 전동화의 물결 등 큰 변화를 맞이하면서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변화에 대응하며 시너지를 높이려는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오너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현대차그룹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문제는 다양성 확보다. 폭스바겐그룹 산하에는 모두 10개의 핵심 브랜드들이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 ▲아우디(Audi) ▲포르쉐(Porsche) ▲벤틀리(Bentley) ▲람보르기니(Lamborghini) ▲스코다(Škoda) ▲세아트(SEAT) ▲쿠프라(Cupra) ▲두카티(Ducati) ▲폭스바겐상용차(VolkswagenCommercial Vehicles) 등이다. 이 많은 브랜드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다양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디자인 중심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각 브랜드의 개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고객들을 설득해나가겠다는 것.

개별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며 그룹 전체의 다양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그룹 중앙으로 집중될 때보다, 브랜드의 독립이 분명하게 보장될 때 개성 강한 디자인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룹차원의 중앙집중식 경영으로는 다양성보다 획일적으로 되어버릴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학익진으로 분권적인 경영을 할지, 그룹중심의 일사분란한 체제로 갈지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잘못된 길은 없다. 하지만 개별 브랜드의 개성을 강하게 살린 디자인 중심 회사로의 일사분란한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모순된 상황을 극복해내는 게 경영의 묘미다. 올리버 블루메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독일 뮌헨 =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