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5m를 넘으면 엄청 큰 차다. 5m에 ‘육박’한다 해도 그렇다. 5,890mm, 6m에 육박하는 덩치. 수준이 다른 크기다.

엔진도 그렇다. 요즘 시대에 배기량 3리터를 넘기면 큰 차다. 그 두 배가 넘는 6.2리터. 덩치, 배기량이 압도적이다.

GMC 시에라다. 지금까지의 픽업트럭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에는 최고급 트림인 드날리 단일 모델로 판매된다.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 이름이 드날리다.

위풍당당한 모습. 5,890×2,065×1,950mm 크기다. 주차장 한 면에 제대로 들어가기 힘든 크기다. 실내는 여유롭다. 뒷좌석 공간은 대형 SUV급이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여유로움, 거기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덩치 큰 픽업트럭이면 투박한 게 어울린다. 시에라는 그렇지 않다. 안팎으로 구석구석 디테일을 살렸다.

넓은 공간을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했다. 천공 천연 가죽 시트, 드날리 로고와 갈바노 크롬, 질감을 살린 나무 등이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연출한다. 실용적이기도 하다. 2열 시트는 시트 아래와 등받이 안으로 숨어있는 수납공간을 확보해 쓰임새를 더 넓게 하고 있다.

리어게이트는 모두 6단계로 형태를 달리하며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 계단, 스토퍼 등으로 변신하고 짐칸에 사람이 오를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까지 배치했다. 적재함에는 고출력 400W 230V 파워아웃렛을 배치했다.

실내로 들어갈 때 계단 역할을 하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은 발판 끝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발판이 뒤쪽으로 이동해 짐칸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사이드미러 바깥으로는 보조 조명을 달았다. 좌우 따로 조작할 수 있어 야간 활동을 돕는다. 큰 덩치 곳곳에 디테일을 살려 아기자기한 기능들을 심었다. 꽃을 든 서장훈 느낌.

차창이 넓어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6.2L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의 최고 출력은 426마력. 10단 자동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6.2리터 배기량을 고려하면 기대를 밑도는 힘이지만 작정하고 달리면 힘은 넘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몰아붙이면 거친 숨 몰아쉬며 빠르게 달린다. 픽업이라는 것을 깜빡 잊게 만드는 승차감이다. 아메리칸 풀사이즈 SUV 같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리얼타임 댐핑 어댑티브 서스펜션 덕분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비로소 “아, 이 차 픽업이지” 되새기게 된다. 장애물에서 하체가 튕기는 느낌. 화물칸이 비어있는 데다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 탓이다. 적정량의 화물을 실었다면 노면 장애물을 건널 때 조금은 더 부드러울 터.

달릴래 말래? yes or no로 구분하듯 주행모드는 일반과 스포츠로 나뉜다. 에코는 따로 없다. 사륜구동은 2륜, 4륜 로, 4륜 하이, 오토 등으로 구분해 선택할 수 있다.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오토에 넣고 편하게 움직이면 GM의 사륜구동 기술인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이 알아서 대응한다.

13.4인치의 고해상도 컬러 터치스크린과 네 가지 모드로 변경 가능한 12.3인치의 디지털 컬러 클러스터, 15인치 멀티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픽업트럭인데 넘치는 편의장비들이 더해졌다.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 연결할 수 있고 룸미러는 카메라와 연동해 후방 시야를 넓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4대의 카메라로 360도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도 갖췄다.

최대 3,945kg에 달하는 월등한 견인력을 확보한 시에라는 트레일러 연결을 쉽게 해주는 히치 리시버 및 커넥터, 히치 라이트,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한다.

스웨이 컨트롤 기능이 포함된 스테빌리트랙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과 트레일러의 하중에 따라 브레이크 압력을 조정할 수 있는 통합형 트레일러 브레이크 시스템 및 트레일러 존까지 감지하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조금 거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확하게 작동하는데 차선이탈 방지장치는 차선을 밟거나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차선을 밟을 때 시트가 떨리는 느낌이 재미있다. 말 그대로 운전 보조장치인 만큼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면 안 되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및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차선변경 및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및 제동 시스템, 후방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 360도 사고 예방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이밖에 운전석 시트 햅틱 경고, 스마트 하이빔, 힐 디센트 컨트롤, 듀라라이프(Duralife) 브레이크 로터 등 다양한 첨단 안전사양이 빠짐없이 적용된다. 픽업트럭에 이렇게나 많은 안전 및 편의장비가 필요할까 싶을 만큼 많은 기능이 적용됐다.

드날리 트림이 9,330만 원, 드날리-X 스페셜 에디션은 9,50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큰 몸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좁은 공간에서 움직여야 하는 서울 도심에서 이 차를 운전하려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일반적인 주차 공간도 이 차에겐 좁다. 적어도 넉넉한 주차장을 가진 자가주택이라야 시에라를 품을 수 있겠다. 수도권보다 지방 중소도시에 어울리는 몸이다.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 연결해서 사용하면 되는데, 핸드폰 깜빡 잊고 나온 날이면 아주 곤란하겠다. 9,000만원을 넘는 고오급 픽업트럭이면 내비게이션 정도는 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닐지.

화면 넓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보려면 시트 포지션을 조절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았다. 편하게 앉으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다 보이지 않고, 그 화면을 제대로 보게 고쳐 앉으면 불편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오종훈 yes@autodi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