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테스트 시작을 알리는 알림음. 굉음과 함께 아이오닉 5가 달려와 거대한 벽을 들이받고 엄청난 충돌음을 일으키며 멈춘다. 차의 앞부분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차 안의 더미는 멀쩡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현대차가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 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아이오닉 5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다. 충돌 테스트를 진행한 남양연구소의 연구개발동은 1만 2,100평의 규모로 2005년 완공되어 국내외 출시되는 모든 승용과 SUV의 충돌 테스트를 진행한다. 연구개발동에는 다양한 일반 성인 남성 사이즈부터 여성과 아이 크기의 더미들이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하게 앉아 있다.

더미들이 앉아 있는 공간을 지나 거대한 벽이 서있는 충돌 실험장에 들어섰다. 충돌 테스트장은 877평의 사이즈다. 세 개의 트랙으로 나눠져, 정면충돌, 후방 충돌, 스몰오버랩, 차 대 차 충돌, 측면 충돌을 진행한다. 연구개발동 백창인 상무는 “최고 시속 100km, 연간 650회 이상의 충돌 테스트가 이뤄진다”며 연구 개발동의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에 대해 강조했다.

실험에는 남성 성인 사이즈와 여성 성인 사이즈의 THOR(쏘오) 더미가 각각 운전석과 뒷좌석에 투입됐다. 쏘오 더미는 머리, 척추, 가슴, 골반 등 157개의 센서가 더미 곳곳에 부착돼, 차량 충돌 시 탑승자의 뇌진탕 등 다양한 인체 부상 결과를 도출해낸다.

충돌 테스트 진행 전, 백 상무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협회 충돌 테스트에서 26개 모델이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와 탑 세이프티를 받은 사실을 강조했다. 백 상무는 “미국 고속도로 보험 안전 보험협회 1등인 폭스바겐 (27개 모델)과 1개 차이로 2등을 했다”며, “3위인 토요타 (20개 모델)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5가 사용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백 상무는 “E-GMP 플랫폼은 다양한 충돌에도 배터리의 손상이 없다”며 “배터리 모듈의 한계까지 시험한다”고 전했다. 또한, 백 상무는 “실차 충돌 테스트 외에도 컴퓨터로 가상 충돌 테스트를 통해 추가 검증을 진행한다”고, 실차 테스트의 무한 검증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운명의 순간. 사회자는 “시속 64km, 40% 오프셋 조건으로 실험한다”고 알려왔다. 시속 64km, 40% 오프셋 충돌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협회 필수 충돌 조건이다.

안전을 위해 가림막이 설치되고, 충돌 실험을 알리는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대기 시작한다. 그 순간, 보는 이들의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요란한 굉음과 함께 멀리서 아이오닉 5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온다. 이윽고 아이오닉 5는 투우사를 들이받는 것처럼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충돌 테스트 벽을 들이받고 멈춘다. 에어백 폭발음이 같이 들려 귀마개를 끼고 있는 상황에서도 충돌 순간의 소리는 엄청나게 요란하다.

충돌 후 망가진 차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40% 오프셋 충돌로 차량 전면 왼쪽 휀더 부분은 완전히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지만 실내는 멀쩡했다.

충격 흡수를 위해 만든 크럼플 존 덕분이다. 충격 부분은 구겨지지만 승객이 있는 캐빈 룸은 안전하게 공간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크럼플 존 기술이 없다면 충돌사고 시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며, 승객 탑승 공간도 휴지 조각이 되는 위험한 사태가 만들어진다.

아이오닉 5의 크럼플 존 기술 덕분에 차는 휀더 부분만 구겨지고, A필러는 변형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했다. 또한, 더미가 착석된 쪽의 에어백은 측면 에어백까지 모두 정상으로 작동됐다.

현대차 연구소 측은 “충돌 시험 후 도어 문 열림에 이상이 없었다”며 “충돌 속도는 시속 64.1km, 충돌 위치 범위도 (1%) 이내로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실험결과를 전했다. 또한, 연구소 측은 “고전압 절연 저항 측정 결과 모두 정상이고,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 또는 연기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E-GMP 플랫폼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