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왕국 토요타가 주력 모델 RAV4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더했다. TNGA 플랫폼에 크로스 옥타곤 컨셉트의 디자인. 가솔린 주유구와 전기 충전구가 좌우로 나란히 달렸다. 살짝 치켜뜬 눈, 매시타입의 그릴, 블랙 패턴으로 마감한 19인치 휠 등이 단정한 디자인으로 마무리됐다. 실내 대시보드는 살짝 쿠션을 넣어 부드럽게 마무리했다. 딱딱한 대시보드보다 좀 더 고급스럽다.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는 없다. 화려하게 꾸미기를 거부한 실용적인 인테리어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실용적인 사고의 결과다. 배기가스 제로라는 전기차가 따지고 보면 발전소에서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야말로 실질적으로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이라는 것.
RAV4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토요타 모델이다. 토요타코리아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그만큼 이 땅에서 사랑받는 모델이다.

첫발은 모터다. 엔진은 그냥 재워두고 모터가 조용히 타이어를 굴린다. 모터가 구동하는 특유의 낮은 소리가 들린다. 구동 모드는 ‘EV모드’ 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HV모드’ ‘Auto EV/HV모드’ ‘CHG HOLD모드’ 등이 있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포츠 노멀 3가지다. 그러니까 3개의 주행모드, 4개의 구동모드 조합으로 달리게 된다.

가속하면 쭉 뻗어나가는 힘이 대단하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내달린다.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가속감이다. 2.5리터 4기통 엔진이 만드는 힘은 178마력, 여기에 강력한 모터의 힘을 더해 306마력의 힘을 완성한다. 300마력이 넘는 준중형 SUV라니. 공차중량이 1,930kg이니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가 6.3kg에 불과하다.


주행 안정감이 뛰어났다. SUV여서 차체가 높은 편이지만 사륜구동, 무게중심을 낮춰주는 배터리 위치 등이 작용해 안정된 주행 자세를 완성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인 E-Four 시스템을 적용해 앞뒤 각 100:0에서 20:80까지 구동력을 배분하고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가 차체 아랫부분에 자리해 무게중심을 낮추는 효과를 내는 덕분이다.

가속할 때 힘에 놀란다면, 정속 주행에서 만나는 효율에 다시 놀란다. 배터리는 주행 중에 회생제동 기능을 이용해 충전하면서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잠실-용인 25km를 왕복하면서 50km 정도를 달렸는데 계기판에서 보이는 배터리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고성능 차라고 해도 좋을 성능이지만 더 중요한 건 효율이다. 공인복합연비 15.6km/L인 엔진 효율에, 전비 4.2km/kWh인 모터 효율이 더해진다. 18.1kWh의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63km에 이른다. 출퇴근 거리 60km까지는 전기차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겨울에는 그 거리가 조금 더 줄어든다고 봐서 45km까지는 사계절 전기차로 사용할 수 있겠다. 광화문을 출발해 분당을 찍고 돌아올 수 있을 거리다.

내연기관으로도 움직이니 배터리가 바닥나도 걱정이 없다. 전기차와 달리 멀리 길을 떠날 때도 부담이 없는 이유다. 배터리가 바닥나면 엔진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 자동차로 불린다.

대신 운전자는 부지런해야 한다. 매일 운행을 마친 뒤 충전을 해둬야 다음날도 전기차로 이용할 수 있다. 제때 충전을 게을리하면, 배터리는 바닥나 엔진으로만 움직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배터리와 모터는 그냥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PHEV를 제대로 타는 ‘제1원칙’은 매일 충전하라는 것. 완속 충전용 AC단상 충전구가 적용됐고 6.6kW 완속 충전기로 완충까지 약 2시간 37분이 걸린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는 더 좋아졌다.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PCS)’에 새롭게 두 가지 기능이 추가됐다. 교차로에서 주간 좌∙우 회전 중 차량 또는 보행자를 인식해 충돌위험이 감지되면 시각 및 소리 알람 후, 제동 보조까지 지원한다. 주간 주행 중 경로 내 맞은편 차량이 접근 시 반대편에서의 접근이 감지되고 충돌이 예상될 경우 브레이크가 스스로 개입하여 운전자의 제동을 보조하는 ‘맞은편 차량 긴급 제동 보조’도 추가돼 안전수준을 높였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무척 높아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반자율 운전이 가능했다. 잠깐 스티어링 휠에서 잠깐 손을 떼도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하고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앞차와의 거리도 잘 유지했다. 왼쪽 오른쪽으로 코너가 이어지는 굽은 길에서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조향과 가속, 제동을 조절하며 움직였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 LG U+와 함께 완성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U+ DRIVE 기반으로 제공되는 토요타 커넥트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안내하는 통신형 내비게이션은 기본, 무선 통신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팟캐스트, 모바일 TV, U+스마트홈 등을 제공한다.

‘네이버 클로바(NAVER CLOVA)’와 연동하는 AI 음성인식 시스템도 재미있다. 오늘 날씨, 개별 회사의 주가 문의에 상세하게 대답하고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실내 온도 변경 등도 목소리로 조작할 수 있다. 토요타가 네이버와의 협업에 나섰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미래 자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영역이다. 말을 알아듣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목소리로 차를 조종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단계가 멀지 않았다.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단일 트림으로 국내에서 판매된다. 5,57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당길 때마다 또깍또깍 작동하는 시프트 패들은 장난감을 조작하는 것처럼 조금 거칠다. 작동반응이 조금은 더 부드럽다면 좋겠다. 글로브박스는 꽉 닫히지 않아서 손으로 누르면 제법 많이 눌린다. 덜렁거리는 건 아니지만 꽉 닫아주는 게 좋겠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실제 크기가 8인치다. 베젤이 넓어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