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만회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쏘나타 디 엣지’다.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중형 세단을 되살리기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다. 10일 경기도 하남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쏘나타 디 엣지를 시승했다.

현대차 상징으로 자리한 전면부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이제 익숙하다. 후면부에 적용된 일자형 LED 리어 콤비램프는 현대차만의 단정한 맵시를 완성한다.

4,910×1,860×1,445mm의 크기로 이전 모델인 DN8 (4,900×1,860×1,445mm) 대비 살짝 길어졌다. 축간거리는 2,840mm로 전과 동일하다. 2열 착석 시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반 정도, 머리 위로 주먹 하나의 공간이 있다. 센터터널은 손가락 길이에 한 마디를 더한 높이다.

1.6 터보 모델과 2.5터보 모델을 번갈아가며 시승했다. 먼저 1.6 터보에 올랐다.

12.3인치의 운전석 계기판과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돼,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 앞에 펼쳐졌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를 취하며, 운전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더불어 눈 앞에 펼쳐진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초행길에 나선 운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브드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둘러싸인 운전자는 한 눈 팔 공간이 없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주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시보드 가죽과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아래 무늬목 마감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절치부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음성인식이 내재됐다. “더워” 말 한 마디에 공조장치의 온도조절과 통풍시트가 강조된다. 운전 중 두리번 거리며, 에어컨 버튼을 만질 필요도 없어졌다.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어 그만큼 안전해진 셈이다.

로터리 타입식 전자식 변속 컬럼은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이 됐다. 전자식 e-하이패스와 카페이가 적용됐다. 실물의 카드없이 차 내 등록만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주유소, 주차장 이용금액을 결제할 수 있다.

락투락 조향비 2.5회전. 조향 반응은 상당히 가볍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 정제된 느낌의 주행 감각이 느껴진다. 새끼 사자가 어미 몰래 둥지를 나와 정글을 어슬렁 거리는 느낌이다. 도심구간, 연이은 방지턱이 나온다. 내비게이션은 “과속방지턱”이라는 말을 연이어 알려준다. 츤데레 동생을 보는 느낌이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인 1.6 가솔린 터보와 8단 자동변속기의 합은 정갈한 고속 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시속 100km. 8단 1,600rpm부터 3단 4,900rpm까지 엔진 회전을 나타낸다. 아주 부드럽고, 유유자적한 느낌이다. 속도를 높였다. 기대 이상의 힘이다. 심장 작다고 깔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조용하던 아기맹수가 갑자기 커졌다. 맹렬한 울음소리와 함께 돌진한다. 가볍다. 무거운 펀치라기보다는 가벼운 잽의 느낌.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느낌이다.” 무거운 중량감보다 경쾌한 발걸임이 인상적이다.

중간 기착지에서 N라인인 2.5 터보 모델로 바꿔 시승했다. N라인을 상징하는 강렬한 레드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갔다. 2.5 터보 모델은 실내도 1.6 터보 모델 대비 화려하다. 마치, 1.6 터보 모델이 단정한 청소년이라면, 2.5 터보 모델은 멋을 부릴 줄 아는 청년 같은 느낌이다.

1.6 터보에서 커브드 디스플레이 아래있던 무늬목은 N라인에서 화려한 메탈 소재로 대체되었다. 베이지색 소재의 전동 가죽 시트도 N 스포츠 시트로 바뀌었다. 1.6터보에서 가벼웠던 조향반응도 N라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부드러운 반응으로 변해,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43.0kg.m의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만나 N라인이라는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시속 100km에서 1.6 터보와 엔진 회전수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N라인은 8단 1,400rpm에서 3단 5,100rpm의 엔진 회전수를 보였다.

고속 주행은 1.6 터보 대비 더욱 가볍게 달렸다. 나아간다. 맹수의 포효와도 같은 울부짖는 엔진 사운드가 심장을 울리고 피를 뜨겁게 한다. 1.6 터보의 잽이 2.5 터보에서는 체중을 실은 강펀치로 살아났다. 그 느낌은 고속 주행에서 확연하다. 으르렁 거리는 엔진음을 토해내며, 전력 질주를 이어간다.

고속 주행에서도 노면 소음은 크지 않고 잔잔한 잔진동만이 신경을 훑고 지나간다. 풍절음은 조용하지만 민감한 귀에는 약간 거슬릴 수도 있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물론 정체된 길에서도 요긴하다. 앞에 밀려있는 차들과 함께 속도를 맞추며 천천히 나아간다. 더불어 내비게이션 기반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돼,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 도로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준다. 곡선 구간에 진입할 때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고 곡선구간을 빠져나가면 원래 속도로 돌아온다.

훌륭한 상품성과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쏘나타의 입지는 예전같지 않다. 중형 세단의 숙명이다. 위로 눌리고 아래서 치받혀 과거 한국차의 대표 선수같은 입지는 사라졌다. 오죽하면 단종설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쏘나타다. 현대차 그 자체다. 신형 모델로 거듭나면서,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중형세단의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디 엣지’라는 이름에서 그 의지를 읽는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게 아니라, 중형 세단의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낼 포지셔닝을 확실하게 다지는 게 쏘나타 디엣지의 소임이 아닐까.

1.6 터보 시승차는 인스퍼레이션 트림으로 기본 가격 3,664 만 원에, 파노라마 선루프 (120만 원),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65만 원), 나파 가죽시트 (40만 원) 등 옵션이 장착돼, 출고 가격은 3,889만 원이다.

N라인 시승차는 기본 가격 3,623만 원, 2.5터보 퍼포먼스 (270만 원), 빌트인 캠 2 (45만 원), 파노라마 선루프 (120만 원), 컨비니언스2 (140만 원), 컴포트 4 (65만 원) 옵션이 더해져 4,263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