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질주하는 이질감을 빼고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고성능으로 거듭났다. 엔진을 빼고 모터를 들이면서 AMG의 고성능이 한결 더 완성도를 높였다.

출렁이는 rpm을 따라 귓가를 때리는 걸걸한 소리 대신 조용하게 소곤소곤 새로 배운 가상 사운드로 소리의 빈공간을 채웠다. 급격한 뜀박질이 아닌 부드럽게 나아가는 발걸음으로 운전자의 기대를 충족한다.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4도어 전기 스포츠 세단 메르세데스-AMG EQS와 AMG EQE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1일,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 웨이에서 메르세데스-AMG EQS와 AMG EQE 출시 기념 EQ 익스피리언스 서킷 시승회를 진행했다. 메르세데스-AMG EQS는 지난해 11월 최초의 AMG 전기 세단으로 국내 출시됐으며, 올해 4월에는 AMG EQE가 두 번째로 상륙했다. 고성능 엔진으로 상징되는 AMG가 엔진 대신 모터를 얹은 고성능 전기 세단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크다. 엔진 입장에서는 “AMG 너마저…”다.

전면의 AMG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았다. 비록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며, 그릴의 공기 흡입구는 사라졌지만 AMG 블랙 그릴은 AMG 전기차만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AMG EQS는 5,220×1,925×1,510mm, AMG EQE는 4,965×1,905×1,495mm 크기로 거대한 사이즈다. A필러부터 C필러까지 활 시위를 당긴 듯한 원 보우(one-bow) 맵시를 자랑한다. 공기 저항계수가 AMG EQS 0.23, AMG EQE 0.22다. 극단적인 에어로다이내믹의 결과다. 공기저항, 바람소리, 연비, 공력 특성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먼저 AMG EQS에 올랐다. 거대한 MBUX 하이퍼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이퍼 스크린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차내 인포테인먼트 및 공조장치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주행정보는 탑승자 모두와 공유할 수 있다. 운전자 혼자 기분 내며 타는 게 아니라 탑승자 모두가 주행정보를 확인하며 좀 더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 혹은 그 반대로 동승자의 잔소리를 듣지 않게 더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

꽃가루와 미세먼지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AMG EQS 안에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 AMG EQS의 대형헤파필터가 대기의 오염물질을 걸러내, 차내 공기의 이물질을 막아낸다.

대시보드와 필러, 도어 등에 마감된 가죽은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어도 벤츠의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메르세데스-AMG EQS에는 107.8KWh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최고출력 484KW (658마력), 최대토크 950Nm (96.9kg.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또한, 최대 397km를 갈 수 있다.

락투락 조향비는 2.1회전을 한다. 조향 반응은 부드럽고 살짝 무거운 고성능 퍼포먼스 모델의 조향이다. 무거운 조향반응 덕분에 AMG EQS는 스피드웨이의 헤어핀 구간을 상어가 유영하듯, 무리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AMG EQS 달리기 실력이 수준급이다. 2.5톤에 달하는 거구는 날렵하게 AMG 서킷을 자유자재로 호령한다. 걸걸한 배기음은 사라졌다. 오로지 들리는 것은 모터소리 뿐. 바람에 옷깃을 스치는 검객의 칼소리처럼 귓가를 스친다. AMG EQS의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은 급가속과 급감속이 반복되는 서킷 안에서 운전자의 불쾌함을 줄여준다.

AMG EQE로 옮겼다. AMG EQS가 다부진 얼굴이라면, AMG EQE는 얌전하지만 야무진 얼굴이다.

AMG EQE는 최고출력 460KW (625마력), 최대토크 950Nm (96.9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90.56KWh의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배터리 완충 시 최대 354km의 거리를 갈 수 있다.

AMG EQS와 똑같은 2.1회전의 조향 반응이다. 조향반응은 부드럽고 묵직하지만 AMG EQS보다 가볍다. AMG EQE는 EQS보다 경쾌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킷을 활보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5초만에 주파하지만, 가속이 부드럽다. 고성능 전기 세단도 벤츠 AMG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걸걸한 배기음을 내는 엔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전기모터만이 자리 잡았다. 스포츠카를 상징하던 걸걸한 배기음이 없으면 허전한 법. AMG EQS와 EQE는 배기음에 허전한 운전자들을 위해, 가상 배기 사운드를 준비했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드라이빙 모드가 변환될 때 마다, AMG EQS와 EQE는 내연기관 배기 사운드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우리도 그에 못지 않다”라고 증명하듯 신명나는 가상 배기 사운드를 들려준다. 기존 고성능 전기차의 이질감은 없애고, 운전자를 웃음짓게 만드는 럭셔리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메르세데스-AMG가 만드는 전기 스포츠카 세상의 무엇인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고성능 전기차 세상은 단순히 고출력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고출력 플러스 알파. AMG는 그 알파에 무엇을 담아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AMG 뱃지를 단 EQS와 EQE가 잘 보여주고 있다.

시승차는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 2억 1,300만 원, 메르세데스-AMG EQE 53 4MATIC+ 1억 4,380만 원 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