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헬멧을 머리에 욱여넣고, 뒤뚱 뒤뚱 오리걸음으로 운전석에 앉는다. 온 신경을 곤두선체, 앞만 바라보며, 서킷을 달리는 동안 들리는 것은 오로지 타이어 비명과 전기모터 소리 뿐. 아우디가 탄소 중립 시대 고성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아우디 RS e-tron과 e-tron GT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13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아우디의 4도어 전기 스포츠카 RS e-tron과 e-tron GT 서킷 체험을 진행했다. 아우디 RS e-tron과 e-tron GT는 지난 2021년 5월 국내 선공개되며,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e-tron GT(4,990×1,965×1,405mm)는 RS e-tron (4,990×1,965×1,400mm)보다 높이만 살짝 높을 뿐, 길이와 너비는 똑같다. 공기저항계수 0.24를 자랑하는 늘씬한 자태의 RS e-tron과 e-tron GT를 일렬로 세워놀고 보니, 상어들이 먹이를 공격하기 위해 줄지어 있는 모습과도 같다.

날렵한 상어의 모습을 한 RS e-tron과 e-tron GT는 가속 성능도 출중하다. e-tron GT는 최고출력 476마력 (부스트 모드 530마력), 최대토크 64.3kg.m (부스트 모드 65.3kg.m)의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RS e-tron은 최고출력 598마력 (부스트 모드 646마력), 최대토크 84.7kg.m (부스트 모드 84.7kg.m)의 막강한 성능을 나타낸다.

5미터에 육박하는 덩치는 스티어링 휠 락투락 2.5회전으로 조절된다. 서킷에서 물만난 듯이 자유자재로 유영한다. 조향반응은 고성능 스포츠카에 맞게 상당히 묵직하다.

가장 먼저 만난 녀석은 RS e-tron GT. 운전자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적용됐다. 12.3인치의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운전에 집중하기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이뤄냈다. 나파 가죽 소재의 스포츠 시트, 필러의 알칸타라 마감은 아우디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리드카의 지휘에 점점 가속도를 높인다. 속도가 붙고, 좌우로 몸이 흔들리고, 헬멧 속에서는 비오듯 땀이 쏟아내린다. 그러나 내연기관의 배기음이 없는 순수 전기 스포츠카는 들리는 것이라곤 리드카의 무전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카랑카랑한 배기음으로 고막을 때리던 고성능 스포츠카의 배기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용한 전기모터 소리로 바뀌었다.

헤어핀 구간 급속도로 속도로 줄인다. RS e-tron의 스포츠 시트는 급속도로 회전하는 헤어핀 구간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잡아준다. 좌우로 몸이 요동치는 서킷 주행으로 올라오는 불쾌감을 없애준다.

RS e-tron의 전자식 사륜구동 콰트로 기능은 헤어핀 구간에서 리어축의 주행 안정을 도와준다. 더불어 탄소 섬유 강화 세라믹 브레이크 적용으로 급가속과 급감속이 이어지는 서킷 주행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e-tron GT에 올랐다. RS e-tron 대비 e-tron GT는 상대적으로 온순하다. 상대적으로 온화하지만, e-tron도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컴포트모드에서도 직선 주행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순식간에 좁혀 나간다. 또한, 헤어핀 구간 등의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부드러운 코너링을 구사한다.

고성능 스포츠카는 서킷 주행을 하면, 노면의 소음과 진동으로 운전자의 불쾌감이 나오지만 아우디 RS e-tron과 e-tron GT는 전륜 더블 위시본과 후륜 멀티링크 방식의 에어 서스펜션으로 노면의 진동과 소음을 그대로 흡수하며, 가혹한 서킷 주행에서도 운전자의 주행기분을 한껏 끌어올렸다.

아우디 RS e-tron은 93.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환경부 인증 기준 최대 336km의 거리를 갈 수 있으며, 아우디 e-tron GT는 362km를 주행할 수 있다. 아우디 RS e-tron과 e-tron GT는 일상생활에서는 데일리카로 주말에는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스포츠카로 차 한 대로 두 대의 효과를 누리는 일석이조와도 같은 차다.

시승차는 RS e-tron 2억 623만 원, e-tron GT 콰트로 프리미엄 1억 6,632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